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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세상은 잊었지만 여러분은 진정한 챔피언입니다 킹콩을 들다
sh0528p 2009-06-24 오전 12:24:55 1070   [0]

영화를 보고  이토록 맘껏 웃고 울어  가슴 벅찬게 얼마만이던가...

 

 

 

한달 전 쯤 영화를 보러 간 극장에서 본 이 영화의 팜플렛을 본 기억이 납니다.
'킹콩을 들다'란 이해 안가는 제목과 김범수와 조안을 빼고는 처음 보는 등장 인물들...처음엔 별로 관심을 갖고 보지 않았던,  그저 그런 영화일거라는 생각으로 지나쳤습니다.  '제목이 이게 뭐냐'.... '조안이 오랜만에 영화하나 찍었군. 연기 좀 나아졌을라나...  '스포츠를 다룬 영화라... 근데 역도? ' 이런 가치 없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마음 한 구석에 밀어두었던 영화를 지난 주 영화 소개 프로그램에서 다시 만났습니다.  그렇게 밀어 둔 영화의 예고편만을 보고 전 눈물을 흘렸습니다. 영화의 진정한 가치를 몰랐던 철없는 관객으로서 죄송했고 비인기 종목의 운동선수들이 흘린 땀과 눈물을 지금껏 모른척했던 국민의 한사람으로서 안타까움과 반성이 담긴 눈물이었습니다. 

 

 

킹콩을 들다는 박영자 선수가 올림픽에 참가하러 가는 도중  과거를 회상하는 방식으로 진행됩니다.  아픈 허리를 간단한 물리치료만으로 버텨가며  무리라는 주위의 만류에도 금메달을 따기 위해 참가할 수 밖에 없는 박영자 선수. 그런 그녀가 대회 참가를 위해 비행기를 타려던 공항에서 힘을 줄 거라며 낡은 가방을 받습니다.  기내에서 그 가방 속 물건을 보고는 옛 추억에 잠기게 되는데요...  어릴 적 힘들고 배고플 당시, 올림픽 금메달 유력 선수였던 이지봉 선수가 시골여중 역도부 감독으로 부임하면서 그와 함께 했던 기억들이 떠 오릅니다.   선수로서 재활할 수 없는 심각한 팔의 부상과 생명을 위협받게 비대해진 심장때문에 확장성 심근 경색의 병을 앓고 있는 그에게  변변한 직업도 없는 삶에서 구원해 주기 위한 협회의 권유로 학생에게 역도를 가르치게 됩니다.   온국민의 금메달의 염원으로 모두가 기억하는 운동선수에서  한순의 사고로 인해 모두의 기억에서 지워진 그는 역도가 얼마나 힘들고 위험하며 외로운 운동인 줄 알기에 신생된 역도부에서도 열의없는 선생일 뿐이었습니다.  하지만 가난한 학생들에게 거주할 곳을 마련해주고 배불리 먹이기 위해 시작한 훈련에서 시작한 역도가  가난하지만 꿈이 없던 역도 부원들의 간절한 열망때문에  그녀들에게 역도를 가르치게되면서  영화의 본격적인 웃기고 울리는  이야기가 진행됩니다. 

 

 

영화 초반부는 코미디 영화를 방불케 할 정도로 웃깁니다.  학생들을 강제로 모집하는 과정이나 교육감에게 보여 주기 위해 벌이는 생쑈를 비롯해 그들이 본격적인 훈련과 시합을 하기 전까지 좌충우돌 훈련 생활이 관객들을 웃음의 도가니로 빠트립니다.   연기자가 아닌 초보 연기생들이라 연기는 간혹 미숙함을 보여주기도 하지만 그녀들의 행동과 말 하나하나는 실제 상황과 같은 자연스러움은 억지스러움없는 무공해 웃음을 주고 있습니다.  신체적 조건하나는 타고난 영자, 빵을 세상 무엇보다 사랑하는 빵순이 현정, 하버드의 로스쿨을 졸업하여 FBI가 되겠다는 수옥, 힘쓰는 일에는 최고인 보영, 역도복이 예뻐 시작하게 된 4차원 소녀이자 군수딸인 민희는 한명 한명 확시한 팀웍을 보여 주며 극의 생명력을 불어 넣어 줍니다. 거기에 학생들과 함께 확실한 캐릭터를 잡고 계신 교장 선생님과 방정스럽지만 귀여운 면이 많으신 교감 선생님도 한 몫을 제대로 해 주시구요.
그런가 하면 잘 산다며 못사는 학생을 괴롭히는 테니스부 학생과 이지봉 선수의 후배이자 다른 학교에서 역도를 가지치는 역도선생은  학생들을 어처구니 없는 이유로 구타를 일삼고 교육자로 차마 해서는 안되는 언행으로 관객들의 분노 게이지를 높여 잠재된 폭력의 욕구를 분출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어쩌면 이들의 이런 숨겨진 노력 덕분으로 영화 후반부에 관객들이 느끼는 안타까움과 애처러움 거기에 이지봉 선생의 훌륭함이 더욱 갑지게 느껴질 수 있는 것이겠지요.

 

 

전반부의 화기 애애한 분위기가 잠잠해 지며 후반부가 시작되면 본격적인 눈물 바다로의 항해가 시작됩니다. 불쌍한 그녀들의 애처로움의 눈물,   그녀들이 이룬 성과에 감격해 흘리는 눈물이 있는가 하면 참된 교육자의 안타까운 결말에서 흐느끼는 눈물까지... 정말 작정하고 울리는 영화인 듯 온갖 종류의 눈물을 흘리게 합니다.


역도라는 비인기 종목의 설움은 금메달에 도전하는 한 순간 국민의 관심과 환호를 받지만 금메달을 따지 못하면 기억조차 하지 못하는 설움. 거기에 부상이라도 당하면 헬스관장말곤 할 것도 없지만 요즘은 그것도 못한다는 자조족인 울분.  더욱이 여자들이 선택하면 많은 것을 잃게 되는데도 고집스레 그 험한 길을 걸어가려는 그녀들을 보고 관객들은 같은 국민의 한사람으로 부끄럽기 그지없습니다.   지금은 그나마 많이 달라졌지만 얼마전까지만해도 금메달만을 최고로 생각하였던 국민의식. 선수들마저 동메달은 집어 던지거나 은메달을 딴 선수는 마치 큰 죄인이라도 된 듯 얼굴을 들지 못하는 장면들을 우리는 기억합니다.   그때 그들이 흘린 눈물의 의미를 이제야 할게 된 순간 흐르는 눈물은 그칠 줄을 모르더군요.

 

 

이지봉 선생의 모습은  '죽은 시인의 사회'에서의 키팅 선생님을 보는 것 같았습니다.  그가 왜 킹콩으로 불리게 되는지 알 수 있는 장면과 제목인 '킹콩을 들다'의 진짜 이유를 알게 되는 순간  극장안은 숙연함을 넘어 흐느낌으로 가득합니다.  본인의 이익과는 상관없이 행한 모든 것은  참된 지도자이자 진정한 교육자가 보여 준 감동적인 모습인데 반해  학생들보다는 학교의 이름을 높이거나 자신들을 위한 행정과 지침을 우선시 했던 교육 관계자,  코치라는 이유로 선수들을 구타하고 폭언을 일삼았던 모습은 불과 얼마전까지도 신문이나 방송에서 볼 수 있는 낯설지 않은,  우리가 쉽게 잊었던 그런 모습들 아닌가요?  우리는 그 당시 울분을 느끼지만 곧바로 잊어버립니다. 나의 일이 아니기에 오랜 관심을 갖지 않고...  마치 1등만을 기억해 주는 냉정한 사회의 한 단면처럼 그렇게 우리는 그들을 외로움과 비참한 생활 속에 남겨 두었습니다.

 

이 영화의 감독인 박건용 감독은 첫 장편 영화를 찍으면서 첫 작품이라고 느끼지 못할 정도의 자연스러움과 연출력을 보여 줍니다. 그리고 국민들에게는 소리없이 일침을 가하는 강렬한 메세지까지...참 훌륭한 감독이라고 생각됩니다.
특히나  명장면으로 꼽고 싶은, 손기정 선수가 일장기를 떼는 것과 비슷한  감동을 주는 장면과  똑바로 앉을 수도 없는 허리상태에서도 약병을 발로 밟고  역도를 들기 위해 힘차게 걸어가는 장면을 보여준 조안은 이번 영화를 통해 배우로서의 진가를 새롭게 각인시킨 성장한 배우였습니다..  '버럭 범수'의 면모를 유감없이 보여주신 이범수, 그리고 많은 웃음과 눈물을 준 역도부원들에게도 고마움을 느낍니다.  역시 이런 감동적인 영화는 극장에서 봐야 합니다.  관객들 전체가 흐느끼는 소리가 주는 슬픔의 공감대는 절대로 집에서는 느낄 수 없는 또 다른 감동이니까요...

 


각본없는 드라마가 전해주는 감동과 눈물...그리고 이런 일이 실제로 있었다는 실화(정확히 똑같지는 않지만)의 놀라움까지.... 영화속 대사처럼 동메달을 땃다고 인생까지 동메달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매사에 최선의 노력을 다해 살아가면 그 삶이 금메달이다...  우리 가슴엔 각기 다른 킹콩이 살아있습니다..  이제 그 킹콩을 깨워 영화를 통해 깨달은 모든 것을 실천에 옮기는 것은 각자의 몫입니다.   지난 올림픽에서 투지라는 것이 어떤 건지 보여 주신 특별 출연의 이배영선수 와 여자 역사이신 장미란 선수  그리고 그 뒤에 수많은 눈물과 땀을 흘린 비인기종목의 선수분들이 얼마나 위대한지  알게 된 훌륭한 영화였습니다.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9 19:14
ekduds92
잘읽었어요   
2009-07-13 22:18
kimshbb
열심히 하는 것이 좋아요   
2009-06-27 11:58
prettyaid
잘읽었어요^^   
2009-06-24 15:10
1


킹콩을 들다(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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