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팍팍한 세상, 고봉밥 둥글게 사는 사람들이 있는 <샘터분식> 샘터분식
ludens 2009-11-30 오전 11:29:00 756   [0]
 ◆영화제목 : 샘터분식

◆관람일시 : 11월 23일(월) 늦은 8시

◆상영장소 : 인디스페이스 3관

◆출연배우 : 최영임, 안성민, 김진일

 

  


<샘터분식> 이전에 태준식 감독의 <필승 Ver 2.0 연영석>을 본 적이 있다. 노동가요를 부르는 연영석은 운동가이자 가수이나, 그의 노래는 흔히들 주류의 가수들과는 전혀 다른 세계인데다, 그가 찾은 현장에서도 팬들의 환호는커녕, 마이크 대 덩그러니 있는 무대 아닌 무대에 선 그를 주목하지 않는 경우도 빈번했다. 연영석은 과연 가수의 길을 계속 갈 수 있을까? 그래도 필승하시길! 감독의 당부였다.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 행복하다? 그러나 사람들이 하고 싶은 일이 아닌 하기 싫어도 일을 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우선 경제적인 이유를 들 수 있겠지만 그보다 앞서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잘 모르거나 확신이 서지 않기 때문이다.


연영석처럼 자기 길을 걷는 사람들이 안쓰러운 이유가 여기에 있다. 허나 그가 있기에 삭막한 운동 현장이, 영화에서 잠깐 보여주듯이, 흥겨운 놀이마당이 되지 않던가. <샘터분식> 역시 그런 곳이다.


골목길 어디에서 있을 법한, 서너 평 남짓 작고 허름한 분식집, 하지만 유흥가가 된 지 오래인 홍대 인근에서 조심스레 3500원, 4000원 가격표를 확인하는 가난한 이들을 맞아주는 몇 안 되는 쉼터 같은 곳이다. 가게로 들어서는 손님의 손에는 막걸리 한 병이 들려 있다. 막걸리 값이라고 아끼려고, 가게에서 사들고 들어가는 걸게다. 그리고 보지 않으려야 보지 않을 수 없는 좁은 곳에서 최영임 사장은 눈을 감아줄 것이고, 국물이라도 더 퍼내올 것이다.


영화 속 홍대 풍경은, 막 1집 포스터를 레코드점 유리창에 내걸린 20대 언더그라운드 힙합 래퍼 제리K 김진일의 공연 장면에서 비로소 익숙한 화면이 등장하지만 대개 카메라가 보는 시선은 돈 안 되는 고민, 지역공동체 운동을 하는 안성민이 근무하는 ‘민중의 집’을 비롯해 화려한 대로가 아니라 옥수수를 파는 할머니, 교회 전도지를 나눠주는 아주머니 등 길을 오가는 사람들의 평범하지만 이미지 뒤에서 알려지지 않은 홍대 앞 일상이다.


20대, 30대, 50대의 뮤지션, 지역운동가, 분식집 사장은 각각 다른 시선으로 동네를 보고, 또 다른 생각으로 살아가지만, 그들은 자본주의 시선으로 보기에 위태롭고 불안할지 몰라도, 자기 일을 두고 열심히 사는 이들이다. 


가게는 홍대 앞 개발붐에 언제 밀려날지 모르고, 경쟁을 최우선으로 삼은 세태에 민중의 집의 미약한 저항은 언제 휩쓸릴지 모르며, 병을 앓는 뮤지션의 노래는 언제 언더에서 오버그라운드로 올라올지 막막하기만 하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 샘터분식에서 밥을 만들고, 밥을 먹는 모습은 우리가 사는 세상이 복잡하지만 따뜻한 밥 한 그릇이면 그래도 위로가 되지 않은가, 라고 소박하게 질문한다. 잔잔한 이 다큐멘터리의 장점은 어떤 결과로 몰아가는 게 아니라 그 흐름을 한 발 뒤에서 바라보는 데에 있다. 일견 정치적인 감독의 시선이 배제된 건 아니지만 전작에 비해 꽤 많이 자제를 했고, 잘 참았다.


영화와 다르게 오늘 아침 새벽 4시 30분에도 샘터분식의 불을 들어왔을 것이며, 민중의 집에서는 작지만 알찬 지역 모임이 이어질 것이다. 래퍼 제리K는 원하는 대로 취업을 했을까. 그가 어디에서 일을 하든 “불안해, 불안해”를 반복하는 노랫말과는 달리, 래퍼였던 그의 경력은 활력소가 되지 않겠는가.*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15 21:21
hooper
글쿤요   
2009-12-05 08:45
sarang258
잘 읽었습니당   
2009-12-05 00:45
kooshu
떡볶이가 먹고프네요   
2009-12-01 20:58
snc1228y
감사   
2009-11-30 18:0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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