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고나면 난해하고 아리송한 느낌이 먼저 들게끔 하는 이 영화 '더 박스'는 알고보니 '도니 다코'의 감독의 영화였다. 몽환적이고 추상적인 컬트로 추앙받았던 '도니 다코'의 감독 '리차드 켈리'의 새 작품. '도니 다코' 이후에는 '사우스랜드 테일'이라는 저주컬트를 만들었었는데, 평가는 재앙이었다. 이번 '더 박스'는 그만큼은 아니지만, 역시 평이 좋진않다. 흥행도 카메론 디아즈, 제임스 마스덴 주연의 스릴러영화로 홍보했는데 1400만달러.
카메론 디아즈와 제임스 마스덴 부부에게 어느 날 '박스' 하나가 택배로 보내져온다. 그 안에는 '버튼'을 누를 수 있는 상자가 있는데, 그 버튼을 누르면 100만달러 (약 12억)을 얻을 수 있지만, 세상에 내가 모르는 누군가가 죽는다고 한다. 이럴 때 당신은 어떻게 하겠는가? 100만달러를 받고, 모르는 누군가를 죽게할 것인가? 그 죄책감과 도덕적 딜레마 속에서 살아갈 수 있을 것인가? 그들 부부는 버튼을 누른다. 그리고 뒤를 감당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상자와 버튼 하나로 인간의 도덕적 딜레마를 시험한다. 얼마나 흥미로운가? 충분히 저예산으로도 신선한 아이디어 하나로 메시지와 스릴러적인 긴장감을 다 가져갈 수 있다. 근데 감독이 '도니 다코'의 감독이어서 그랬나? 영화는 앞에만 그 이야기를 깔아놓고 뒤로 갈수록 우주의 생명체적인 존재가 등장하는 SF로 가는 사공의 실력을 보여준다. 딱히 영화에서도 그 실체를 보여주진 않지만, 여러가지 상황적인 것을 보여주어 그렇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 내가 생각한 건 이게 아닌데...하면서 조금씩 벙찌기 시작했다.
어쨌든간에 이야기는 '더 박스'의 버튼으로 인한 인간의 도덕적 딜레마로 시작하고 끝을 맺는다. 인간의 욕망을 막을 수 없다면, 인류는 멸망한다. 영화 속 대사에서 나왔다. 물론 그 욕망을 시험하기 위하여 모든 사람들을 대상으로 한다지만, 희망을 찾는 숫자가 더 적었나보다. 영화는 우울하게 끝을 맺는다. 중간에 굳이 SF적인 요소가 등장해서인지, 충분히 설득력있는 소재와 아이디어였는데 영화가 붕~ 떠버린것 같았다. 이런 요소빼고 미스테리 스릴러로 갔으면 메시지와 스릴러적 재미를 동시에 잡을 수 있었을텐데.
도덕적 딜레마로 극을 이끌었어도 충분히 영화가 될법했다. 그 점이 가장 아쉽다. 보고있으면 영화 끝날때까지 도대체 무슨 일인지 가르쳐주지 않는 내용에 답답해할 것이고, 끝나고나서도 이게 모야?하는 어벙벙함을 남기는 영화의 두루뭉수리함에 어이가 조금 없어질 것이다. 그게 '도니 다코' 감독 영화의 특징인가 보다. 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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