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개가 출연하는 많은 영화를 보았습니다. 인간의 가장 친한 친구인 '개'는 늘 인간과 가까이 생활하며 감정을 교류하고 충직하게 곁을 지켜주는 동물로 묘사되었습니다.  그런 이유로 지금까지 개를 주연으로 내세우는 영화의 대부분은 초반부 개와 즐겁고 행복한 시간 (특히 강아지때의 귀여운 모습은 보기만해도 즐겁고 사랑스럽죠)을 그리다가 후반부 서로의 이별을 준비하고 슬픈 이별을 통해 관객들을 눈물 흘리게 하는 공통적인 패턴을 보입니다.

하지만 <퀼>은 개를 다룬 영화와 비슷한 패턴을 가지고 전개되는 듯 하지만 상당히 다른 관점의 변화가 돋보입니다.  지금까지는  인간이 바라보는 '개'에 대한 시선으로 인간 중심적인 개에 대한 시각을 그려 냈었지만 <퀼>은 개의 탄생과 죽음까지 기간동안에 인간과 교류하고  일반적이지만 영화에선 잘 나타나지 않았던 행동을 사실적인 시각으로 바라봅니다. 가령 <퀼>에서 보면 주인에게 혼난 쿠우(퀼의 애칭)가 집을 나가 가출하는 장면처럼...

또 인간과 개가 원치 않은 영원한 이별을 하지만 주인을 잊지 못하고 그 자리에서 하염없이 기다리는 충직한 모습의 개(영화 <하치이야기>처럼) 와는 달리 조련사에 끌려 주인의 관을 무심한 시선으로 쳐다보다 가는 퀼을 볼 수 있습니다. 퀼은 태어나서부터 엄마와 이별하고 '퍼피워커'라는  1살까지 키워주는 대리부모와 두번째 이별을 하며 맹인견의 생활을 한 뒤 세번째 이별이 있음을 암시하여  어렴풋이 눈물을 흘릴 것이라는 예상을 하지만 <퀼>에서는 그런 눈물샘을 자극하는 충직한 개의 모습 대신 바로 자신의 새로운 인생을 살아가는 개에 초점을 맞춥니다.

물론 맹인견이 되기 위해 와타나베와 훈련을 하고 졸업 후 실생활의 장면은 따듯한 감동과 눈물을 지어내기도 합니다. 영화 초반 부 퀼이 태어나면서부터 비록 짧은 시간이지만 강아지때의 모습은 너무 귀엽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나 그런 지금까지의 유사한 영화에 더해 최양일 감독은 개와의 이별의 슬픔보다는 서로 함께 했을 때 행복했던 시간을 더 중요하게 바라보았고 이별 후 개도 자신의 행복한 혼자만의 삶을 사는 차별화된 시각을 보여 줍니다.

<맹인안내견 퀼의 인생>이라는 베스트셀러를 <피와뼈>를 통해 국내에 알려진 최영일 감독이 영화로 옮긴 작품으로 2004년도 일본 개봉 당시 괜찮은 흥행성적을 거둔바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리메이크를 할 정도로 탄탄한 원작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 5년이나 지난 지금 뒤늦게 개봉한 것이 조금 아쉽기도 하지만 지금까지와는 개를 바라보는 영화 속 전혀 다른 색다른 시선이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지금껏 잊으며 지냈던 어린 시절 함께 한 우리 강아지와의 행복했고 가슴 따듯한 순간 그리고 이별로 눈물 흘렸던 그 시절이 문득...떠 오르는 영화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