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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상 김윤석의 원맨쇼... 거북이 달린다
ldk209 2009-06-17 오후 5:03:28 1205   [3]
사실상 김윤석의 원맨쇼... ★★★


<거북이 달린다>는 제목에 붙은 ‘달린다’라든가 시놉시스만 놓고 보면 영락없이 <추격자>가 연상된다. 게다가 김윤석이 주인공이고. 하지만 이미 너무 많이 알려져 있듯이 이 영화는 <추격자>와는 하등 관계가 없으며, 일종의 코믹 형사물에 좀 더 가깝다.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제일 먼저 하는 게 걸음걸이를 바꾸는 것이라는 어떤 배우의 인터뷰 내용을 모른다고 하더라도, 처음 등장하는 조필성(김윤석)의 걸음걸이만으로도 이 형사가 대충 어떤 캐릭터인지 감이 온다. 느릿느릿, 적당히 하루하루를 땜빵하며 살 것 같은 걸음걸이. 어느 정도는 정의감이 있지만 어느 정도는 부패에 젖어있는 보통 사람(?) 조필성. 지역유지들의 고민거리를 해결해주는 대신 용돈을 받는 걸 굳이 부끄러운 짓이라 여기지도 않는다. 재수 없게 조사 중이던 피의자가 쓰러지면서 정직 3개월에 처해진 조필성은 차마 아내(견미리)에게는 말하지 못하고 아내가 모아 놓은 돈으로 소싸움에 걸었다가 딴 돈 1,800만원을 희대의 탈주범 송기태(정경호)에게 도둑맞은 후 분기탱천 송기태를 잡기 위해 느리지만 끈질긴 추격전을 펼친다.


아내로 나오는 견미리, 친구 역의 신정근, 형사 반장 역의 주진모 등 조연들의 연기가 맛깔스럽게 입맛을 당기는 요소로 작용하긴 해도, <거북이 달린다>는 김윤석의 비중이 사실상 원맨쇼에 버금갈 정도의 무게감을 가진다. 느릿느릿 걸어가는 뒷모습이랄지, 아내의 속옷을 벗기기 위해 슬금슬금 아내 위로 올라가는 몸짓과 표정, 아내의 돈을 잃은 뒤 아무런 대거리 한 마디 못하고 맞으며 쫓겨나는 모습 등에서 특히 그의 연기가 탁월함을 만끽할 수 있다. 이렇게 보면 이번 영화에서 김윤석의 연기는 일상을 표현하는 모습에서 더욱 두드러진다고 할 수 있으며, 무겁고 진득한 연기와 가벼운 연기 모두가 탁월한 배우라는 점에서 김윤석의 진가가 확인된다. (설경구에게 가장 아쉬운 점이 가벼운 일상 연기가 좀 부족하지 않나 하는 것이다)


그런데, 형사와 범인이 나오는 영화에서 한 명이 사실상의 원맨쇼를 펼쳤다는 얘기는 저울추가 한 쪽으로 기울었다는 것을 의미하고, 영화로서의 완성도는 미흡할 수 있음을 얘기한다. 당연하게도 조필성 형사의 반대 축엔 범인 송기태가 자리 잡고 있다. 신창원을 모델로 한 듯한 송기태는 수려한 외모와 뛰어난 무술 실력으로 번번이 포위망을 뚫고 도망치는 신출귀몰하는 존재이며, 인터넷 팬 카페가 만들어지는 등 일부 청소년들을 중심으로 신화화된 영웅이다. 현실에서도 특히 외모가 뛰어난 범죄자들을 향한 구애를 볼 수 있는데, 그럼에도 그들 대부분은 분명 파렴치하고 악독한 범죄자임에 분명하다. 그러므로 영화에서 그려지는 송기태의 모습은 현실이 아닌 인터넷 속에서 일부 청소년들의 우상이 된 범죄자의 모습을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그래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정경호의 연기는 그의 연기 이력을 돌이켜볼 때 실망스러울 정도로 휘청거린다. 내내 한 가지 표정과 한 가지 말투로 이어지는 그의 연기는 하정우가 얼마나 뛰어난 배우인지 입증하는 듯하다. 송기태의 애인인 경주 역의 선우선은 캐릭터 설정 자체에 문제가 있어 보인다. 어떻게 보면 시골마을 다방 레지의 전형적 모습을 탈피했다는 긍정 평가가 가능할 수도 있겠지만, 선우선의 캐릭터는 그저 도회지의 세련됐지만 순정파 아가씨의 모습,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다.


거기에 조금은 이해되지 않는 묘한 부조화도 눈에 뜨인다. 몇 년 동안 경찰의 포위망을 뚫고 유유자적 도망 다닐 정도의 천재적 범죄자, 그것도 인터넷 팬 카페가 만들어져 있을 정도로 유명 인사가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소싸움 장에 모자 하나 눌러 쓰고 돌아다닌다거나(이 장면은 용배가 경주에게 희롱을 하는 모습을 송기태가 목격하는 장소로 기능한다) 혼자 사는 여자 집에서 자장면을 계속해서 두 그릇씩 배달시키는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거듭한다는 점 등이다.


물론 이런 단점에서 불구하고 <거북이 달린다>는 오락영화로서 제 몫을 하는 건 분명하다. 도대체 속마음을 알기 힘들 정도로 의뭉스런 충청도식 반박자 느린 대응은 그 자체로 코믹함을 연출하고, 공권력에 대한 풍자는 무딘 듯 하면서도 날카롭다. 자신들의 실수로 동료가 정직을 당하는 상황에서 피해가 자신들에게 미치지 않기만을 바라는 경찰들, 현장을 잘 알고 있는 시골 경찰은 무시하고 송기태가 아닌 조필성을 잡으러 동분서주하는 중앙 경찰들의 모습이 특히 그러하다.


※ 정확하진 않지만 신창원이 도피하던 중에도 한 경찰이 신창원의 도피처를 파악한 뒤, 경찰이 아닌 후배 등을 데리고 급습했다가 놓친 사례가 있었는데, 조사 결과 그 경찰이 공을 혼자 세우기 위해서였다고 하며 징계를 받은 것으로 기억난다.


※ <거북이 달린다>는 일부 장면에서 일본 영화 <춤추는 대수사선>이 연상되는 지점이 있다. 도시에서 내려온 경찰과 시골 경찰이 대립한다는 설정도 그러하고 마지막 범인을 잡은 뒤 코를 골며 잠에 빠진 모습도 그러하다.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9 23:35
glendale74
잼있어용...!!   
2009-07-08 10:36
jhee65
거북이가 정말 잘 달려요   
2009-06-24 09:32
kimshbb
내   
2009-06-19 23:46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18 15:05
boksh2
마자요..   
2009-06-17 17:5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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