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라노말 액티비티(Paranormal Activity)
감독: 오렌 펠리 출연: 케이티 피더스턴(케이티), 미카 슬로앳(미카), 마크 프레드릭스(심령술사),
애슐리 팰머(다이안)
커플(미카)이 주택에서 지낸다. 남자(미카)는 종일 카메라를 들고 집안 구석구석과 여자(케이티)친구를 찍는다. 핸드핼드로 찍어 흔들리고 구도는 없다. 그냥 찍는다. 카메라를 상대에게 들이대면서 인터뷰처럼 상대의 생각과 마음을 물어본다. 심지어 자는 순간까지 카메라로 촬영한다. CCTV보다 더하다.
미확인 물체냐?
어느 날 여자친구는 무언가 있다고 한다. 그것은 알 수 없는 물체, 귀신이라고 여긴다. 심령술사를 부르기도 한다. 그는 자초지종을 듣는다. 여자에게 귀신의 존재를 느끼냐고 물어본다. 여자는 어렸을 적부터 그랬다고 하면서, 과거 얘기를 한다. ‘그림자 같은 모양, 항상 자신의 침대에 있었다고 한다. 8살 때 살던 집에 불이 나고 그것이 그것과 연관되어 있는지는 확실히 모른다고 한다. 현재 집에서 수도꼭지가 내려와서 잠겼나 보고 다시 내려와보면 잠겨져 있지 않고 건드린 사람은 없고, 벽을 긁는 소리도 나고, 자고 있으면 귀에 속삭이는 소리를 듣기도 한다. 심령사는 전문가를 소개해준다. 여자의 마음은 풀리지 않는다.
커플이 침대에서 자는 모습을 다시 카메라로 찍는다. 살짝 열려 있던 문이 누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스르르 열린다. 나중에 녹화 영상을 보니 본인들은 그대로 자고 있고 문은 저절로 열린다.
이걸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나? 귀신일까 아닐까? 자연 현상일까 아닐까? 귀신이라 생각하는 순간 공포하고 엄습한다. 자연 현상도 아닌 듯 하다.
진짜 무서운 영화
귀신이 등장하는 영화는 무섭다. 더 무서운 영화는 그것이 등장하지 않지만 사람의 심리를 불안하게 조장하는 것이다. 공포는 사람이 만들어낸다. 어두운 집에 혼자 아무렇지 않게 있는 사람과 혼자라도 있으면 불안해서 끊임 없이 누군가와 통화를 하거나 지인들을 부르는 사람이 있다. 사람마다 다르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불안한 심리를 만들어낸다. 없는 것을 있는 것으로 착각한다.
어두운 시골 길을 걷는 사람이 있다. 뒤에 뭔가 따라온다고 느낀다. 슬슬 마음이 불안해지고 등에 식은 땀도 난다. 걸음이 점차 빨라지고 급기야 뛰기까지 한다. 나중에 소리를 지르고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바람에 나부끼는 나뭇가지였다. 극도로 불안한 마음은 본인이 만들었다.
호랑이가 밤에 어 흥하며 걷는 이유를 아는가? 호랑이도 무서워서 그런다. 사람들과 동물들은 그 소리에 놀라겠지만 정작 그것은 스스로 무서워서 하는 행위이다.
개인적으로 주위 사람들에게 귀신 얘기를 싫어한다고 한다. 유물론자라며 그것을 회피하거나 믿지 않는다고 한다. 초등학교 시절 비가 오면 수업시간에 귀신 얘기를 해주거나 귀신 얘기를 알고 있는 아이들을 불러내어 이야기를 하게 하던 선생님이 계셨다. 그 시간이 굉장히 싫었다. 그것들을 믿지 않아서이기도 하지만 무섭기도 했다. 하지만 가장 싫은 점은 “찝찝함”이다. 아직도 유효하다. 길을 걷다 똥을 밟으면, 입에서 욕이 나온다. 그래도 깨끗하게 씻어내면 된다. 하지만 귀신 얘기는 자기 전이나 혼자 있거나 어두운 순간에 떠오른다. 잠자리가 불편해지고 스스로 공포를 만들어낸다. 그 찝찝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똥 밟을 때보다 더 더럽다.
<파라노말 액티비티>를 보고 제목 그대로 초자연적인 현상이 벌어지고 진짜 귀신이 있어 보인다. 그런데 귀신이 있거나 없거나로 판단하기 보다는 “찝찝함”과 스스로 불안을 조장하는 것이 얼마나 안 좋은 일인가를 생각해보는 편이 더 나아 보인다. 유무는 모른다. 있다고 믿는 순간 나타나고 느껴지고 자기 세뇌와 암시를 가한다. 심리는 점점 불안해진다.
스스로 형성한......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드라큘라와 귀신이 등장하는, 뛰어난 기술을 쓴 영화보다 공포를 훨씬 더 조장한다. 그것은 우리네 일상 생활과 같은 선상에 있기 때문이다. 단순한 스토리이지만 누구나 겪었을 만한, 있음직한 이야기를 찍었기에 공감한다. 물론 믿는 사람에 한해서이다.
자신을 늘 쫓아다니는 것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케이티의 모습을 보여주며, 있는 것을 없는 것으로 느끼려고 노력하려 한다. 소소한 기술이지만 이를 잡아내려는 미카를 보여주면서 그것들이 실제로 있는지에 대한 조사를 해본다.
결국 둘이 그것을 느끼고 대하는 바는 다르지만, 스스로 공포와 심리를 조장하고 있다. 공포는 사람이 만들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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