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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지의 과잉...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
ldk209 2010-01-04 오후 1:35:22 1872   [4]
이미지의 과잉... ★★★

 

아주 오래 전 수도사였던 파르나서스 박사(크리스토퍼 플러머)는 악마 미스터 닉(톰 웨이츠)과의 거래로 영생을 얻게 된다. 수천 년이 흘러 젊은 여인과 사랑에 빠지게 된 박사는 또 다시 악마와의 거래를 통해 젊음을 얻은 대신, 딸 발렌타인(릴리 콜)을 16세가 되면 악마에게 바쳐야 하는 운명에 처하게 된다. 드디어 발렌타인의 16세 생일을 며칠 앞두고 악마 닉은 5명의 영혼을 빨리 거두는 사람이 이기는 새로운 제안을 하게 된다. 다리에서 죽기 일보 직전의 남자 토니(히스 레저, 조니 뎁, 콜린 파렐, 쥬드 로)를 구해 준 박사는 토니와 함께 악마와의 내기에서 이기기 위해 분투한다.

 

사실 테리 길리엄 영화는 줄거리를 읊는다는 것하고 별로 어울리는 조합은 아니다. 그러니깐 그의 영화는 줄거리나 인과관계보다는 마치 꿈이 흘러가듯 기괴한 상상력으로 채색되곤 하기 때문이다.(아침에 일어나 생각해보면 앞뒤가 들어맞는 꿈은 찾아보기 힘들다) 대단히 정상적으로 보이는 영화들조차 테리 길리엄 영화 중 기괴하지 않은 영화가 단 한 편이라도 있었던가. 그렇다고 보면 그의 영화가 대중들에게 이토록 관심의 대상이 된 건, 분명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이유 때문일 것이다.

 

<다크 나이트>로 최고 배우라는 명성을 얻게 된 히스 레저는 <그림형제 : 마르바덴 숲의 전설> 출연으로 인연을 맺게 된 테리 길리엄의 새로운 영화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에 출연, 약 40% 정도 촬영이 진행되던 도중, 약물 과용으로 사망하게 된다. 지극히 비대중적인 테리 길리엄의 영화에 투자가 가능하게 된 이유가 바로 히스 레저 때문이었는데, 주연배우가 사망하자 기다렸다는 듯이 투자가 철회되었다고 한다. 히스 레저의 유작을 완성해야 된다는 의무감으로 테리 길리엄은 나머지 분량을 테리 길리엄의 절친인 배우들에게 출연을 요청했고, 즉시 조니 뎁, 쥬드 로, 콜린 파렐이 응해 결국 영화는 완성되기에 이르렀다.(이 세 배우는 자신의 출연료를 히스 레저의 유족들에게 남겼다고 한다)

 

마치 유랑 극단 같은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누구라도 자신의 꿈을 현실처럼 보여주는 공간이다. 도망갈 곳이 필요한 사람에게는 구름 위로 올라갈 수 있는 거대한 사다리가 등장하고, 맛난 것을 찾는 아이에게는 사탕구름이 열리며, 꾸미기 좋아하는 귀부인에게는 하이힐과 보석이 널려 있는 곳이 바로 거울 뒤의 상상극장인 것이다. 그러나 사람들은 상상의 힘을 믿지 않는다.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그저 취객들의 장난의 대상이 되거나 경찰들로부터 쫓겨나기 일쑤다. 그러나 파르나서스 박사는, 아니 사실은 테리 길리엄 감독은 끊임없이 이야기의 중요성, 그리고 상상하기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수도사 파르나서스 박사를 처음 찾아온 악마는 모든 수도사의 입을 봉하고선, ‘그래도 세상은 변함없이 흘러간다’며 파르나서스 박사를 조롱한다. 그러나 파르나서스 박사는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누군가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며, 그 이야기가 바로 세상을 이끄는 힘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는 반대로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은 이야기는 부실한 가운데, 이미지의 과잉이 관객을 짓누른다. 테리 길리엄의 영화가 대체로 그렇지 않냐고 말할 순 있어도, 그런 테리 길리엄의 기괴한 상상력이 날카로운 현실과 조우했을 때 <브라질>과 같은 걸작이 탄생했음을 돌이켜보면 현실의 테리 길리엄에 안타까움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히스 레저의 유작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그의 대역을 한 조니 뎁, 콜린 파렐, 쥬드 로의 모습이 영화 속에서 튀지 않는다는 건 어쨌거나 인정할 부분이다. 이건 현실의 토니와 거울 속 상상극장에서의 토니의 모습이 변형되는 것으로 시나리오를 수정했기에 아마도 가능했던 부분일 것이다. 정확하게는 기억나지 않지만 거울에 들어간 조니 뎁이 요절한 배우들을 거론하며 “그들은 여전히 젊은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기억될 것”이라는 말을 할 때, 영화는 가장 가슴 찡한 순간을 제공한다. 그건 당연하게도 이 대사가 히스 레저를 생각나게 하기 때문이다. 테리 길리엄은 이 대사를 히스 레저 사후에 만든 것이 아니라 원래 시나리오에 있었다고 한다지만, 그래도 어떠랴. <파르나서스 박사의 상상극장>이 히스 레저의 유작이 되기엔 좀 안타깝긴 하지만, 이 대사만으로 히스 레저를 기리기엔 충분하리라.

 

※ 영화를 보기위에 극장에 들어간 순간, 기겁하는 줄 알았다. 웬 아이들이 이렇게나 많은지. 아마도 히스 레저부터 유명한 배우들이 줄줄이 출연하고, 여기저기 광고도 나오니깐 호기심에 보러 왔을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아바타>나 <전우치>를 보러 왔다가 자리가 없어서 이 영화를 택했을지도 모른다. 테리 길리엄의 영화가 대체로 어떠하리란 사실을 알고 있는 나로선 내 주위를 둘러싼 아이들의 반응이 대단히 염려스러웠다. 아니나 다를까. 영화가 중간 정도에 이르자 아이들은 들락날락 거리고, 자주 핸드폰을 열어 시간을 확인하는 등 부산해지기 시작했다. 나로선 객석 풍경이 또 다른 악몽의 상상극장이었던 셈이다.

 


(총 1명 참여)
hssyksys
잘봤습니다^^*   
2010-04-14 02:08
jhee65
히스 레저의 유작   
2010-01-13 13:28
naredfoxx
진짜... 사진 잘보고 갑니다. 갑자기 꼭 보고 싶어졌어요.   
2010-01-09 11:14
kimshbb
자료 멋잇어요   
2010-01-06 11:18
moviepan
과잉이라   
2010-01-04 21:21
snc1228y
감사   
2010-01-04 21:15
boksh2
감사요   
2010-01-04 16:28
man4497
잘봤어요   
2010-01-04 14:4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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