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작품에 워낭소리의 감동 운운하는 것은 그 작품에 대한 모독이다!
자식의 입장에서 아버지와 어머니는 같은 부모이지만 어머니를 떠 올리면 눈시울부터 촉촉해지는 존재에 비해 아버지는 엄하고 완고한 이미지부터 떠로릅니다. 자신을 희생하며 주위를 밝게 해 주는 촛불의 사랑이 모성애라면 아버지는 태양처럼 너무도 멀리서 강렬하게 빛나는 존재... 감히 어쩔 수 없을 정도로 두렵고 막강한 힘을 갖고 계셔 말 한마디가 그대로 법인 아버지. 하지만 아버지의 사랑도 단지 표현의 차이가 있을 뿐 그 사랑의 깊이는 어머니의 사랑과 큰 차이가 없다는 걸 너무 늦게 깨닫게 되는 안타까움...
어머니의 사랑을 다룬 많은 영화에 비해 아버지의 사랑을 다룬 작품은 그리 많지 않습니다. 김정현 작가의 <아버지>란 소설이 있었고 영화로는 <마이 파더>가 먼저 떠오르긴 하지만 기억에 떠 오르는 강한 작품이 없는 것은 아버지의 사랑이 실제로도 그만큼 표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란 점도 있겠지요.
얼마전 <아부지>란 영화의 개봉 소식을 듣고 참 반가운 마음과 함께 우려도 되었습니다. 봉준호 감독의 <마더>에 비교될 수도 있고, 표현하기 어려운 부성애를 다룬 영화이기도하며 아버지 사랑에 많은 사람이 공감할 수 있을까... 그런 생각으로 본 <아부지>는 전무송이라는 大 배우가 주는 아버지에 대한 이미지만으로 영화 자체에 대한 믿음이 가더군요. 그런데 김철민이라는 배우는 약간 의외엿습니다. 그분의 연기를 감히 평가하는 것이 아니라 지금까지 보여주신 연기가 웃음을 주시는 연기에 말을 자유롭게 하시는 분이기에 영화가 보여주려는 아버지의 감춰진 사랑과 잘 융합이 될까가 걱정이 되었던 것이죠.
그런 우려는 현실이 되었고 워낭소리의 감동을 언급한 광고로 인해 높아진 기대치는 단번에 곤두박질 쳤습니다. 감동은 고사하고 웃음을 주려는 부분도 잘 살리지 못해 감동과 웃음은 물과 기름처럼 융합하지 못했습니다. 이야기가 전체적으로 무게감있게 잔잔히 진행되는 것이 아닌, 끊어지는 느낌으로 이것 조금, 저것 조금 ... 너무 많은 이야기를 하려다보니 정작 중요한 어버지의 사랑은 놓치고 말더군요 가난을 벗어날 수 없는 농촌 현실, 정부 비판, 지식인의 고뇌 그리고 아버지의 사랑등을 이야기하려다보니 영화는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지난 날의 향수를 느낄 수 있는 엿장수, 고무신, 비닐 우산, 양은 도시락, 채변 등은 지금 중, 장년층에게 지난 날의 추억을 떠 올리게 해 주고 아이들의 어색하지만 순수한 연기를 보는 즐거움은 있지만 정작 관객에게 보여 주여야할 아버지의 사랑은 영화 속 전무송처럼 잘 보이지 않습니다. 지금은 방송등에서 쉽게 만날 수 없는 분들이 정말 많이도 출연하신다는 독특함도 있지만 이분들의 연기는 연극을 오래 하시다보니 자연스레 배여 있는 연극식 연기처럼 오히려 부자연스럽기만 합니다.
큰 아들의 죽음, 아이들의 연극 등 영화에서 큰 전환점이 되는 이야기의 전개와 해결은 왠지 어색합니다. 너무 많은 것을 보여주려한 감독의 욕심이 부른 재앙처럼 관객들 각자가 아버지의 사랑을 떠 올릴 공감대가 너무 약하고 부족합니다. 이 작품에 광고 문구로 <워낭소리>를 언급하는 것은 워낭 소리에 대한, 워낭 소리를 보고 우리들의 아버지를 떠 올리며 눈물 지었던 분들에 대한 모독이라 생각합니다. 몇명의 관객들을 모으기 위해 완성도 높은 작품의 이름을 이용하며 홍보를 해도 관객들의 눈은 냉정합니다. 아버지의 사랑을 다룬 정말 훌륭한 작품을 만들기가 그리도 어려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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