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영화 '카모메 식당'과 '안경'은 한국에서 쏠쏠한 인기를 끌었다.
오기가미 나오코 감독은 그렇게 별거 아닌것 같은 일상의 소재와 모습을 가지고,
그 안에서 생활적인 자연스러운 유머와 메시지를 담아온 감독이었다.
이 작품들보다 전작인 2004년작인 '요시노 이발관'은 그러한 느낌을 한껏 살려낸
초기작품이었다.
전통을 잘 지키며 살아온 한 시골 마을.
그 마을에서는 남자어린이들의 머리가 모두 다 똑같다.
한결같은 '바가지 머리'. 보기만 해도 웃기는 이 머리를 당연시하며 살아온 아이들은,
도쿄로부터 전학온 한 정상적인(?) 머리를 한 남자애로부터 변화를 느끼기 시작하고,
마을에는 '바가지 머리 결사반대'라는 아이들의 작지만 큰 의미를 담은 파란이 시작된다.
우선, 이 영화를 보면서 좋았던 점은 두 가지였다.
초록색의 산뜻한 배경을 담은 시골의 정겨운 모습과 그들의 사는 일상적인 광경들이었다.
보는 순간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그 안에서 순박하며 도시사람들에 비해 때묻지않은 사람들의 유머와 삶의 모습을 보는데
그게 너무 재밌고 좋았다.
5명의 바가지 머리를 한 아이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을 땐, 정말 웃겼다. ㅋㅋ
어린 아이들의 바가지머리 결사반대를 보는 것도 재밌었고,
그 아이들의 순박한 생각과 유머, 웃음 등도 자극성없는 생(生)유머를 보는듯 웃겼다.
'전통과 변화'의 메시지, 그리고 커져가는 다섯 아이들의 사춘기 성장 드라마로도 볼수 있는 '요시노 이발관'은,
결국 '변화'에 대해 얘기하는 듯 하다. 마을에서도 가정에서도 이래저래 파워가 센 '요시노 이발관'의 아줌마는,
아들도 기죽이고 남편도 기죽이고 마을과 학교에도 '바가지 머리'를 추천하는 등 그 영향력이 막강했다.
그런 그녀에게 아들과 마을 어린이들이 '바가지 머리를 결사반대'했을 때는, 충격이었겠지만
그렇게 밀려오는 '변화의 물결'을 막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그들에게 '바가지 머리'의 고수는 전통을 지키는 것이기도 했지만, 변화를 막는 것이기도 했고
개인의 개성을 막는 것이기도 했다. 더군다나, 도쿄에서 전학 온 아이가 말했듯이 '전통'을 지키기 위해
아이들을 지키기 위해 내려온 전설도 그 헛점이 파고들면 많았다. 왜 여자아이들은 같은 아이들인데
머리를 바가지로 안 자르며, 전통제인 '산의 날'을 기념하는데 기독교 노래인 '할렐루야'를 부르냐.. 등등 ㅋㅋ
아무튼, 결국 '요시노 이발관'과 마을은 변화를 받아들이지만, 언제 그랬냐는듯이 마을과 아이들은 일상을
또 맞게된다. 그것이 지나고보면, 너무나 별거아니고 사소한 것이지만 그 당시에는 '혁명'과도 같았을 것이다.
오기가미 나오코의 영화는 늘 그런듯 싶다. 잔잔한 일상 속에서 찾는 변화와 행복.
본인도 어렸을 적에 인기있었던 드라마의 영향으로 일명 '호섭이 머리'라고 하여,
영화 속 머리와 비슷한 류의 버섯머리로 많은 남자어린이들이 그 스타일을 했던 것을 기억할 수 있었다.
그리고, 5명의 아이들이 비밀아지트를 만들어, 매일매일 노는 것이 가장 중요했던 어릴적 모습도 기억났다.
그런 추억이 담겨져있는 향수의 영화이기도 했다. '요시노 이발관'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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