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아는 것만 안다고 하자... 잘 알지도 못하면서
ldk209 2009-06-19 오후 7:59:43 1566   [1]
아는 것만 안다고 하자... ★★★★


일본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 소소한 일상을 영화화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가끔은 “뭐 저런 걸 다 영화로 만들었을까” 싶을 정도로 소소한 모습을 담기도 하지만, 분명히 그건 일본영화의 가장 대표적인 특징으로 자리 잡았고, 일본 영화하면 떠오르는 대표 이미지이다. 그러나 전 세계에서 가장 일상의 모습을 세밀하게 담아내는 감독은 어쩌면 한국의 홍상수 감독일지도 모른다.


홍상수 감독의 9번째 영화인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두 편의 중편을 합쳐 놓은 듯한 구성으로 되어 있다. 두 편을 관통하는 주인공은 마치 홍상수 감독의 분신인 듯한 영화감독인 구경남(김태우)이다. 제천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초청된 구 감독은 그곳에서 영화제 프로그래머 공현희(엄지원), 평소 흠모하던 여배우(서영화), 에로 영화 출신의 여배우(은주희) 등과 어울리던 중 오래 전 헤어진 후배 부상용(공형진)을 만난다. 얼떨결에 부상용의 집에 가서 그의 아내 유신(정유미)과 술을 마신 구경남은 파렴치한으로 몰리게 되고, 이 때문에 영화제를 중간에 떠난다. 12일 후에 선배인 고국장(유준상)의 초청으로 특강을 위해 제주도에 내려간 구경남은 존경하는 대선배인 화가 양천수(문창길)를 만나게 되고, 양천수의 젊은 아내가 대학 시절 자신의 첫사랑인 고순(고현정)임을 알게 된다. 둘은 양천수가 서울로 떠난 틈을 이용, 밀회를 즐기다 인근에 사는 조씨(하정우)에게 발각되면서 곤혹스런 처지에 몰린다.


시놉시스로만 놓고 보면 무슨 대단한 사건이 일어난 듯 싶지만, 기존 홍상수 영화와 마찬가지로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꽤나 무미건조한 듯한 일상의 흐름을 기반으로 하고 있으며, 사람들의 노골적인 욕망과 속물근성도 그저 한 때의 스쳐 지나가는 해프닝으로 그려진다. 예를 들면, 공현희와 에로 여배우의 이유 없는 술자리에서의 경쟁심 발동과 그로부터 발생한 흥행감독(김연수)의 강간이라든가 많은 사람들로부터 존경 받는 화가가 술자리에서 어린 대학생과 섹스를 하는 장면 같은 것들 말이다.


거기에 <잘 알지도 못하면서>는 아마도 홍상수 영화 중 가장 유머러스한 영화일 것이다. 특히 정유미와 공형진 커플의 호흡과 제주 영상위 고국장(유준상)이 학생들에게 “엉까지 말라”며 윽박지른 직후에 양천수와 여학생의 잠자리 음성이 적나라하게 술자리에 울려 퍼지는 장면 등은 나도 모르게 ‘킥킥’거리며 웃게 만드는 힘이 있다. 그 장면만이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씬마다 유머가 내장되어 있어 객석엔 끊임없이 웃음소리가 흘러넘친다.


이 모든 걸 바라보고 있는 존재는 이름처럼 구경남이다. 그는 마치 모든 걸 다 알고 있다는 듯 흐믓한 미소를 짓기도 하고, 외면하기도 하며, 화를 내기도 한다. 그런데 전반부와 후반부의 결말부에서 사실 그는 제대로 아는 게 없음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구경남은 에로 여배우가 흥행 감독의 방에서 나와 밖에서 기다리고 있는 어머니(예수정)와 포옹하는 장면을 우연히 보며(이런 식으로 장면을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 홍상수의 재능이다) 그저 혀를 끌끌 차지만, 엉뚱하게도 자신의 잘못된 판단으로 인해 한 여성이 강간을 당했고, 그 여성이 강간한 당사자보다는 자신을 향해 화를 퍼붓는 곤혹한 순간을 맞이한다. 제주에서는 양천수의 성관계가 불능이며, 고순의 결혼생활이 불행할 것이라는 선입견으로 되지도 않는 사랑 타령을 늘어놓지만 고순으로부터 타박만을 받을 뿐이다. “그냥 아는 것만 안다고 하세요”


※ 홍상수 정도의 감독이 예산이 없어서 최소한도의 스탭만으로 영화를 찍는다는 건 참으로 괴롭고 안타까운 현실이다. 그래도 톱스타들이 노 개런티로 출연할 뿐만 아니라, 사전에 시나리오 없이 당일 날 촬영 분량만큼의 대본으로 촬영에 임해준 건 다행이다. 그나마 홍상수라는 네임 밸류가 있어 이 정도라도 찍을 수 있다는 걸 고려해보면 한국 영화계가 잘은 모르겠지만 너무 편향된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9 20:02
jhee65
아는 것만 안다고 하자~~~~~   
2009-06-24 09:32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74644 [미스트] 옛날에 보고싶었지만 보지 못했던 영화예요. (2) somcine 09.06.20 896 0
74643 [리틀비버] 리틀 비버는 엄마와 동생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었는데, (2) somcine 09.06.20 924 0
74642 [케로로 더..] 내용은 지구에 푸른아치가 생기는데 그것을 조사하러 (2) somcine 09.06.20 719 0
74641 [레지던트 ..] 초능력을 가진자와 그 능력을 가지고하는자. (3) somcine 09.06.20 1570 0
74640 [아스테릭스..] (2) kayoung103 09.06.20 784 0
74639 [로니를 찾..] 관계의 확장... (4) ldk209 09.06.20 1172 3
74638 [마더] 마더는 엄마다 (4) zamsun2 09.06.20 1218 0
74637 [히말라야,..] 히말라야, 사색의 그곳에서…. (3) novio21 09.06.19 954 0
74636 [성룡의 신..] 한쪽 뇌리에 간직 할 만한 영화 (4) fornest 09.06.19 1230 0
현재 [잘 알지도..] 아는 것만 안다고 하자... (2) ldk209 09.06.19 1566 1
74634 [디트로이트..] 꿈은 꾸는 자의 자유다.... (3) ldk209 09.06.19 1019 0
74633 [거북이 달..] 티켓파워 배우 김윤석 (5) woomai 09.06.19 1033 0
74632 [블룸형제 ..] 역설의 미학 속에 있는 배려 (4) novio21 09.06.19 1060 0
74631 [여고괴담 5] 배우들이 불쌍하다 - 여고괴담5동반자살 (30) aura1984 09.06.19 28758 3
74630 [거북이 달..] 거북이도 달려요~~ (5) sowho5 09.06.19 885 0
74629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에 기적을 만날 확률 (3) sksk7710 09.06.19 1124 0
74628 [펠햄 123] 반전의 재미도 없지만 시원한 영하 (3) dotea 09.06.19 1076 0
74627 [네버랜드를..] 네버랜드를 찾아서 - 피터팬 (2) sksk7710 09.06.19 1072 0
74626 [유령신부] 유령신부 (1) sksk7710 09.06.19 1073 0
74625 [드래그 미..] 의외로 재밌고 주인공들의 열연이 돋보였던 영화 (5) dotea 09.06.19 1165 0
74624 [킹콩을 들다] 그들 인생의 무게는 얼마나 되는가? (5) dotea 09.06.19 743 0
74623 [디트로이트..]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 (3) hongwar 09.06.19 932 0
74622 [드래그 미..] 드래그 미 투 헬 (5) hongwar 09.06.19 1032 0
74621 [나의 판타..] 나의 판타스틱 데뷔작 (2) hongwar 09.06.19 830 0
74620 [김씨표류기] 김씨표류기 (2) hongwar 09.06.19 1242 0
74619 [길] (3) hongwar 09.06.19 564 0
74618 [그녀들의 방] 그녀들의 방 (2) hongwar 09.06.19 1395 0
74617 [걸어도 걸..] 걸어도 걸어도 (14) hongwar 09.06.19 39576 1
74616 [거북이 달..] 거북이 달린다 (5) hongwar 09.06.19 873 0
74615 [7급 공무원] 7급 공무원 (3) hongwar 09.06.19 1093 0
74614 [3xFTM] 3xFTM (3) hongwar 09.06.19 705 1
74613 [싸이보그 ..] 본지 좀 지났지만 생각나서 적어봅니다. (2) somcine 09.06.19 816 0

이전으로이전으로631 | 632 | 633 | 634 | 635 | 636 | 637 | 638 | 639 | 640 | 641 | 642 | 643 | 644 | 645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