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선 이 영화가 최근 나온 한국공포영화 중에 단연 색다르고 짜임새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공감한다.
아주 최고!라는 생각까지는 개인적으로 안 들지만, 그래도 깜짝깜짝 놀래키는 일반적인 공포영화에 비해
분위기와 이야기만으로 소름끼치게 만들었다는 면에서 여타 쉽게 갈려는 한국공포영화와는 다르다.
'불신지옥(不神地獄)'. 신을 믿지않으면 지옥에 갈지어니...
왠지 '기독교'라는 종교를 까댈 것 같은 영화지만, 정작 영화는 기독교가 아닌,
인간의 맹신과 이기심을 동시에 까댄 영화다.
영화에서는 기독교뿐만이 아니라 접신, 무당 등 다양한 관련종교가 나온다.
무조건적으로 기도만 하면 천국에 갈꺼라는 소진이 엄마의 모습을 보면,
기독교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게하겠지만, 그건 기독교보다도 광신적으로 믿는 소진이 엄마의 맹신을
탓할 일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렇다. 접신, 무당, 부적 등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는 기독교든 미신이든
맹신하려는 그들의 모습에서 감독은 최종적으로 '인간들의 욕심과 이기심으로 인한 지나친 믿음'에 관한
엄포를 놓는 것 같다. 물론 그만큼 나약한 인간의 모습을 그려내는 것이기도 하고..
물론 그들은 암에 걸린 사람, 자식이 죽을 병에 걸린 사람 등 그냥 안위라고 하기엔,
절박한 문제들을 가진 사람들이다. 그러나, 그것들로 인해 이성적인 사람이었더라도,
벼랑끝에 놓인 절박한 상황이 되면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이러한 미신에게라도 빌고 싶어진다.
영화에서 그러한 극단의 모습을 보여준 사람이 바로 형사(류승룡)였다.
바로 1초전까지만 해도 무슨 미신짓거리냐며 남상미의 따귀를 연이어 때려되던 그가,
남상미가 접신이 들려 자신의 아이 목소리로 "아빠, 나 언제 집에 가?"라고 하자,
바로 무릎을 꿇고 제발 자신의 아이를 살려달라며 연신 빌어댄다.
이게 가장 일반적인 인간의 모습이다. 절박한 상황이 되면 그러는...
그러나, 접신이 들린 소진이를 두고 못할 짓을 한 네 명의 주민들은
죽음으로 벌 받을만 했다. 그 '이기심과 광기, 그리고 자신의 지나친 믿음'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보여준 영화 '불신지옥'은 '不神地獄'이 아닌 '不信地獄'에 관한 영화였다.
자기가 믿는 것만 믿고, 남들이 믿지않으면 그들은 지옥에 간다는 걸 설파하려는 더 무서운 이야기.
'종교'를 뛰어넘은 '모든 것에 대한 과맹신'이 드러날 때 얼마나 무서운 지 분위기와 이야기만으로
이끌어간 특이한 한국공포영화. 배우들의 연기도 모두 좋았고, 연출력도 좋았다.
그 놈의 믿음이 뭐길래, 뭐 그렇게 믿어야할만큼 인간은 얼마나 나약할 존재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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