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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곡차곡 쌓이다 결국엔 무너져 내린다.... 엘라의 계곡
ldk209 2009-12-15 오후 10:29:47 1272   [2]

차곡차곡 쌓이다 결국엔 무너져 내린다....★★★★

 

※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헌병 수사관 출신의 퇴역 군인 디어필드(토미 리 존스)는 이라크에 파병되었다가 돌아온 아들이 실종되었다는 연락을 받고 직접 아들을 찾기 위해 나선다. 그러던 중 아들은 불에 타 들짐승들에 뜯긴 참혹한 모습으로 발견되고, 마약 범죄 조직의 소행으로 덮으려는 군 당국에 맞서 지역 경찰인 에밀리 샌더스(샤를리지 테론)와 함께 진실을 찾기 위해 흔적들을 추적하기 시작한다.

 

결론적으로 말해 <엘라의 계곡>은 아들이 누구의 손에 죽었는가를 밝히는 게 중요한 영화는 아니다. 죽인 이유를 묻는 영화이기는 하지만, 살인의 순간에 무슨 일이 있었는가가 아리나, 누가, 무슨 일이 미국의 젊은이들을 괴물로 만들었는지 묻는 영화이며, 더 나아가 미국 스스로 위기에 빠진 미국을 구해낼 능력이 있는지를 자문하게 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어쩌면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파병 논란에 휩싸일 우리를 향한 질문이기도 하다.

 

한 개인의 삶에는 그 사회의 역사가 등재된다. 덧붙여 개인적 슬픔이 곧 공적 비극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는 매개가 되기도 한다. 최근에 개봉했던 존 쿠색 주연의 <굿바이 그레이스>는 참혹한 전쟁 장면을 단 일초도 보여주지 않지만, 어떤 영화보다 강렬한 반전 의식을 드러낸다. <엘라의 계곡> 역시 마찬가지다. 그런데 <엘라의 계곡>과 <굿바이 그레이스>는 흐느낌과 절제라는 결정적 차이를 드러낸다.

 

영화가 상영되는 2시간 동안 주연을 맡은 토미 리 존스의 얼굴 표정은 거의 변화 없이 담담함을 유지한다. 심지어 아내 조안(수잔 서랜든)이 “남자다움을 증명하라며 입대를 권유한 당신 때문에 첫째도, 둘째도 죽었다”며 울부짖는 소리에도 조용히 “미안하다”며 되뇌일 뿐이다. 오히려 슬픔은 그의 표정이나 말보다는 몸짓으로 표현된다. 두 손으로 얼굴을 부여잡고 모텔 침대에 앉아 있는 뒷모습은 그 어떤 말보다 아버지의 슬픔을 진하게 전해준다.

 

아버지만이 아니라 <엘라의 계곡>에 출연하는 대부분의 인물들이 극도로 감정 표현을 자제한다. 이런 영화에서 한 번쯤은 울부짖었을 아들의 전우들도 마치 감정을 삭제해버린 사이보그마냥 무덤덤하다. 영화의 마지막 부분에서 왜 죽였느냐는 질문에 대답하는 사병의 표정은 그저 녹음기를 늘어놓은 듯 감정이 없다. 아버지를 만난 아들의 전우들은 “이라크를 핵폭탄으로 밀어버려야 해요”라며 무표정하게 말하거나 “지옥에서 적응하려면 괴물이 되어야 해요”라며 참혹했던 현실이 일단을 살짝 비출 뿐이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의 핵심은 아들 실종 사건의 진실을 확인해 나가는 과정에서 아버지의 변화해가는 모습이다. 헌병 수사관으로 근무하다 제대한 퇴역 군인인 행크 디어필드는 단 두 장면만으로도 어떤 인물인지 확연히 알 수 있는 캐릭터다. 차를 타고 지나가 거꾸로 걸린 성조기를 보고는 내려 바로 잡아주는 애국적 인물. 그는 국기를 거꾸로 달아 놓는 것은 스스로 위기에서 벗어날 수 없으니 빨리 와서 도와달라는 국제적 기호라는 친절한 소개를 덧붙인다. 그리고 혼자 있는 모텔에서도 항상 꼿꼿한 자세를 유지해야 하고, 옷을 벗고 있는 웨이트리스에게 부인이라는 경어를 쓸 정도로 보수적 인물.

 

앞에서 말했듯이 애국적이고 완고할 정도로 보수적인 그가 변화하는 모습을 눈치 채기란 쉽지 않다. 조금씩 진실이 드러날수록 그의 몸짓은 조금 흔들리는 듯하지만, 사병들이 의심스럽다는 에밀리 샌더스 형사의 추측에 “전우는 절대로 그럴 수 없다”며 완고히 현실을 부정한다. 그러나 그가 부정한다고 현실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마지막 그의 결단은 영화 내내 그가 보여준 절제를 고려해보면 뜻밖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이유로 더욱 무겁다.

 


(총 1명 참여)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15 17:05
kimshbb
사진 감사   
2009-12-21 20:49
soja18
감사   
2009-12-21 14:34
jhee65
지루할 거 같은데 의미있는 영화같군요   
2009-12-19 12:06
man4497
잘읽었습니다   
2009-12-18 14:46
snc1228y
감사   
2009-12-16 12:18
cgv2400
평이 좋네요
좀 지루할 것 같아서 안 봤었는데..
잘 읽었습니다^^   
2009-12-16 10:5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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