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진의 영화는 뭔가 달라도 달랐습니다. 적어도 이전까지는... 같은 내용을 전달하더라도 숨겨진 뭔가 다른 점을 느낄 수 있었고 진지한 장면에서조차 예상치 못한 웃음을 선사하는 특유의 유머 감각은 다른 감독이 따라할 수 없는 그만의 차별화된 능력입니다. 때문에 그의 영화를 좋아하는 마니아가 있을 정도로 그의 영화는 독특했습니다.
그런 장진 감독이 새로운 영화에 '대통령'을 다루고 있습니다. 뉴스를 통해 우리와 늘 함께 하면서도 우리가 감히 접근할 수 없는 그분. 우리의 손으로 뽑았지만 대부분 국민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쓸쓸히 퇴임을 맞이하는 아이러니한 존재인 그분을 과연 장진 감독은 무슨 말이 하고 싶었을까요...절대 권력의 소유자이지만 늘 외롭고 중요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많은 스트레스를 받아야 하는 대통령이지만 그분들도 결국 한명의 사람이고 우리와 다를 바 없는 행복을 원하는 인간이다라는 점을 담아내고 있더군요.
많은 부분이 베일에 쌓여 있는 청와대 생활이 비춰지고 뉴스에서 만남 이후 회의에 모습은 어떤 식인지 등 현재에서는 거의 불가능한 유쾌한 상상을 특유의 유머를 통해 풀어가고 있습니다. 로또 당첨금 때문에 밤잠을 지새우며 고민하시는 대통령, 주사를 무서워하지만 1명의 국민을 위해 자신의 장기를 기증하고 또 다른 장기 기증 제의에 도망가는 대통령, 최초의 여성 대통령의 남편으로 평범한 바깥 세상을 그리워하는 내조하는 남편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굿모닝...>은 지금까지 함께해 온 자신의 사단 일부와 새로운 멤버인 장동건, 이순재, 고두심을 영입하여 또 다른 세상을 꿈꾸었습니다.
그러나 지금껏 그의 거의 모든 영화를 보았지만 조금씩 무뎌가는 그의 감각은 이번 작품에서도 정말 그의 작품이 맞는지 의심이 가더군요. 특유의 웃음 포인트는 많이 줄어들어 생리 현상, 주사를 맞는 절세 미남의 표정, 말장난등에서 가끔 볼 수 있지만 예전만큼의 웃음 바이러스는 퍼지지 못합니다. 세상을 바라보는 그의 시각에서도 웃음 뒤에 감춰진 날카롭게 꼬집는 영상 고발도 이번 작품에서는 너무 평이합니다. 대통령의 비자금, 우리나라 국가 안보를 참견하는 미국, 아직도 속국인줄 착각하는 일본등에 특유의 비유나 풍자를 통해 관객들이 통쾌하게 비웃어 주게 만들어주기를 기대했지만 대사 몇마디로 넘어가는 정진 답지 못한 면이나, 대통령의 로또 당첨금의 결말, 안보를 위협하던 일본의 군사 행동, 더 이상의 내조를 힘들어하는 남편의 마지막 마무리에서도 지극히도 무난하고 평번한 방식으로 정리하는 안타까운 굴욕의 모습을 보입니다.
제목만 보더라도 굴욕적입니다. 영화 맨 마지막 주방장의 내레이션을 통해 제목의 이유가 나오지만 엄연히 '안녕하십니까'로 나옴에도 영화 제목은 '굿모닝 프레지던트'라는 미국식 인사말을 제목으로 사용했습니다. <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으로 하면 흥행이 안될까봐 그러셨나요? 우리말보다는 미국식 인사법이 더 멋있고 폼 나던가요? '굴욕의 역사는 있어도 굴욕의 정치'는 없다는 명 대사가 부끄럽습니다. 북한을 품에 안으며 다른 나라의 간섭이나 침략에 강한 모습을 보이는 영화가 실제로는 우리말 대신 영어를 사용하는 모습은 정말 최고의 굴욕이 아닐까요? 이야기 상에 현실성없는 부분이나 말도 안되는 장면들은 어차피 상상의 이야기이니 언급할 필요도 없지만 특유의 유머로 날카로운 세상을 꼬집지 못하는 장진감독 답지않은 이번 영화는 어쩌면 그의 영화에서 가장 큰 굴욕이 아닐까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