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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연은 많은데 왜 말을 못하니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
jimmani 2009-08-09 오전 4:29:55 1371   [1]

 

본국에선 큰 인기를 얻었지만 그 외 국가에선 많이 알려지지 않은 원작이 있는 영화가 세계적으로 성공하려면 영화 자체가 담고 있는 컨텐츠의 질로 승부하는 수 밖에 없다. 본국에선 원작의 인기를 등에 업고 캐릭터들을 스크린에 구현해내는 것 자체만으로도 웬만큼 인기를 얻겠지만, 우리나라에선 그 캐릭터들이 아무리 멋있게 폼을 잡고 트레이드 마크인 대사를 날린다 해도 '그래서 어쩌라고?'라는 반응을 얻기가 십상이다. 때문에 마치 원작이 처음에 보여줬던 것처럼 본연의 매력을 아낌없이 내뿜는 게 적절한 전략이다. <트랜스포머>나 <아이언 맨>이 사실 영화 이전엔 우리나라에서 원작의 인지도가 매우 낮았음에도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것이 이러한 전략 덕분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아이.조 : 전쟁의 서막>(이하 <지.아이.조>)도 이런 방법으로 승부를 했어야 했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오래 전에 '지.아이. 유격대'라는 이름으로 소개가 되긴 했었지만 인지도는 상당히 낮은 편이다. 이병헌의 헐리웃 진출작이라는 기삿거리가 있다 해도 관객들이 이 화제만으로 극장 행을 주저없이 선택하지도 않을 것이다. 결국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성공하려면 이 영화의 원작이 미국에서 큰 인기를 얻을 수 있었던 매력을 극대화시켜 초심을 가지고 관객들에게 적극적으로 어필을 했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내가 여기서 과거형으로 얘기하는 것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영화는 그런 전략에 있어서 상당 부분 실패했다.

 

멀지 않은 미래, 누구보다 뛰어난 기술을 가지고 있지만 누구에게도 알려지지 않은 비밀스러운 군대가 있다. 이름하야 '지.아이.조'라 불리는 이 군대는 세계 평화가 달린 중대 사안들을 아무도 모르게 최첨단의 기술을 활용해 수행하고 있는데, 현재는 엄청난 위력의 군사용 무기로 쓰일 '나노마이트' 관련 문제에 개입하고 있는 중이다. 나노마이트를 운반하던 듀크 대위(채닝 테이텀)와 동료 립코드(말론 웨이언스)는 베로니스(시에나 밀러)와 스톰 쉐도우(이병헌)를 비롯로 한 의문의 집단으로부터 습격을 받은 뒤, 이 사건을 계기로 '지.아이.조'의 호크 장군(데니스 퀘이드)으로부터 스카웃을 받는다. 이리하여 '지.아이.조'로 들어오게 된 듀크와 립코드는 냉철한 스칼렛(레이첼 니콜스), 민첩한 검객 스네이크 아이즈(레이 파크), 이름에 걸맞게 묵직한 헤비 듀티(아데웰 아킨노우예-아바제), 브레인 역할의 브레이커(세이드 타그마오우이) 등의 동료들과 함께 혹독한 훈련을 받으며 최정예부대 대원으로 거듭난다. 한편 시간이 지날수록 베로니스의 집단은 나노마이트를 향해 악의 손길을 뻗치고, 급기야 그들은 나노마이트를 이용해 세계를 파괴시킬 계획을 구상한다. 과연 최정예부대 '지.아이.조'는 이들의 계획을 무너뜨리고 세계를 구할 수 있을 것인가.

 

 

사실 이 영화는 적지 않은 볼거리를 지니고 있다. 주인공 조직이 군대라고 해서 팍팍한 밀리터리 액션이 주를 이룰 것이라 예상했던 것과 달리 현 시점에선 미국도 쉽지 않을 것 같은 최첨단 기술 - 군사용으로 바꾼 듯한 해리포터 표 투명 망토나 아이언맨 수트의 슬림 버전인 듯한 가속 수트, 눈 깜짝할 사이에 모든 것을 파괴하는 나노마이트 등 - 이 줄을 이으면서 쏠쏠한 볼거리를 제공한다. 프랑스 파리, 극지방, 사막을 오가며 펼쳐지는 무너지고 폭발하는 대규모 액션 장면들도 볼 만하다. '이건 본 적이 없는 그런 거대함이야'라 할 만큼 새롭지는 않지만 부담없이 볼 만한 블럭버스터적 볼거리이다.

 

출연진의 면면도 꽤나 인상적이다. 중견배우 데니스 퀘이드가 중심을 잡아주는 가운데 블럭버스터에 처음 출연하는 시에나 밀러와 채닝 테이텀이 함께 하고 인디영화에서 주로 모습을 보여 온 아역배우 출신의 조셉 고든-레빗과 <화이트 칙스> 등의 코미디물로 더 잘 알려진 말론 웨이언스, 그리고 우리나라 배우 이병헌 등 인종과 국적을 막론하고 다양한 개성을 지닌 배우들이 포진해 있어서 이들의 서로 다른 색깔을 지닌 연기를 보는 것만도 꽤 재미가 있을 법하다. 더불어 감독이 <미이라> 시리즈로 유명한 스티븐 소머즈 감독이니만큼 악당으로 출연한 아놀드 보슬루(2편에서 급찌질해진 <미이라> 시리즈의 대표 악당 이모텝 역할)나 카메오로 출연한 브랜든 프레이저의 모습도 눈여겨 볼 만 하다.

 

 

하지만 아쉽게도 영화는 이렇게 '잘 차려진' 배우들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다. 데니스 퀘이드가 맡은 호크 장군은 이 영화에서 대원들의 정신적 지주 역할로서 큰 존재감을 발휘할 법하지만 중후반부에 큰 활약을 보이지 못하면서 그런 역할을 하는 데 실패한다. 시에나 밀러가 맡은 베로니스는 포스터나 예고편으로만 보면 매력적인 팜므파탈의 분위기를 풍기지만 개인적인 사연이 얽히면서 미지근한 캐릭터로 급선회하고 만다. 채닝 테이텀은 <스텝 업>에서 보여준 파워풀한 남성미가 이 액션 블럭버스터물에 와서는 오히려 더 퇴색된 느낌이고, 분명 개그 캐릭터로 투입된 듯한 말론 웨이언스의 개그적 활약 또한 밋밋하다. 조셉 고든-레빗은 출중한 연기력을 보여줄 수 있을 텐데 이 영화에선 그저 쉽게 수긍이 가지 않는 평면적 악한일 뿐이다. 그나마 어렸을 때부터 인간미라곤 쉽게 보이지 않았던 듯한 스톰 쉐도우(이병헌이 맡은)와 스네이크 아이즈의 대립이 가장 인상적인 부분이다.

 

물론 이러한 배우들의 연기는 배우들의 역량에 문제가 있기보다 이렇게 캐릭터를 만들어 놓은 구성상의 허점에 잘못이 있다. 호크 장군은 대원들에게 뭔가 든든한 밑바탕으로서의 어른 역할을 한다는 인상이 부족할 만큼 비중이 적다. 듀크와 베로니스는 과거의 사연이 어설프게 얽히는 바람에 원래 보여줄 수 있었던 매력의 농도가 옅어진 듯한 느낌이다. 듀크는 남성적 리더로서의 이미지가 희석되었고, 베로니스는 악녀로서의 날카로운 이미지가 갑자기 흐지부지해진다. 립코드의 개그적 역할도 미미한데, 인종차별적 캐릭터라는 비판을 받더라도 이왕 개그 캐릭터로 나갈 거였다면 매 장면마다 웃음을 줄 만큼 효과를 확실히 줬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충분히 양면성의 매력을 살릴 수도 있었을 닥터의 이미지도 이유는 있되 대충 얼버무려지는 성격의 변화로 다소 뜬금없다는 느낌이다. 앞서 그나마 인상적라고 했던 스톰 쉐도우와 스네이크 아이즈의 갈등도 그 근본적 원인을 보여주는 플래시백의 파괴력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물론 이 영화 한 편으로 모든 이야기가 매듭지어지지도 않을 테고 속편들이 나올 예정이기 때문에 이번 편은 어떻게 보면 전체적인 윤곽을 잡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부족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것과 뭔가 대충 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주는 것은 전혀 다른 경우다. 듀크와 베로니스, 스톰 쉐도우와 스네이크 아이즈 사이에 얽힌 사연같은 경우는 차라리 언뜻언뜻 암시만 주는 짧은 플래시백으로 미완성된 설명을 하면서 궁금증을 유발하는 게 나았을 것이다. 그러나 영화는 이들의 사연을 처음부터 끝까지 얕게 훑어가는 식으로 진행시켜서, 좀 더 파고 들어간다면 상당한 공감대를 일으킬 것 같은데 그렇지 않아 싱겁다는 느낌을 전해준다.

 

 

이 영화는 <엑스맨> 시리즈처럼 어느 한 인물이 주인공이 아니라 여러 인물들이 독자적인 개성과 사연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이들 각자의 과거나 감정적 변화를 좀 더 면밀히 살펴봤더라면 볼거리 뿐 아니라 이야기 면에서도 한결 풍성해졌을 것이란 아쉬움이 남는다. 만약 시간상의 제약과 많은 캐릭터 수로 인해 이런 것들을 일일이 묘사하기가 버거웠다면, 차라리 이런 이야기에 욕심을 부리지 않고 블럭버스터로서의 재미에 더 집중을 했어야 했다. 불필요한 과거는 빼버리고 차라리 극도의 마초성을 지닌 아군과 극도의 악마성을 지닌 적군이 격돌하는 파워풀한 블럭버스터의 면모를 과시했다면 <트랜스포머> 시리즈처럼 관객의 판타지를 한껏 자극하는 오락물로서의 기능이라도 확실히 할 수 있었을텐데 말이다. 스티븐 소머즈가 <미이라> 시리즈에서 보여줬던, 말은 안되지만 유쾌했던 모험의 이미지를 떠올렸지만 <지.아이.조>는 오히려 캐릭터들 각자의 사연에 어중간하게 개입한 나머지 캐릭터들 본연의 확실한 매력도 옅어졌고, 여름용 오락영화로서의 찐한 매력도 다소 흩어진 듯 했다.

 

이 영화의 속편은 계속 나올 것 같지만 이 영화가 <반지의 제왕>이나 <배트맨> 시리즈처럼 편을 거듭할 수록 적극적으로 진보를 노리지 않는 이상 캐릭터들을 둘러싼 여러 이야기들이 여기서보다 더 깊이 들어가진 않을 것 같다. 정말 아쉬운 건, 어느 정도의 깊이를 가질 수 있었을 인물들의 이야기를 뒤에 품고 있는데 이걸 제대로 풀어놓는 능력이 부족했다는 점이다. 그냥 대충 얼버무려 처음과 끝을 매듭짓고 끝내버린 느낌이다. 볼거리를 일정 부분 포기하면서까지 소모된 캐릭터들의 이야기가 오히려 영화에서 역기능을 한 것 같아 안타깝다. <지.아이.조>는 '전쟁의 서막'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관객들의 주의를 확실히 끌 만한 '전초전'으로서의 역할을 좀 더 확실히 했어야 했다.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3 01:22
kyi1978
ㄳ   
2009-11-06 15:58
ekduds92
잘읽었어요~   
2009-08-10 14:51
sksk7710
잘 읽고 갑니다^^   
2009-08-10 12:46
flypack
제작비때문일듯   
2009-08-09 13:36
snc1228y
정말 잘 봤습니다.   
2009-08-09 07:5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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