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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상적이진 않지만 유쾌하고 즐길만하다.... 전우치
ldk209 2009-12-23 오후 1:55:06 1369   [4]
인상적이진 않지만 유쾌하고 즐길만하다.... ★★★

 

때는 500년 전 조선시대, 전설의 피리 ‘만파식적’이 요괴들 손에 들어가자 신선 3인방(송영창, 주진모, 김상호)은 당대 최고의 대사인 천관대사(백윤식)와 화담(김윤석)에게 부탁해 요괴를 붙잡고는 ‘만파식적’을 쪼개어 천관대사와 화담이 나누어 보관한다. 이후 천관대사가 의문을 죽임을 당하자 이를 망나니 도사 전우치(강동원)의 짓이라고 오해한 신선들은 화담과 함께 전우치와 초랭이(유해진)를 그림 속에 봉인한다. 이로부터 500년 후, 봉인된 요괴들이 나타나자 신선3인방은 어쩔 수 없이 전우치와 초랭이를 불러내 요괴를 잡아 줄 것을 요청한다.

 

미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를 배경으로 제작된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대게 유치한 B급 코미디 영화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예산의 문제일지도 모르고, 미국의 자경단이라는 배경이 부재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또는 세계 유일 초강대국 미국이라는 현실적 힘과 슈퍼히어로의 이미지가 겹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한국적 슈퍼히어로의 탄생을 알리는 <전우치>는 이런 차원에서 보면 분명 성공적 모델에 가깝다. 성공이라고 보는 건 현실에 존재할 것 같은 기시감이 들어서가 아니라, 유쾌하고 경쾌하지만 결코 유치하지는 않으며, 당대의 현실과 조우하려는 시도들 때문이다.

 

무엇보다 <전우치>의 장점은 그 코믹함과 유쾌함에 있다. 강동원이 연기하는 전우치는 전형적인 영웅이 아니다. 그렇다고 반영웅도 아니다. 그는 거의 악동에 가깝다. 항상 싱글생글거리며 장난감을 찾는 아이처럼 전우치는 도무지 진지함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장난꾸러기 모습, 바로 그 자체다. 전우치가 도사가 된 것도 대의명분이 있어서가 아니라 그저 유명해지고 싶은 욕망 때문이다. 스승의 원수를 갚겠다며 나서는 것도 진정성보다는 재밌는 일이 생겼기 때문이라는 느낌이 더 강하다. <전우치>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이러한 전우치의 이미지와 강동원의 이미지가 너무도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이다. 실제 강동원이 그러한 지는 모르겠지만, 최소한 강동원에게 있어 이제까지의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필모그래피를 가지게 되었음은 분명한 것 같다. 그리고 그가 뿜어내는 장난끼는 영화를 즐기려는(!) 관객들에게 유쾌 바이러스를 뿌려 댄다.

 

전우치의 주위에서 옥신각신하는 초랭이와 신선 3인방이 펼치는 코미디의 힘도 크다. 유해진의 연기는 실제 개가 사람이 된 것처럼 관객에게 놀라움과 재미를 안겨주며, 자칫 동일한 캐릭터가 되기 쉬웠을 신선 3인방은 그 정신없는 가운데서도 자신만의 독특한 캐릭터를 빛내며 능숙하게 주조해나간다. 거기에 인경(임수정)의 약간은 엉뚱하고 묘한 캐릭터가 빚어내는 느낌도 괜찮다. 반면 과거의 인물이 현대에 와서 문화적 충돌을 일으키는 코믹 장면은 의외로 별로 보이지 않는다.

 

결론적으로 말해 <전우치>는 충분히 유쾌하게 즐길만한 영화인 건 사실이다. 문제는 영화 내내 자잘한 잔재미를 주는 데 반해 큰 한 방, 강렬함이 부재하다는 점이다. 그러니깐 별로 인상적이지 않다는 것이다. 뭔가 재밌어서 웃었는데 돌아서고 보니 왜 웃었는지 이유가 생각나지 않는 것처럼 말이다.

 

왜 그럴까? 우선 요괴라는 캐릭터가 모호하다. 쥐와 토끼를 기본으로 하는 캐릭터의 외형이 문제인 건 아니다. CG로 만들어진 요괴가 좀 어설프긴 해도 크게 문제삼을만한 지점은 아니다. 문제는 도대체 요괴가 왜 나쁜지 전혀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말로 요괴는 나빠서 잡아야 한다는 데 대체 이들이 무엇을 하기에 나쁘다고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 사람을 속여 재물을 빼앗는 것도 아니고, 인명을 해치는 것도 아니다. 화담이 식당에서 많은 사람을 살해하는 장면이 있기는 하지만, 이는 요괴라기보다 화담의 짓이다. 그리고 ‘만파식적’을 요괴가 가지게 되면 어떤 힘을 가지게 되는 지도 좀 모호하다. 게다가 요괴나 화담, 전우치 등에게서 ‘만파식적’을 소유하고 픈 강렬한 열망이 그다지 느껴지지도 않는다. 그저 한 번 소유해 보고 싶다는 정도랄까? 반지에 대한 골룸의 열망이 새삼 생각나는 지점이다.

 

두 번째로 강동원 캐릭터에 비해 김윤석과 임수정의 캐릭터가 빈약하다는 점이다. 분명 예의와 절제를 알던 선비도사 화담이 악당으로 변하는 것과 엉뚱하면서도 의외로 팜프파탈적 매력을 드러내는 인경의 캐릭터가 충분히 인상적인 건 사실이지만, 강동원의 캐릭터에 묻혀 뚜렷한 인장을 남기진 못한다. <전우치>같은 영화가 슈퍼히어로 혼자 북 치고 장구 치는 영화가 아니라는 점에서 캐릭터 간 비중의 현격한 차이는 영화의 긴장감을 높이는 데 큰 결함으로 작용한다.

 

마지막으로 스토리가 너무 단순하고 직선적이다. 물론 영화 초반과 중반에 여러 가지 단서들을 뿌리고 다니며 이를 후반에 극적으로 드러내 영화적 재미를 높이기는 하지만, 그 정도뿐이다. 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내가 <전우치>의 스토리가 단순하고 직선적이라고 느낀 것에는 화면의 공백 때문에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슨 말이냐면, <전우치>에는 주요한 인물 외의 배경으로 등장해야 할 인물들이 거의 소거되어 나타난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고가는 영화 세트장은 대부분 한산해 마치 도사들이 싸울 수 있도록 미리 비켜주는 것처럼 느껴진다. 전우치와 요괴가 싸움을 벌이는 서울 시내의 거리엔 단 한 명의 사람, 한 마리 개조차 보이질 않고, 심지어 자동차의 보안장치가 울리고 간판이 무너지고 에어컨 실외기가 떨어져나가는 소동이 이는데도 창문으로 쳐다보는 사람 한 명 없다. 차라리 “어느 세월이나 백성들 생각하는 관리는 없군”이라는 전우치의 말처럼 사회성을 좀 더 보강했더라면 어땠을까 싶다.

 

※ 덧붙여 말하자면 이 영화가 강렬한 인상을 남기지 못한 가장 큰 이유 중의 하나는 아마도 마지막 클라이맥스를 장식하는 액션 때문일 것이다. 단적으로 너무 어이가 없을 정도로 힘도 없고 재미도 없다. 그리고 상영 시간이 너무 길다. 굳이 필요하지 않았을 장면들을 쳐내서 좀 더 빠르게 갔더라면 좋았을 것 같다.

 

※ 기사 시사회에서 가장 큰 웃음이 터진 부분은 청계천을 거닐던 전우치와 신선 3인방이 요괴를 만나는 장면이라고 한다. 여기에서 신선 3인방은 쥐의 모양을 한 요괴를 보고 “아이, 저 쥐새끼 저거...”하고 소리친다고 하는데 여기에서 빵 터졌다고 한다. 그런데 혹시 내가 놓친 건가? 이 부분을 본 기억이 없다. 아마도 정치적 해석에 따른 부담감 때문에 편집된 듯하다.

 


(총 1명 참여)
hssyksys
잘봤습니다^^*   
2010-04-10 23:50
zoophi
저도 보고싶네요   
2010-01-14 21:27
kimshbb
통 내용이업어요   
2010-01-07 20:15
sarang258
감사   
2009-12-24 15:59
snc1228y
감사   
2009-12-24 14:43
cgv2400
편집됐나봐요 그래도 러닝타임이 길다던데 ㅋ   
2009-12-24 11:59
fa1422
잘 봤습니다.   
2009-12-23 19:19
jhee65
잘 봤습니다.   
2009-12-23 17:06
1


전우치(2009, Jeon Woo Chi)
제작사 : 영화사 집 / 배급사 : CJ 엔터테인먼트
공식홈페이지 : http://www.jeonwooch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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