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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 3xFTM
ldk209 2009-10-07 오후 5:15:04 1187   [2]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사람이야말로 가장 행복한 사람.... ★★★☆

 

‘나와 다름을 인정하는 것’ 난 이것이 한국이 선진국이 되는 중요한 덕목이라고 생각한다. 선진국이 단지 기술 등의 물질적 가치만으로 된다고 생각지 않는다면 말이다. 성적 소수자의 존재에 대한 사람들의 반응은 당연하게도 가지각색이다. 그 중에서 가장 문제가 된다고 보는 건 그러한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를 부정하려는 것이다. 특히 그것에 종교적 믿음이 근거로 자리 잡는 경우, 대게 무너지기 힘든 철옹성일 것이다.

 

남성이 여성으로 성전환한(MTF) 경우는 하리수 등으로 인해 예전에 비해선 거부감이 많이 사라진 듯하다. 그런데 그 반대의 경우는 그다지 많은 얘기를 듣지 못했다. 생각해보면 분명 여성에서 남상으로의 성전환자(FTM-Female to Male)도 있을 것인데, 그런 경우를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는 게 오히려 신기하게 여겨질 정도다. 이렇듯 알게 모르게, 비록 그것이 고의는 아닐지언정 우리는 우리 사회 소수자들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며 살고 있는 건 아닐까 미안한 감정이 떠오른다.

 

영화에는 세 명의 성전환 남성이 등장한다. 종우, 무지, 명진. 태어날 때부터 단 한 번도 자신을 여성이라 여기지 않은, 그래서 느낌상 가장 남성성이 강해 보이는 종우는 오토바이 배달일을 하며 자신의 삶을 개척한다. 압박 붕대의 고통을 감내하다 가슴 절제 수술을 받은 무지는 퀴어 축제에서 웃통을 벗어던지며 드디어 얻게 된 자유를 만끽한다. 명진은 자신의 정체성이 인정만 되었다면 굳이 성전환 수술을 하지 않았을 것이라 이야기한다. 지금은 남성이지만 여학교를 졸업한 것 때문에 회사에서 업무방해혐의로 고소당하는 등 험난한 일들을 당한다.

 

가끔 백과사전 등에서 동물의 특징을 보다보면 묘하게 인간의 오만함이 느껴질 때가 있다. 견종을 예로 들면, 비글은 활달하고 사람을 좋아하며, 이런 식의 묘사 말이다. 그런 식으로 인간이란 종을 규정하면 어떻게 될까? 인간도 그런 식으로 규정될 수 있을까? 내 주위를 살펴봐도 외형부터 다를 뿐만 아니라 성격으로 봐서도 하나같이 자신만의 개성이 있는 데 말이다. 인간과 개는 다르지 않느냐고 말하는 사람이 있겠지만, 개를 키워본 사람들이 느끼는 것 중의 하나는, 같은 배에서 나온 같은 견종의 새끼들도 각각의 성격과 특성이 다르다는 것이다.

 

왜 갑자기 이 얘기를 꺼냈냐면, 그런 식의 인간적 오만함을 성적 소수자에 대해 나도 가지고 있었다는 걸 이 영화를 보면서 느꼈기 때문이다. 그러니깐 MTF는 화장을 진하게 하고, 일반 여성들에 비해 더 치장을 한다는 식의 묘사 말이다. 반대로 FTM은 일반적인 남성들보다 부러 더 남성적이려 할 것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물론, 영화에 출연한 세 명의 성전환자들은 이런 나의 예상을 무참히도 짓밟고, 그저 책에서 묘사된 캐릭터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인간임을 보여주고 말해주며, 그래서 느끼게 한다.

 

영화엔 이들이 겪는 온갖 종류의 어려움들이 인터뷰 등을 통해 관객에게 전해진다. 예상 가능한 어려움들이 대부분이었지만, 전혀 생각지 못했던 어려움도 있었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이들이 남성들만 있는 집단에서 생활하는 도중 의외로 남성들끼리의 스킨십이 많은 데 놀람과 함께 이로 인한 극도의 긴장감을 유지하는 데 따르는 어려움이었다. 생각해보니 정말 그렇다. 특히 지금보다 좀 더 젊을 때는 상대의 성기를 쥔다든가(-,-;;) 가슴을 만지기도 하는 등의 장난을 심심치 않게 치기도 했다. 이들이 얼마나 놀랬을지 나름 짐작이 되기는 한다.

 

그렇다고 이 영화가 성전환자들의 어려움을 늘어놓으며, 보는 관객에게 성적 소수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힐 것을 주로 얘기하는 영화는 아니다. 이 영화는 단지 성적 소수자들만이 아니라 모든 사람들에게 스스로의 정체성을 인정하고, 자기 자신을 긍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말해주는 영화다. 여성성은 무엇일까? 남성성은 무엇일까? 여성성은 여성만이 가지는 것이고, 남성성은 남성들만 가지는 것일까? 모든 남성은 100% 남성성만으로 이루어져 있고, 여성은 100% 여성성만으로 이루어진 것일까? 세 명의 출연진 중 가장 남성적인 느낌이 강한, 일부러 더 남성으로서의 정체성을 강조한다고 느껴지는 종우는 영화의 막바지 술에 취한 채 자신이 그렇게 부정하려고 했던 여성의 모습이 자신에게 있음을 덤덤히 이야기한다. 그 순간이 아마도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순간일 것이다.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20 23:48
kyi1978
ㄳ   
2009-11-09 15:5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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