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 PIXAR 라는 회사보다 창조적인 회사가 있을지는 모르지만 그 들보다 더 많은 사람들을 행복하게 만드는 회사는 없을 것이다. 오랜 기간 만나기를 반복하면 좋아하는 사람일지라도 기다림의 팽팽함이 느슨해질만 한데, 무려 14년 동안 1,2년 간격으로 꾸준히 만나게 되는 PIXAR 의 영화들은 아직도 개봉일이 다가올때면 까치발을 들어 반기게 된다.
필자에게 [토이스토리(1995)] 이후 정확히 10번째 PIXAR 영화인 [UP]을 만나러 가는 길은, 어느덧 중년의 나이가 되었음에도 영화 티켓을 비행기 티켓처럼 손에 쥐고 설레는 마음을 어쩌지 못한다. [UP]의 포스터 속 탐스러운 풍선을 바라보자 어느새 기억 저너머에서 가져온 색색의 풍선들이 손에 쥐어지고 나도 모르게 보채는 마음까지 생기니, 주책인가 동심인가...
깐느 영화제 역사상 최초의 애니메이션 개막작이자 올해 가장 크게 성공한 영화중 하나인 픽사의 신작 [UP]은 그 명성, 그 감동 그대로 다시 우리곁을 찾아 왔다. PIXAR 의 영화를 보러갈 때 마다 기대하는 것 중에 하나는 본편 전에 상영하는 단편 영화이다. 올해는 PIXAR의 한국인 중 한명인 (교포2세) '피터 손'의 작품, "구름조금 (Partly Cloudy)" 이 상영된다. 생명의 소중함을 너무나 재치있게 그려낸 이 단편의 감독인 피터 손은 본편인 [UP]의 주인공 꼬마 러셀이 동양인으로 설정된 이유이기도 하다.
영화 [UP]은 시작부터 완전히 놀랍다. 관객들은 영화가 시작한지 불과 몇 분 지나지도 않았는데 눈시울이 붉어지는 예상치 못한 순간을 맞이하게 된다. 보통의 영화가 감정의 층을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에 반해, 영화 [UP]은 급격히 높은 감정의 파도에 관객을 밀어넣었다가 서서히 풀어주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 그것은 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주인공에 대한 관객의 이해는 그와 함께 시간을 보내면서 서서히 얻게 되는 것이지만, 영화 [UP]은 이야기가 시작되기도 전에 주인공에 대한 충분한 동정과 이해를 얻어내고야 만다. 더욱 놀랄만한 사실은 그것도 아주 짧은 시간에, 주인공의 대사 한마디 없이 이루어 진다는 점이다.
내성적인데다 말수가 적고 자식이 없었던 그에게 아내 엘리의 죽음은 자연스레 그의 모든 관계의 종말 이자 삶의 의지의 종점이다. 더 이상 갈 곳 없는 노인네의 선택은 바로 "여행" 이며 이미 그의 내면에 대한 공감이 재빨리 구해진 시점에서 영화는 이제 주인공과 새로운 이들의 관계로 촛점을 옮겨 여행을 시작한다. 여행의 동반자는 바로 (인간이자 할아버지인 주인공과 반대말인) '동물' 과 꼬마' 이다.
할아버지와 꼬마, 그리고 동물을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는 것은 이 영화가 품고있는 가치의 대상이 모든 세대 뿐만 아니라 모든 자연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다. 평생 자신과 가족만을 향해 있던 사랑과 용기가 어느덧 서서히 이웃과 자연을 향해 열려갈때, 비로소 삶이 풍요로워짐을 깨닫게 해준다.
큰 광경은 큰 생각을, 새로운 장소는 새로운 생각을 가능케 한다는 여행 예찬론자의 말처럼 스스로를 밖으로 끄집어 내는 데 '여행'보다 효과적인 것은 없다. 인생의 황혼기에 용기있게 내딛은 여행 속에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고 자연과 소통하게 된 그와 함께 하다 보면, 어느덧 영화 초반에 느꼈던 갑작스러운 슬픔은 온데간데 없고 어느새 옆좌석 꼬마와 함께 낄낄대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인생에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올라가는 몇 초보다 더 큰 해방감을 주는 시간을 찾기란 어렵다. 우리는 발이 공중에 뜬 순간 우리를 짓누르고 있던 수많은 억압 들 위로 솟구치는 상상을 하게 된다. 우리 눈에 보이지 않았을 뿐이지, 사실 우리 삶은 저렇게 작았다는 것, 그리고 우리가 살고는 있지만 실제로 볼 기회는 드문 세상, 그러나 신과 새들의 눈에는 그렇게 보이는 세상을 만나게 된다. (알랭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발췌)
이 영화의 제목이 [UP] 인 것은 바로 그러한 이유 때문이다. 주인공 프레데릭슨이 풍선을 엮어 집을 띄우는 그 장면에서 주위 관객들 표정을 살펴 보라. 형형색색의 풍선과 함께 하늘로 솟구치는 그 찬란하게 눈부신 광경을 마주하는 순간에 진짜 비행기를 타고 하늘을 나는 듯한 착각에 빠지는 것은 나 뿐만이 아닐 것이다.
어둠 속에서도 관객들의 입이 다물어 지지 않는 것을 눈치채는 것은 어렵지 않다.
Filmania, cropper 원성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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