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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hym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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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07-06 오후 7:38:57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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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의 자신에서 벗어날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현재의 자신을 부정하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아니,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자신을 분리해서 사는 사람이 과연 존재하는 것일까?
영화 <아유레디?>는 이러한 물음에서 출발하는 영화다. 어쩌면 조금 의아해할 수 있겠다. 분명 '환타지 블록버스터' 영화라고 들었는데, 저러한 철학적(?)인 주제는 뭐란 말인가? 혹시 영화를 잘못 본 것은 아닐까? 아니면 영화의 장르를 잘못 택한 것인가? 그렇지만 <아유레디?>는 엄연히 '환타지 블록버스터' 영화다.
물론, 이전의 헐리웃 환타지 블록버스터를 생각한다면 <아유레디?>는 조금 모자란 것이 사실이다. 아니, 어쩌면 많이 부족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이전의 헐리웃에서 보여줬던 환타지 블록버스터와는 분명 다른 점이 있다. 무엇보다 한국에서 처음 시도 되는 장르의 영화라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처음부터 잘하면 당연 좋겠지만 어차피 첫술에 배부르기란 어려운 법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솔직히 말하자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반반이다. 기대만큼 미치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도 사실이고, 몇몇 군데에서는 아쉬움이 남는다. 하지만 그러한 부분들은 영화가 모자라서 그렇다기 보다는 오히려 욕심이 많기 때문에 파생되는 문제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물론, 기술적인 문제에 치중하자면 분명 아직 가야할 길이 많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지만 화면을 보여주는 것에서나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 점에 있어서는 여러 가지를 보여주고 싶어했던 욕심이 드러난다. 다만 그러한 욕심들을 적절히 배제하지 못한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너무 과한 의욕 때문에 일을 망친 경험, 누구에게나 한 번쯤은 있었을 것이다. <아유레디?> 역시 보여주고자, 말하고자 하는 것들이 너무 많았던 듯하고 그러한 것들을 시간 내에 축약시키다 보니 문제들이 생겨난 듯하다. 그러한 노력의 흔적들, 고민의 흔적들은 개인적으로는 매우 좋았다. 영화란 결과물로 말한다는 것은 익히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그러한 흔적들조차 보이지 않는 영화가 더 문제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아유레디?>에서는 그러한 흔적들이 보이고 있다.
더군다나 <아유레디?>는 블록버스터는 '볼거리가 많아야 한다', '재미가 있어야 한다'라는 기존의 관점 위에 '인간에 대한 사랑', '자신에 대한 성찰'이라는 다소 무거울 수 있는 철학적 물음까지 덧붙이고 있다. 이러한 면 때문에 다소 영화를 관람하는데 장애를 느끼는 사람도 분명 있을 것이다. 실제로 같이 영화를 봤던 사람 중에 혼란을 느끼는 사람도 있었다. 그러나 <아유레디?>는 바로 이 점에서 그 환타지를 시작하고 있다.
각각의 삶의 매듭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그 매듭을 풀기 전까지 그들은 그들 자신으로부터, 그들이 가진 세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가 없다. 그 옛날 알렉산더 대왕처럼 단칼에 그 매듭을 끊어낼 수 있으면 좋으련만, 그러한 방식으로 풀어가기엔 오히려 위험해 보인다. 결국 그들은 그들 자신과 싸우는 수밖에 없다.
자신과 자신의 싸움, 그리고 그 과정과 화해. <아유레디?>에서는 바로 이 과정이 환타지이다. 과거의 자신과 마주쳐 본 적이 있는가? 자신의 마음에 숨겨진 어둠과 욕망을 제 눈으로 직접 확인해 본 적이 있는가? <아유레디?>는 이러한 과정을 환타지로 풀어낸다. 결국 그들이 모험을 하는 것은 정해진 고지로 나아가기 위한 일종의 고행인 것이다. 시간과 차원이 다른 곳-그건 어쩌면 자기 자신의 마음 속인지도 모른다-에서 그들은 모험을 하며 자신들이 가진 스스로의 문제와 자기 마음 속의 어둠을 맞닥뜨리며 자신과의 화해를 이끌어 낸다.
그러나 이러한 주제 의식이 영화 자체에 대한 재미를 반감시킬 수 있는 여지가 충분이 있다고 여겨지는 건 사실이다. 즉 양쪽이 균형이 맞아야 하는데, 일종의 불균형이 느껴진다는 것이다. 영화 자체 내에서도 그렇겠지만, 보는 사람 또한 그렇다.
그래서 그런지 영화 전체적인 느낌 보다는 영화 장면 장면에 대한 인상이 더 깊었던 것 같다. 전체적 맥락에서 놓고 본다면 다소 혼란스러운 느낌이었지만, 하나 하나의 장면들만 놓고 본다면 오히려 새로움을 느낄 수가 있었다. 물론, 영화란 것이 어떠한 한 장면이 좋다고, 어느 한 부분이 좋다고 해서 전체를 평가할 수는 없겠지만 영화를 즐기는 방식을 조금만 바꿔 본다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지 않은가 생각한다. 어차피 영화를 본다는 것도 개인의 만족이므로, 그러한 것들을 찾아내는 나만의 방식은 얼마든지 있는 법이니까. 더군다나 순간순간 몰입하게끔 만드는 매력이 <아유레디?>엔 존재한다.
솔직히 <아유레디?>는 100점짜리 영화는 아니다. 오히려 100점으로 가기 위한 중간 단계라고나 할까? 영화 산업이란 측면에서 본다면 이런 점은 실패로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나의 문화적 측면에서 본다면 이는 '가능성'이다. 흥행의 성패를 떠나 이후에도 이러한 영화가 만들어 진다면 그 출발점은 바로 <아유레디?>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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