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으로 유쾌한 영화를 한 편 보고 온 것 같다. 개봉 당시에는 별 관심이 없다가 개봉 후 관객들의 훈훈한 입소문에 이끌려 보게된 영화 '바람 : Wish'가 바로 그것이다. 영화 '스페어'의 감독 이성한 감독과 배우 '정우'가 다시 만나 만든 영화. 주인공 정우의 자전적인 이야기라고 하여 더 실감나게 다가온 영화이다. (별명 '짱구'나 김정국이라는 본명도 모두 배우 '정우'의 것들이다.)

영화의 이야기에서는 크게 새로울 것이 없다. 대한민국에서 남자 고등학교를 나온 사람이라면, 어느 정도 공감될만한 이야기. 각 학교 각 반마다 조금씩 노는 애들이 있기 마련이었다. 그런 아이들 중 하나였던 짱구 '김정국 (정우)'. 고등학교에 올라오면서 뭔가 새로운 일이 펼쳐질 것 같은 예감이 드는 그에게, 막상 양아치같은 삶은 엄격한 집안과 아버지 덕분에 꿈도 꾸지 못할 상황이다. 그러나, 그 나이대의 남자들이라면 조금씩 꿈꿔봤던 뭔가 다른 삶, 특히 조금 노는 듯한 애들의 무리에 끼어서 멋있게 고등학교의 일상을 보내고 싶었던 마음. 짱구 '정우'도 그랬다. 그는 어찌저찌하여 (사실 영화를 보면 인맥과 그의 무던함덕분) 노는 애들과 어울리게 되고 불법써클에게까지 가입하게 된다. 그러나, 정작 그도 그렇고 영화도 그렇고 크게 싸우는 장면이 하나도 없다. 폭력을 휘둘러서 그렇게 된 아이가 아니라는 사실.

영화내용만 보면 뭔가 고등학교 시절의 불법써클이나 폭력성을 조장하는 영화일 것 같지만, 되새겨보면 영화에서 우리가 기대했던 액션씬이나 폭력씬이 나왔던 적은 한번도 없었던 것 같다. 물론 같은 반 아이들을 툭툭 때리는 장면은 나오지만 말이다. 우리가 생각하던 그런 영화가 아니라는 말이다. 그들의 일상은 친구들과 함께 바람처럼 흘러가고, 그 안에서 영화의 배경이 되는 부산에서의 짱구의 삶이 펼쳐진다. 사고도 치고, 노는 애들하고도 어울려보고, 경찰서 구치소에도 가보고... 내가 아니더라도 근처에 한 두명은 있었을법한 그런 애들의 이야기. 뭔가 불량한 느낌은 싫지만, 한번쯤 그 무리에서 놀아보고 싶었던 그 욕망. 대한민국 남자 고등학교를 다녀본 사람이라면 조금은 공감되지 않았을까?

영화의 전반부는 그렇게 고등학교 시절 질풍노도처럼 흘러가는 짱구 '정우'의 인생을 유쾌하게 그려낸다. 한 대 쥐어받고 때려박고 싶지만 왠지 정감이 가는 인물. 이 영화에서 가장 좋았던 점은 이 점이었다. 배우 '정우'가 양아치같은듯해도 뭔가 그들과는 다르고, 때로는 정감가고 때로는 밉지않게 웃어대는 그러한 인물을 너무 잘 연기해낸 것이다. 노는 애인 것 같아도, 엄격한 집안에서 가족을 생각하고 아버지의 모습을 그리워하는 캐릭터이다. 이 영화에서의 정우를 보고, 앞으로의 스타가 아닌 연기자 '정우'로서의 모습이 더 보고싶어졌다.

그렇게 전반부는 흘러가고, 후반부는 '아버지', '가족'의 이야기를 담아낸다. 노느라고 정신이 없었던 자신의 곁에는 항상 가족과 아버지가 있었다. 간경화로 퉁퉁 부은 발을 보면서, 결국 아버지를 떠나보내고 울음이 나오지도 않던 장례식장에서, 그는 아버지와 같았던 형이 군대에서 돌아온 모습을 보자마자 참아뒀던 눈물이 한없이 흘러내린다. 나 아버지에게 하고싶었던 말 있었는데.. "나, 괜찮은 어른이 될꺼예요, 걱정하지 마세요." 결국 전하지 못했던 말은, 평생 마음에 남게된다... 그러한 마음으로 이 영화를 자전적으로 담아낸 배우 '정우'의 이야기는 관객에게 공감과 향수를 동시에 불러일으킨다.

'바람'처럼 흘러갔고, '나의 바램 (Wish)'이 있다면 다시 돌아가고싶은 바로 그 시절... 너 1학년으로 다시 돌아가라면 돌아갈래?하면서 친구들이 졸업식날 서로 물어보고 모두들 당연히 돌아가겠다고 말한다. "내가 그 시절로 다시 돌아가고 싶은 이유는..."이라는 마지막 정우의 대사는, 지금까지 우리가 보아온 그의 그러한 정겨운 삶이 있었기 때문이다. 정겨운 사투리를 쓰고, 조금 놀았어도 정겹고 든든한 친구들이 곁에 있었다. 극장을 돌아보니, 어르신들도 젊은이들도 꽤 있었다. 누구나 한번은 거쳐왔던 그 시절.. 그리고 나의 가족 이야기... 많은 분들이 정겹게 웃고 울고 가신 자리가 남아있었다. 이 영화는 그렇게 관객들에게 가슴깊이 스며들었다. 쌉싸름한 옛날식 드롭캔디를 하나 먹은듯한 느낌...아련하지만 상쾌한 그 맛...간만에 보석같은 영화를 발견한 느낌의 영화가 바로 '바람 : Wish'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