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단과 관객들에게 극과 극의 평가를 받는 감독 쿠엔틴 타란티노. <저수지의 개들>로 화려한 등장을 한 뒤 <펄프 픽션>과 <킬 빌1, 2>를 성공시키며 자신만의 스타일리쉬한 영상 세계를 가지고 있음에도 그의 영화라는 이유만으로는 국내 개봉에 물음표를 던질 수 밖에 없는 우리 현실. 지나치게 폭력적이고 가학적인 영상이 작품성을 깍아내리기도 하지만 어찌보면 가장 그 다운 영상 스타일이기에 그를 좋아하는 관객들에게는 빼 놓을 수 없는 관람의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그런 그의 신작은 무려 10년동안이나 준비했던 작품이라는 점과 브래드 피트를 필두로 쟁쟁한 배우들의 동참이 화재가 되어 개봉이후 전 세계에서 좋은 흥행 성적을 올리고 있습니다.
오래된 레코드 판을 듣는 듯한 느낌으로 시작하는 영화는 '나찌에게 복수'라는 큰 이야기 흐름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Chapter 1: 나찌에 점령된 프랑스'에서는 한스 대령을 중심으로 유태인을 혹독히 처단하는 나찌의 잔혹상을 담아내지만 본격적인 복수의 이야기를 하기에는 악랄한 나찌의 잔혹성이 부족해 보입니다. 'Capter 2 : 미친 개때들'에서는 우리의 주인공들인 '바스터즈'라는 악명 높은 게릴라 부대원이 등장하여 나찌들을 얼마나 잔혹하게 처단(?)하는지를 자세히도 보여 줍니다. 그러나 여기에서도 어떻게 모이게 되었으며 어떤 특징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몇명을 제외하고 자세한 설명이 없습니다. 이렇게 두 Chapter를 통해 양 진영의 주요 인물과 특성을 보여 준 뒤 본격적인 이번 작품의 이야기를 시작하는 'Chapter 3 : 파리에서 열린 독일인의 날' 은 Chp 1에서 홀로 살아 남은 소샤나와 독일군의 전쟁 영웅인 졸리 일병이 추가 등장하여 이야기를 풀어나갑니다.
하지만 이때부터 이야기는 큰 줄거리를 풀기 위해 지나치게 많은 대사로 이야기 흐름을 전개시키려는 새로운 그의 시도가 보입니다. 물론 궁극적으로 모든 장면에는 이유가 있었지만 그 핵심을 표현하기에 다소 많은 분량의 대사가 포함되어 상영시간을 늘리며 지루함을 전해주는 역효과도 생깁니다. 'Chapter 4 : 시네마'에서는 영웅 졸리를 영화로 옮겨 시사회를 가질 극장으로 소샤나가 운영하는 극장이 결정되어 이중 간첩의 주선으로 접선의 진행과 예상치 못한 사고등을 담고 있습니다. 그리고 마지막 'Chapter 5 : 거대한 얼굴의 복수'에서 최후에 결전이 전개됩니다. 결론 부분에서 영화 속 또 다른 영화를 만들어 모두의 복수를 꾀하는 대목은 <저수지의 개들>에서부터 감독이 좋아하는 '복수'의 연장선상을 담아 내며 영화를 마무리합니다.
이야기 내용만 보면 괜찮은 스토리를 연기하는 연기파 배우들의 흠 잡을 곳 없는 연기지만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를 좋아하는 제 입장에선 그리 잘 만들어진 영화로 보이진 않았습니다. 워낙 영화마다 잔혹한 영상이 등장하기 때문에 이번 영화에서 머리를 벗기거나 칼로 목을 따고 머리를 방망이로 깨 부수는 장면은 참고 볼만 합니다. 하지만 인물의 성격이나 스토리를 전개해 나가는데 대사로 거의 진행되기 때문에 지나치게 말이 많다는 느낌이고 이런 각 인물드의 성격이나 캐릭터의 소개가 없이 대략적인 장면만으로 설명을 대신 합니다. 거기에 가장 중요한 이야기 대상인 바스터즈의 활약상은 거의 보이지 않고 있죠.
두번째 장에서 모임에 대한 부분이 나오고 포로를 대하는 잔혹한 장면 이후로 그들이 활약하며 벌이는 나찌와의 이야기는 거의 없습니다. 영화의 결정적 장면인 히틀러까지 참석하는 독일군 최 정예 집단의 시사회를 통해 한방에 복수하는 이야기 구도이다보니 바스터즈 부대가 벌이는 개별적인 복수는 다룰 필요가 없었는지 모르지만 그 한 장면을 위해 지리하게 전개되는 상황 설정이나 대사 흐름을 따라가려면 연신 자막을 따라 다녀야 했기에 여간 힘든 관람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뭔가 한방씩이 있는 부대원들의 속절없는 죽음도 아쉬운 대목이고 히틀러까지 참석하는 시사회의 보안이 그리도 허술하다는 점도 이야기에 구멍으로 보일 뿐입니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처럼 주걱턱을 흉내내는 브래드 피트의 연기 변신과 극장 시사회가 열린 영사실에서의 총격전 장면이 그나마 신선한 재미를 준 정도이고 인물의 심리 묘사나 상황이 기발한 면이 있긴 하지만 진짜 타란티노 감독 작품이 맞는지 의문이 머리를 떠나지 않는 작품에 비평가들의 높은 평가 (A-)는 쉽게 납득이 안됩니다. 그의 영화를 거의 빠짐없이 극장에서 본 열혈 팬이지만 비평가들의 평가에도 이번 작품은 저에겐 별로 만족스런 흥미를 주지 못한 아쉬운 작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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