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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카엘/시크릿] 간단한 비밀, 교묘한 배치 시크릿
soda0035 2009-12-06 오전 2:07:02 1626   [0]

필자는 케이블에서 그렇게나 여러번 틀어준 [세븐데이즈]를 본 적이 없다.

물론 극장 개봉 당시에도 역시 그 무수한 입소문을 가볍게 넘긴 채 보지 않았다.

덕분에 [시크릿]을 본 지금 [세븐데이즈]와의 비교가 불가능해졌다(조금 후회ㅠ)

 

[세븐데이즈]를 너무나 재미있게 본 친구와 동행해본 결과, 친구 왈 "세븐데이즈에 비하면 별로"

그런데 [세븐데이즈]를 본 적 없는 내가 보기에도 [시크릿]은 피를 토해내며 쓴 시나리오는 아니다.

 

예고편으로 다들 알다시피 이 영화는 이성적이고 능력있는 형사 김성열(차승원 분)과

살인현장에 너무나도 확연한 자취를 남긴 그의 아내 지연(송윤아 분)에 대한 이야기다.

성열은 말도 안 될 정도로 살인사건현장 구석구석에 떨어진 아내의 흔적에 당황하지만

본능적으로 증거물을 빼돌리고 훼손한다. 이 장면에서 가장 현실감이 있었던 것은

형사로서 철두철미하고 자기주관이 뚜렷한 성열이 지연의 단추와 귀걸이를 숨길 때의

모습이었다. 그는 눈에 빤하게 안절부절 못하면서 심지어 앙숙인 최형사의 일상적인 물음

등에도 매우 횡설수설하는 모습을 보이는데 이것은 그가 아내의 범죄를 의심하게 된 바로

그 순간 해일과도 같은 절망과 당혹감을 동시에 느낀데에서 기인한 것이었다.

또 아내를 믿고 싶으면서도 눈 앞에 보이는 물증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아내가 범인이라는

가정을 하게 된 것을 뜻하기도 한다. 이 점은 피를 묻힌 채 헝클어진 모습으로 집에 돌아온

지연에게 던지는 질문에서도 느낄 수 있다. 성열이 던지는 물음은 그런 뉘앙스를 풍긴다.

아내를 용의자가 아닌 범인에 가깝게 단정하게 된 성열은 경찰동료들의 수사와 조폭 두목

재칼로부터 아내를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이 와중에 설상가상 그를 협박하는 의문의

삐에로까지 등장하면서 성열의 일상은 미친듯이 꼬이게 된다.

 

이 영화는 반전이라고 하기에는 다소 빈약한 결말을 가지고 있는데 문제는 눈치가 빠른

사람은 극 중반이 되기도 전에 그 사실을 알아챌 수도 있다. 나 역시도 뒷북이었지만

극 초반에 모든 반전의 힌트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런데 나와 내 친구는 왜 그것을

깨닫지 못했을까? 인물 비중의 교묘한 배치 때문이었다. 아내 지연의 혐의가 짙어질수록

성열을 압박해오는 의문의 삐에로...우리는 영화를 보면서 두 사람을 의심하게 된다.

둘을 끊임없이 저울질하면서 이 놈이 그 놈인가 저 놈이 그 놈인가 생각하기에 바빴다.

그 때문에 어쩌면 의외로 간단했을 반전에 대해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감독도 어느정도 그러한 이점을 노렸던 것일게다.

이는 마지막 반전의 빈약함을 감독 역시도 절실하게 느끼고 있었다는 뜻도 된다.

 

[시크릿]에서 살인사건의 범인이 누군지는 궁금하기는 해도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오히려 살인과 전혀 관계가 없을 법한 평범한 아내, 주부인 지연이 어째서 그곳에 흔적을 남겼는지

그녀는 왜 어떤 대답도 제대로 해주지를 않는 지가 더욱 의문이다.

성열의 답답함과 절망은 관객에게도 그대로 전해진다. 그것은 지연의 묵묵부답 때문이었다.

이 영화는 부부인 성열과 지연의 관계, 감정선에 상당부분 비중을 두고 있다.

스릴러의 탈을 쓰고 있지만 어쩌면 처음부터 그런 류의 긴장감 넘치는 영화로 만들 생각이

아예 없던 게 아닌가 싶기도 하다.

차승원은 성열의 모습을 제대로 해석해 보여주었지만 송윤아의 지연은 다소 약한 느낌이었다.

그녀는 제목에서 말하는 어떤 비밀(아주 깊고 무거운)을 품은 채 극 후반까지 침묵하는데

송윤아는 그런 지연의 아픔과 원망을 완벽하게 표현하지 못했다.

특히 딸의 영상을 보며 각각 다른 곳에서 울음을 터뜨리는 성열과 지연의 느낌은 판이했다.

실제로 두 아이의 아버지인 차승원에게서 애틋한 부정과 딸에 대한 죄책감이 느껴졌다면

송윤아에게서는 그저 눈물만이 느껴질 뿐이었다(아직 엄마가 아니라 그런 듯 싶다)

 

그리고 정말 마음에 안들었던건 마지막 반전을 뒷바침하는 엔딩장면이다.

연락처를 주머니에 구겨넣은 채 활짝 웃는 지연을 어색하게 바라보며 걷는 그 장면이

엔딩으로써 전혀 손색이 없었기에 맨 뒤의 화면은 사실상 군더더기처럼 보였다.

기실 엔딩은 이미 났고 이 장면은 다소 부수적인 영상인데 이것이 완전 맨 뒷 순서로 빠지는

바람에 매우 불필요하게 덧붙인 느낌이 강하게 묻어났다. 물론 단추와 귀걸이에 대한 해답을

제시해주기 위해 삽입한 것으로 보여지는데 약간 겉도는 느낌과 이미 아는 사실을 굳이

한번 더 말해주는 느낌이 들었다.

 

결론은,

[세븐데이즈]의 치밀함에 감명받아 상영관을 찾고자 하는 분들은 좀 더 숙고하시라 말하고 싶다.

근래에 본 한국형 스릴러를 통틀어 가장 깔끔하기는 하다.

하지만 너무 깔끔해서 뭐랄까 약간 뭔가 덜 들어간 음식을 먹는 느낌이다.

마치 맛집 요리를 먹고 집에서 그 맛을 더듬어 만들어보는데

아무리 수차례 맛을 보고 이것저것 뭘 더 넣어봐도 한 가지가 덜 들어간 느낌

그런데 그걸 도저히 밝혀낼 수가 없는 느낌이랄까...;;;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15 18:48
kim31634
세븐데이즈도 잼있게 봤지만 시크릿도 마지막 반전.. 대박 ㅋ   
2009-12-21 22:22
man4497
잘 봤습니다.   
2009-12-07 16:11
snc1228y
감사   
2009-12-07 15:58
podosodaz
잘 읽었습니다   
2009-12-06 18:07
ekduds92
잘읽었어요~   
2009-12-06 11:08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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