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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가치를 확인하며... 토끼와 리저드
novio21 2009-11-02 오후 6:58:46 889   [0]
  언제나 버림 받은 자의 고백은 슬픈 것이기보다 힘들면서도 분노에 차있다. 아마도 자신을 버린 자에 대한 분노와 그런 것에 묶인 자기 자신에 대한 분노. 아마도 인간으로서 행복하기 위해선 자신의 문제점을 남겨 둬선 안되기에 이런 것들과 힘겹게 싸워야 한다. 아마도 그런 투쟁의 결과가 좋은 결과가 나올 수만은 없겠지만 그래도 뭔가 해야 하는 것이 인간의 그 무엇인 노력 아닐까?
  인천공항은 만남과 이별의 장소다. 그러나 동시에 귀향의 장소이기도 하다. 뉴욕에서 인천공항까지 비행기 시간으로 하루 안으로 돌아올 수 있는 16시간이지만 23년 이상 걸린 것을 밝힘으로써 영화는 단순하지만 복잡한 내면의 문제를 갖고 온 어느 여자의 이야기를 시작한다. 그녀에게 한국은 자신을 버린 그들이 있을 것이며, 어느 이해 못할 의문점을 해결하기 위해 온 것이다. 왜 버렸는지, 아님 누가 버렸는지. 그것을 안다고 과연 내면의 문제가 해결될 지는 모른다. 그러나 알고 싶다. 이 점에서 그녀는 평범한 인간이다. 안다고 어떤 것도 해결될 수는 없지만 그래도 알고 싶은 근원에 대한 질문을 갖고 있다는 것. 일반인들은 뻔한 것이고 다 알고 있지만 그녀에겐 무척 심각한 고민이고 해외입양이란 새로운 현실을 묵묵히 20년 이상 살아왔으면서도 자신의 딱 3년 간의 한국에서의 인연을 알기 위해 귀향한 것이다.
  그녀를 맞이한 것은 어느 순간 죽을지 모를 답답한 가슴을 갖고 있는 택시 운전사다. 그는 남자고 아프다. 어느 순간 죽을 지도 모르는 위험을 안고서 평범한 일상을 산다. 다만 그도 좀 유별나다. 죽음을 목전에 뒀으면서도 특별하게 병원 생활을 하는 것이 아닌, 평범하게 직장을 다니고 있다. 그에게 미래가 어느 정도 허락되어 있을까? 의사 말로는 얼마 없단다. 그런데도, 그냥 그는 빨간 토끼를 찾고 있었다. 이런 상징적이면서도, 엉뚱한 꿈을 갖고 있는 그는 평범하게 살고 있는 시한부 인생이다. 그런 그에게 과거로의 여행을 이끈 것은 해외 입양됐다가 다시 한국으로 돌아온 May라는, '오월'이란 별명의 여자다.
  기묘와 우연이란 줄거리를 통해 그들은 억지로 연결된다. 어차피 문학이나 영화와 같은 서사를 갖고 있는 예술엔 ‘우연’은 매우 중요한 요소다. 그리고 그런 것들을 다 알고 우린 그 세계로 진입한다. ‘종로 3가’에서 우연하게 만나고 헤어지는 그런 남녀를 이야기를 담는 것이 아닌, 억지스럽지만 신기하지만 질긴 인연을 갖고 이야기를 만들고 감동시키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런 범주에 드는 영화다. 그리고 그런 뻔하지만 둘의 낯선 관계는 과거로의 기이한 여행을 하게 된다. 그들의 과거처럼 이미 폐쇄된 ‘예서역’은 이미 기능을 상실한 철도역이지만 그들 둘에겐 과거로의 여행과 과거의 그들간의 관계의 확인, 그리고 서로 간의 상처를 보듬을 수 있는 장소로 탈바꿈한다. 과거의 상처는 과거에 치유될 수 없는 것이다. 치유는 언제나 현재시점이다.
  과거의 자각 속에서, 혹은 과거에 있던 어느 존재를 찾기 위해 그들이 만난 것은 서로였다. 사건의 일부든, 혹은 전부든 그들은 아주 신기하고 우연한 사건을 공유하고 있고, 그것이 어느 순간 그들의 내부 고통의 원인이었다. 현대의학이 고치기 힘든 내면의 상처와 비극적 사건의 공유는 그들끼리 서로 끌리고, 의존하게 되도록 이끌었으며, 그들의 치유는 다른 사람 아닌 그들에 의한 것임을 영화는 은연 중에 밝힌다. 그리고 그런 치유는 그리 어려운 것도 아닌 솔직과 같이 있음을 통해 해결된다.
  인간은 고독하지만 그 고독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내면적인 경우, 결국 타인에 의한 것이다. 상대를 타자화하면서 자신의 내부로부터 밀어내는 것이 일상화된 현실에서 타인의 가치는 점점 망각의 세계로 가고 있다. 그러나 그 필요성이 적어진 것이 아니다. 그냥 외면할 뿐. 또 그런 것이 편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런 망각이 우리들에게 과연 무엇인지 자문해야 할 것 같다. 편한 것이 치유는 될 수 없듯 타인의 관계의 망각은 내면을 더욱 힘들게 할 뿐이다. 과거에 대한 과감한 직시와 그에 대한 적극적인 타개, 그리고 그것을 위해 타인의 필요성을 절감하는 것이야말로 해결의 실마리일 것이다. 아마 [토끼와 리저드]는 결국 고통 속에서 내면을 위한 타인의 필요성을 절감하도록 이끈 것이란 생각이 든다. 영화는 좀 지루한 관계 맺기와 우연한 만남으로 진행됐다. 그러나 그 치유의 방법 제시는 무척 인상 깊다. 나도 ‘예서역’에 한 번 가고 싶다. 그런 곳이 있을지 모르겠고, 그 곳을 어떻게 가는 지는 모르겠지만.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19 15:11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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