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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자체만으로도 가공할 김명민의 몸.. 내 사랑 내 곁에
ldk209 2009-09-29 오후 4:35:44 1565   [1]
그 자체만으로도 가공할 김명민의 몸.. ★★★

 

백과사전을 찾아보니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만 선택적으로 사멸하는 질환으로 병이 진행되면서 결국 호흡근 마비로 수년 내 사망에 이르게 되는 치명적인 질환이라고 한다. 루게릭병은 현재까지 원인도 밝혀지지 않았고, 뚜렷하게 효과를 보는 약품도 없으며, 루게릭병으로 진단을 받으면 보통 3~4년 정도 생존한다고 한다. 그러니깐 이건 걸리면 100% 사망하는 무서운 병인 것이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한다면 이 영화는 단지 루게릭병이 소재인 것이지 그 병이 주요하게 다뤄진 건 아니다. 영화에서 종우가 루게릭병이든 백혈병이든 아니면 그 다른 난치병 또는 불치병이든 크게 상관은 없다. 이렇게 볼 때 굳이 한 배우의 몸무게를 20kg씩 감량해 가면서 찍을 필요가 있었는지는 좀 의문이다)

 

그러니 애당초 루게릭병에 걸린 백종우(김명민)가 주인공이라는 사실은 이 영화의 결론이 어떻게 될 것인지 미리 말해주는 것이라 해도 다름없다. 즉, 혹시나 루게릭병이 완치되어 지수(하지원)와 행복하게 산다는 식의 동화적 마무리를 기대해서는 안 될 거라는 얘기다. 거기에 전작에서 무수한 눈물을 흘리게 한 박진표 감독의 영화니만큼 눈물샘에 자극을 주는 장면이 줄을 잇고 있음은 두말할 나위도 없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루게릭병에 걸린 사람을 사랑하게 된다는 것은 어릴 때부터 서로를 마음속에 담아두었던 사이(이를테면 무라카미 하루키의 소설 <1Q84>처럼)라거나 <씨인사이드>에서처럼 오래 간호를 했던 사이가 아니라면 좀 힘들지 않을까 싶다. 이런 점을 피해가기 위해 박진표 감독이 마련한 장치는 종우와 지수가 지뢰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것과 지수의 직업이 장례지도사라는 점이다. 지뢰마을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건 어릴 때부터 죽음이란 존재가 마치 옆집 친구처럼 친숙한(?) 사이일 수 있다는 점(종우와 지수 둘 모두에게)이고 지수가 장례지도사라는 점 역시, 지수에겐 죽음을 눈앞에 둔 종우를 예외적 존재로 여기지 않을 여지를 만들어준다는 점이다. 지수가 염을 하는 모습이 일본 영화 <굿’ 바이>를 연상시킨다거나 우리나라에 여성 장례지도사가 있을까 하는 의문은 영화 관람에 걸림돌이 될 수 있으므로 그냥 덮어두자.

 

앞에서 말했듯이 영화는 충분히 예상할 수 있는 경로를 따라 한 번도 곁눈질을 하지 않은 채 얌전히 앞으로 나아간다. 완치될 수 있다는 의지를 보이는 주인공, 그러나 재발과 병의 악화 과정을 거쳐 지수에게 정을 떼려는 종우의 행동들, 그럼에도 끝내 종우의 곁을 지키는 지수. 그리고 마지막... 이건 <내 사랑 내 곁에>이기도 하지만 <너는 내 운명>이기도 하다. 정확하게 관객의 눈물을 유도하기 위한 자극적(?) 장면이 연출되고 감정 고양의 극점을 여러 차례 오르내린다. 그런데 후반부 종우가 목소리를 잃으면서 종우의 목소리를 대신하는 내면의 내레이션은 이 영화가 끌고 왔던 분위기와는 생뚱맞은 이물감을 느끼게 한다. 아마도 박진표 감독은 자신의 영화가 너무 신파적이라는 비판에 대응하기 위해 이런 식의 연출을 시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이런 연출이 죽음을 담담하게 그린 것으로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담담한 것과 장난스러운 것은 동질의 것이 아니다. 그러다보니 <씨인사이드> 또는 <잠수종과 나비>를 떠올리는 장면에서 별다른 감정의 고양이 느껴지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만약 이 영화가 종우와 지수의 얘기만으로 끌고 갔다면 이 영화에 대한 평가는 더욱 박해졌을 것이다. 그나마 <내 사랑 내 곁에>를 생동감 있고, 현실감 있게 채색한 것은 종우가 6인 병실로 들어와서 관객과 함께 다른 환자들과 가족들의 모습을 지켜보는 장면 때문이다. 방송국 리포터(서효림)까지 등장시킨 것은 분명 오버이긴 하지만 오랫동안 병수발을 해 온 옥연 할머니(남능미)가 남편(최종률)의 따귀를 올려붙이는 장면이라든가 깨어나지 않는 형(임종윤)의 안락사를 원하는 동생(임형준)의 절규, 잠깐 화장실에 간 사이에 정신이 돌아왔던 아내(임성민)의 모습을 놓친 남편(임하룡)의 울부짖음은 종우와 지수의 얘기보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가장 깊고 아련하게 관객의 가슴에 아로새겨 놓는다.

 

※ 김명민의 무려 20kg에 달하는 감량 연기는 종종 <머시니스트>에서 30kg을 감량한 크리스찬 베일과 비교되곤 한다. 김명민이 촬영을 하면서 점점 살을 뺐다면 크리스찬 베일은 살을 빼고 나서 촬영을 했다는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어쨌거나 자신이 맡은 배역에 맞춰 몸을 만드는 과정 자체도 연기라고 본다면, 김명민은 정말 가공할 연기를 보여준 셈이 된다. 그런데 영화 후반부로 갈수록 김명민의 몸 - 쏙들어간 볼, 정말 병자 같은 갈비뼈 - 이 주는 무게감으로 인해 오히려 좁은 의미에서의 연기가 빛을 잃은 듯 보인다. 달리 말하자면 그건 연기가 아니라 연기 자체를 하기 힘든 상태인 것으로 보이기까지 한다.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1 12:28
kimshbb
대단한 배우   
2009-10-05 22:51
verite1004
내일 봅니다.   
2009-09-30 19:15
jhee65
세상에 20키로를 감량하다니...   
2009-09-29 19:15
shelby8318
글 잘 봤어요.   
2009-09-29 18:54
boksh2
최고최고   
2009-09-29 17:20
hooper
감동이요   
2009-09-29 17:0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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