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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프라이즈] 친구애인 12시간동안 훔치기? 서프라이즈
datura 2002-07-08 오전 12:27:20 1083   [9]
'잘못된 만남'은 '친구의 친구를 사랑하는' 비극을 빚을 수밖에 없는 걸까.

'서프라이즈'는 신세대 가요의 노랫말과 이동전화 광고의 연작 CF를 연상케 하는 사건을
기둥줄거리로 삼은 로맨틱 코미디 영화.

컨셉트에 걸맞게 CF의 주인공인 김민희가 직접 등장한다.

김민희는 CF에서의 튀는 느낌을 그대로 스크린에 옮겨왔고
이요원은 기존의 이미지와 다른 평범함을 선보인다.

'서프라이즈'는 로맨틱 코미디의 공식 그대로, 전혀 뜻하지 않게 사랑에 빠지게 되는
커플 이야기며 시종 로맨틱 코미디라는 본분을 잃어버리지 않는다.

사랑에 대한 철학적 담론이나 비극적 결말은 필요없다.

영화는 사랑과 웃음, 해피 엔드를 적절한 배합으로 섞어 가볍게 흔든 칵테일이다.

강렬한 맛은 없지만 사랑을 둘러싸고 시시각각 변하는 주인공들에 대한 심리묘사가 깔끔하다.

20대 초반 신세대 여성의 입장에서 본 남자와 사랑에 대한 느낌을
흥미롭게 전해주는 설정은 기발하다 못해 황당하다.

미령(김민희)은 결혼을 약속한 정우(신하균)가 미국에서 돌아오는 날 저녁
깜짝생일파티를 준비하지만 아버지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힌다.

미령은 단짝친구 하영(이요원)에게 공항으로 아침에 마중나가
12시간 동안 정우를 붙잡아줄 것을 부탁한 뒤 아버지의 설득작업에 나선다.

몇가지 인상착의만 듣고 공항으로 향한 하영은 대합실에서 그를 발견하고 납치작전에 돌입한다.

그런데 문제는 깜짝 파티를 성공시키기 위해 정체를 드러내지 말아야 한다는 것.

이때부터 재킷에 커피 쏟기, 승용차에 태워 용유도로 향하기, 폐선 바닥에 가둬놓기,
순찰차를 동원해 공항버스 붙잡기, 운전석에 기절한 척 엎드려 있기,
선글라스와 가발로 변장해 호텔로 잠입하기 등 기발하고 집요한 전술이 동원된다.

인천 공항에서 섬으로, 다시 폐선(廢船)으로, 코엑스 몰에서 호텔로 이어지는
스피디한 해프닝으로 한껏 오락을 안기다가 결말쯤에 가서는 싹트는 사랑의 설렘을 드러내려고 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서프라이즈'는 관객들을 놀라게(서프라이즈)할 수준에는 이르지 못했다.

흔해 빠진 노처녀 사랑찾기 영화아닐까 하는 예상을 깨고
감정선을 다루는 세련미를 보여줬던 '닥터 봉'의 참신함이나,
'결혼이야기'의 과감한 세태 드러내기 입담 같은 게 '서프라이즈'엔 부족하다.

우선 영화가 설정한 소동의 출발부터가 관객들을 빨아들이기엔 힘에 부친다.

애인이 너무 이른 시각에 출현하는 것을 막으려다 소동이 시작됐다는데,
진정으로 마음을 나누는 애인이라면 왜 터놓고 이야기를 못꺼내고
거짓 유인책을 써야만 했을까?

애인의 흔해빠진 사진 한장만 보여줬어도 됐을것을 간단한 인상착의만 알려주고 찾으라니?

'서프라이즈'는 '부처를 닮은 사나이' '어디 갔다 왔니?'등의 단편 영화를 통해
일상의 소소한 재미를 담백하게 표현해내는 데 탁월한 재능을 보여준
김진성 감독의 장편 감독 데뷔작이다.

영화 '산부인과' 드라마 '왕초'등의 굵직한 작품의 시나리오를 집필했던 충무로의 재담꾼
변원미 씨의 남편이기도 한 김진성 감독은 '서프라이즈' 시나리오 작업에
부인과 공동으로 참여했다.

시나리오의 기획에서부터 캐스팅에 이르기까지,
감독의 손길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었던 때문인지 친구 애인과의 사랑이라는
금기에 대한 도전, 그리고 젊은 세대들의 통통 튀는 발랄한 사랑법을
재미있게 그려내고 싶었다는 감독의 의도대로 영화 '서프라이즈'는
신선하고 상큼하게 관객들의 2시간을 훔치는 데 성공한다.

단편영화로 각종 영화제서 호평을 받은 김진성 감독은 욕심 부리지 않고 일상적 풍경 속에서
아기자기한 재미를 자아내는 소품 같은 영화로 데뷔 무대를 택했다.

단순한 얼개지만 시간의 경과에 따라 긴장감을 고조시키며
궁금증을 유발하는 실력이 녹록치 않다.

영화의 압권은 마지막 대목의 깜짝 놀랄 반전.

상영시간 내내관객들이 품었던 의문이 몇 커트의 회상 장면으로 한꺼번에 풀려나간다.

하지만 그 반전의 매력을 느끼기에는 시간이 부족하다.

'영원한 제국'에서처럼 한나절 동안 벌어지는 일을 120일에 나눠찍으며
날씨와 일조량을 맞춘 솜씨도 칭찬할 만하다.

'영원한 제국'의 박종원 감독은 최근작 '파라다이스 빌라'에서도
100분 동안의 사건을 실시간 러닝 타임에 담는 기법을 선보였는데
김감독의 아내이자 작가인 변원미는 이 영화의 시나리오를 썼다.

그러나 아쉬움을 드러내는 대목이 적지 않다.

하영의 눈물겨운 노력은 억지와 과장으로 흘러 정우를 꼭 붙잡아야 하는 이유마저
희석시킨다(실제로 하영은 정체를 노출해 정우를 붙잡는 데 실패하지만
깜짝 파티는 성공으로 마무리된다).

로맨틱 코미디는 슬랩스틱 코미디가 아니다.

관객을 웃겨가다가 어느 순간 사랑의 떨림과 뭉클함을 느끼게 해야 하는
로맨틱 코미디의 웃음이란 리얼리티를 바탕에 깔고 있어야 제맛을 낸다.

그런데 조폭 코미디의 관성(慣性)때문일까, '서프라이즈'의 웃음 유발 에피소드들은
메마르고 원색적이며 캐릭터와 유기적으로 맺어져 있지도 못하다.

엉겁결에 호텔방에 낯선 남자와 단둘이 있게된 하영(이요원)이
"친구 미령이가 진우씨 거기(실은 진우의 목젖)에 반했다는데요" 라고 말하자
앉아있던 신하균이 자신의 다리 사이를 내려보는 대목 같은 게 그렇다.

영화 초반 스물을 갓 넘은 여자들끼리의 농담을 보자.

"남자란 말야 손톱깎기야. 가끔씩 꼭 필요할 때만 있으면 되니까."
"아냐, 남자란 라면 국물이야. 계속 갈등하게 만들어. 마실까 말까 하구." 이런 것도
그 자체로 재미있는 농담이지만 로맨틱 코미디를 더 맛깔나게 하는 수준이 되지 못했다.

이요원의 연기는 상투적인 화술과 표정에 너무 의존하고
신하균은 충분히 매력적이지만 다소 과장된 연기 패턴이 몇 대목에서 걸린다.

티격태격하다 사랑에 빠지는 남녀라면 티격태격하는 연기속에도
사랑의 씨앗이 싹틀 수 있음을 암시하는 미묘한 여백을 남겼어야 했다.

그럼에도 '서프라이즈'에서 젊은 관객이 소비할 만한 것이 없지는 않다.

가요에서부터 드라마까지 계속 변주되는 친구 애인 빼앗기 모티브를
기민하게 끌어들인 감각이 20대 관객을 재미쪽으로 유인한다.

막바지의 극적 반전이 주는 재미는 이 영화 재미의 절반이 넘을 듯하다.

'서프라이즈'는 세련된 로맨틱 코미디가 되는 대신 스무살 갓 넘긴 또래들의
알콩달콩 사랑이야기를 예쁜 색깔 포장지로 포장한 팬시상품이 됐다.

신하균과 이요원의 변신도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복수는 나의 것'에서 비정한 세상에 의해 무너져가는 장애인 류를
강렬하고 처절하게 표현해 낸 신하균.

개성적인 배역만 맡다가 평범한 인물로 등장한 신하균은 두드러진 매력을 내뿜지 못했고,
친구의 부탁을 거절 못해 곤욕을 치르는 역할의 이요원은
'고양이를 부탁해'에서 자신만 아는 깍쟁이가 훨씬 어울리는 느낌이다.

CF 장면을 그대로 옮겨온 듯한 김민희의 이미지가
둘에 비해 한계단 처지는 연기력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자연스러울 정도다.

더빙이 허술한 것도 영화 관람에 상당한 장애를 느끼게 한다.

정우와 하영의 입 모양과 대사가 거의 맞지않아
80년대 영화를 보는 듯한 착각을 불러 일으킨다.

주제와 캐스팅은 산뜻하지만 영화를 푸는 묘미도,
배우의 매력을 부각시키는데도 부족함이 느껴진다.

조연으로 출연하는 공 씨 콤비 공형진, 공효진의 코믹 연기는 놓치지 말 것.

이전의 여러 영화에서 코믹 조연으로 웃음을 주었던 두 사람은
'서프라이즈'에서도 확실한 웃음을 선사한다.

각각 스토커 기질이 있는 하영의 옛 남자친구와 미용실 동료로 분한 두 사람은
자유자재로 변하는 표정, 현란한 애드립, 적절한 소품
(공효진은 핸드폰 벨소리로도 웃긴다)으로 자칫 지루해 질 수 있는 극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월드컵 개막 전 인터뷰에서 '깜짝 놀랄(Surprise) 결과를 보여주겠다'고 호언한
히딩크 감독처럼 영화 '서프라이즈'가 말 그대로 '서프라이즈'한 흥행을 이뤄낼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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