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빅토리아'. 올해 봄 UK에서만 개봉하고 올 겨울 미국에서 개봉예정인 또 한편의 영국시대극인 '영 빅토리아'는 독특하게 서사극이나 정치얘기보다는 '빅토리아 여왕'의 아름다운 사랑 이야기를 그려내는데 많은 치중을 한 영화다.
그런데, 그게 그렇게 나쁘지 않은, 오히려 그렇게 끝나는게 더 신선하고 아름다웠던 영화다.
최고의 전성기 대영제국을 완성시킨 '빅토리아 여왕'은 역대 최장수 군주로 기록되고 있다. 그 이유로는 남편 알버트와의 금슬좋은 부부관계가 오히려 그녀의 내조와 내외의 힘을 더 실어주었던 걸로 분석된다. (영화에서도 그렇게 그리고 있고.)
역시 안에서의 화목이 밖으로도 퍼진 셈이다.
어린 나이에 섭정정치의 희생양이 될 뻔한 그녀는, 강하고 우직한 성격 덕분에 꿋꿋하게 대영제국의 군주가 되고, 또한 그런 성격에 빠져든 벨기에 왕자 알버트는 알콩달콩 연애끝에 드디어 결혼을 한다. 그리고 그 와중에 영국여왕으로서의 빅토리아와 아내 빅토리아 사이에서 내조적인 남편의 역할을 하느라 조금 고민하지만, 역시나 현명한 부부답게 그 문제마저 슬기롭게 극복해내며 앞으로 한발짝 더 나아간다.
그래서 제목이 '빅토리아'가 아닌 '영 빅토리아'인 이유는, 이런 그들의 사랑이 이루어졌을 시기의 찬란한 한 때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더불에 단순한 사랑영화에 그치지않은, 그러한 내부의 화목이 영국전체에 번성까지 이르게 했음을 간접적으로 보여주기에 더욱 아름답고 숭고하게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와 '선샤닝 클리닝'의 '에밀리 블런트'는 이런 영국 시대극에 안 어울릴 것 같은 외모와 성격을 가지고 있지만, 오히려 그녀의 통통튀고 시원시원한 성격이 젊었을 적 '빅토리아'의 깡단있는 모습과 더 잘 어울린다.
영화 속 알버트와 빅토리아의 연애 사이에는 많은 정치적 음모가 도사리고 있었지만, 그들은 멀리 떨어져있는 긴 거리의 간극을 '편지'라는 도구를 통해
사랑의 마음을 확인하고서는 모든 역경을 넘어선다. 지금 시대에서는 짧은 문자 답변하나도 오래 기다리지 못하는데, 예전에는 그 긴 왕복의 편지를 통해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면서 더욱 애틋해한다. 기다리는 시간은 애타지만, 그것이 바로 더욱 깊은 '연애로의 감정'으로 빠지게 하는 도구이다.
영화 '영 빅토리아'는 그래서 고전적이지만 더욱 깊게 와닿는다.
이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많은 연애의 감정이 아름답고 우아하게 펼쳐지기 때문에 보고나면 매우 기분이 좋아진다.
안타깝게도 역사에선 남편 알버트가 40대에 일찍 사망하고, 빅토리아는 80대까지 거의 두 배의 인생을 혼자 살았지만, 그녀가 그를 잃은 후부터 매일 같은 자리에 그가 입을 옷을 준비해두었다는 마지막 장면을 볼 즈음에는 그들의 사랑이 모든 시공을 초월했음을 더욱 깊게 알 수 있었다.
영화 '영 빅토리아'는 그런 영화였다. '오만과 편견', '엠마'같은 류를 좋아한다면 적극 추천인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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