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이제는 아내가 결혼할 차례 아내가 결혼했다
hwangtejya 2009-08-25 오전 3:19:25 777   [0]

 

열받아 죽는줄 알았다.

 

심지어 쌍욕이 나도 모르게 튀어나왔다.

 

처음에는 나도 이해해 보려고 노력했다.

그저 또 다른 가족상을 제시하는 영화인가 보다 하고,

다양성을 존중하는 성숙하고 진보적인 영화인가보다 하고.

동성애처럼 사랑의 방식이 조금 다른 소수의 권리도 중요하다. 뭐 그런말을 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이건 도가 지나치지 않은가.

 

상대의 마음을 배려하지 않고 자기 방식으로만 사랑하는 것.

이건 흡사 변태나 스토커와 무엇이 다른가.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을 갈갈이 찢어버리더라도 자신의 삶의 만족만을 추구하다니. 이건 쿨한 것도 아니고 진보적인 것도 아니고 생각이 열린 것도 아니고 그냥 미친거다.

 

그런데 나는 곧 이 영화가 하나의 '복수'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곤 다 괜찮아졌다.

 

유교사상에 젖어 수백년동안 만들어져온 한국 사회의 가부장적 사고. 그것에 대한 복수인 것이다.

 

이 복수는 가장 단순한 방식의 복수이다. 이른바 역지사지. '너도 한번 당해봐라'

 

사랑하는 사람을 다른 사람과 공유한다는 것이 얼마나 끔찍한지. 나의 가정과 행복이 유린당하고 위협당하는 것이 어떤건지, 그런 말도안되는 상황을 그럴듯한 미사여구로 포장하는 것이 얼마나 가증스러운 짓인지, 내 배우자의 또 다른 연인이 자신에게 '형님'이라고 부르는게 얼마나 꼴배기 싫은지, 그렇게 삼자 대면하는 자리가 얼마나 모욕감을 주는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장이라도 이혼해버리지 못하고(말그대로 '누구 좋으라고') 사랑하기 때문에 그냥 같이 살아야한다는 사실이 어떤건지 말이다.

 

이건 뭔가 한국사람들한테 익숙한 거다. 우리나라 여자들이 겪어왔던, 그리고 너무나도 익숙해서 덤덤해진 바로 그 감정.

온갖 아침드라마들과 '사랑과 전쟁'같은 프로그램에서 지겹도록 반복해온 바로 그 상황. 바로 그 익숙한 상황에서 남녀의 역할을 바꿨을 뿐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기 때문에 이 상황이 정말 끔찍하고 불편한거다.

 

그렇게 두시간동안 남자들은 당하는 거다. 남자들도 한번 당해보는거다. 

그런 의미에서 나의 감상법은 상당히 올바른 것이었다. 애가 타고, 답답하고, 말이 안되는 거 같고, 세상에 이런일이 어디있나 싶고, 죽여야될 것 같고, 욕이 나오고, 화가나고.

 

영화속 김주혁의 모습도 크게 다르진 않았다. 그리고 같은 상황에 몰린 여자들의 모습과도 크게 다르지 않을거다.

 

영화의 말미, 김주혁의 마음이 열리는 지점은 다른 쪽 부부의 성생활에서 피임을 했었다는 사실이 밝혀지는 부분이다.

 

영화 중반의 김주혁의 모습을 상상하면 이런 지극히 작은 부분에 안도하는 영화 말미의 모습은 애처롭기까지 하다.

 

애처롭다. 여자들이.

 

그래서 그냥 다 괜찮다.

게다가 이건 보편적인 경우도 아니고, 심지어 실제로 경험하는 것도 아니고 영화를 통한 가상의 경험이 아닌가. 

이 정도는 당해도 된다.

 

여자들이 겪어온 것에 비하면, 이 정도는 그냥 애교다.

 

사랑이 나뉘는게 아니라 두배가 되는거라는 말도,

우리 팀은 투톱체제라는 말도,

우리나라 축구의 문제점은 즐기지 못한다는 구역질나는 말도,

그냥 다 애교로 넘어갈 수 있다.

 

심지어 네명의 기묘한 가족 구성으로 끝나는 영화의 엔딩도 복수를 마무리하는 마지막 카운터 펀치라고 생각할 수 있겠다.

 

애교지 뭐.

 

복장이 터진다.

 


(총 1명 참여)
d9200631
보는 내내 짜증나는 영화는 첨..   
2010-04-05 04:08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2 14:01
hooper
ㅋㅋㅋㅋ   
2009-08-25 16:50
1


아내가 결혼했다(2008)
제작사 : (주)주피터필름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2husband.co.kr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88877 [아내가 결..] 독특하고 신선했던 영화 bzg1004 10.11.02 917 0
86754 [아내가 결..] 재밌어! 독특해!현실은접어둬. (2) jinks0212 10.09.01 951 0
85344 [아내가 결..] 별로였던 영화 (3) diswnsdk 10.07.30 788 0
83881 [아내가 결..] 아내가 결혼했다 (2) yuher29 10.06.22 598 0
83006 [아내가 결..] 매순간 감정에 솔직한 미워할 수 없는 그녀의 이름은 아내 maldul 10.05.28 571 0
78995 [아내가 결..] 참신한 발상의 늪에 같혀버린 진부한 영화 (4) gion 10.02.10 916 0
78624 [아내가 결..] 사랑스러운 손예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만족 (7) 38jjang 10.01.29 1060 0
76850 [아내가 결..] 아내가 결혼했다. (3) drunkenboy85 09.10.28 1273 0
76488 [아내가 결..] 다시 보니.. 더 재밌는..ㅎ (4) ehgmlrj 09.10.02 1353 0
76371 [아내가 결..] 아내가 결혼했다 (3) xlwannalx 09.09.26 1150 0
현재 [아내가 결..] 이제는 아내가 결혼할 차례 (3) hwangtejya 09.08.25 777 0
74921 [아내가 결..] 독특한 사상을 가진 여성 역할을 맡은 (4) somcine 09.06.30 837 0
74089 [아내가 결..] 쉽게 잊혀지지 않는 신선한 영화 (5) skarlgh22 09.05.11 1181 0
72870 [아내가 결..] 신선한 충격이였던..;; (3) ehgmlrj 09.02.24 975 0
72761 [아내가 결..] 재밌게봤는데~~~~~~~~! (3) mina7359 09.02.13 935 0
72521 [아내가 결..] 영화에 대한 오해가 많은것같아서 올립니다. (6) staninrainy 09.01.27 1258 3
72174 [아내가 결..] 잘어울리는 캐스팅 (3) lorna78 09.01.04 876 0
71862 [아내가 결..] 책보고 영화보고 (3) kwonsh86 08.12.19 1021 0
71816 [아내가 결..] 손예진 딱이야! (2) yiyouna 08.12.17 1258 0
71743 [아내가 결..] 나도 꿈꾼다.. (2) dlftkarhdtk 08.12.12 935 0
71531 [아내가 결..] 올드보이는 비평이라도 받았지만 이 영화는 그럴 가치도 없다. (1) sunvolca 08.12.01 1138 1
71365 [아내가 결..] 영화 보기 전에 꼭 알아야 하는 몇가지. (1) freengun 08.11.23 1298 0
71285 [아내가 결..] 제목의 발칙함 그 이상은? (1) gotit99 08.11.17 1686 0
71257 [아내가 결..] 나만의 상상이지만 손예진씨처럼 아름답고 애교많은 아내라면... (3) pjs1969 08.11.14 1436 0
71239 [아내가 결..] 남편과 함께 본 "아내가 결혼했다" (11) shf0748 08.11.13 19775 7
71219 [아내가 결..] 이상한 영화... (3) redrif97 08.11.10 1292 2
71203 [아내가 결..] 솔직히 어이없는 웃음이 많이 나왔어요.. (2) agar09 08.11.09 1177 0
71187 [아내가 결..] 결혼관의 중심을 흔드는.. (1) sj2r2 08.11.09 976 0
71179 [아내가 결..] 정말 의외로 생각보다는 괜찮았지만 돈 주고 보기에는 영... (3) jy9983 08.11.08 1424 2
71178 [아내가 결..] 손예진은 여우다 ㅎㅎㅎ (1) everlsk 08.11.08 1911 1
71150 [아내가 결..] 영화는 영화일 뿐 화내지 말자 (2) squirrel80 08.11.06 14736 0
71149 [아내가 결..] 테러리즘의 평등성. (5) minkyu1011 08.11.06 11970 2

1 | 2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