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와 여자가 태어나 나이를 먹어 성인이 되면 사랑을 하고 결혼을 해서 아이를 가진다... 일반적인 사람들의 삶의 한 모습입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런 삶을 살기에 우리는 너무 이와 같은 패턴에 익숙해져 이런 흐름과 다르게 살면 왜곡된 시선으로 그들을 바라보며 가슴에 상처를 남깁니다. 동성간에 사랑, 나이가 많은데도 결혼하지 않는 독신의 삶 그리고 나이 차가 많이 나는 결혼 등등... 지금 우리는 1차 산업으로 살아가는 단순한 사회가 아님에도 사고의 수준은 그 시절을 벗어나지 못하는 듯 합니다. 일반적인 것이 반드시 옳다는 기준은 누구의 잣대이고 그런 삶이 꼭 행복하다는 결과를 누가 보장하는 것인가요... 그런 시각에서 <페어러브>에서의 커플은 우리에게 페어(fair)한 사랑이란 어떤 것인가에 대해 자문해 보게 합니다.

전 재산을 사기친 뒤 죽어가는 순간 연락을 한것도 모자라 자신의 딸을 돌봐 달라는 유언을 듣게되는 형만(안성기)은 내키지는 않지만 그녀 남은(이하나)을 위해 집으로 찾아 가면서 사건(?)은 시작됩니다. 30년의 나이 차이가 나면서도 남은은 형만을 생각하는 마음을 솔직하게 표현하지만 형만은 쉽게 받아 들이지 못합니다. 왠만한 손 기술이 없으면 절대 할 수 없는 카메라를 수리할 정도로 기계 부품간의 관계에 대해선 해박한 지식을 갖고 있지만 도통 사람과의 관계에는 기술이 없어 지금껏 혼자인 형만에게는 더욱 그 사랑을 받아 들일 자신이 없었을 겁니다. 우리의 도덕적 잣대로는 이런 사랑을 페어(fair)하지 않게 보기 때문에 두렵기도 했겠죠. 그러나 결국 형만은 용기를 내어 그녀의 마음을 받아 들이며 사회적 편견에 감히 소심하게 대항할 용기를 내어 봅니다.

국민 배우 안성기가 연기하는 형만은 정말 사랑스럽습니다. 나이가 무색하게 귀엽기까지 합니다. 사랑을 막 시작하는 소년처럼 순수하고 티 없는 행동과 관심을 전합니다. 그런 상황 상황에서 간간히 그리고 배꼽을 쥐게 하는 폭소를 터뜨리는 안성기의 연기는 그가 국민 배우이며 천의 얼굴을 가진 진정한 배우라는 것에 자연스레 고개가 끄덕여지더군요.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소재임에도 배우들의 연기와 상황들은 후반까지 즐겁고 애틋한 마음으로 그들을 바라보게 됩니다. 이하나의 연기도 약간 4차원적 사고를 가진 남은의 캐릭터를 잘 살리며 안성기와의 커플이 그리 어색하고 보기 싫지 않습니다. 그것이 <페어러브>의 장점이자 관람을 추천할 수 있는 요소가 됩니다.

여느 사랑도 그러하듯 그들의 사랑도 위기를 맞고 갈등의 시련을 겪습니다. 이미 모든 생활과 사고가 굳어져버린 50대의 형만을 20대의 자유분방한 유연한 사고를 가진 남은은 견딜 수 없었던 것이죠. 그때부터 영화는 본래 말 하려는 무엇이 페어(fair)한 사랑인지의 답을 찾으려 합니다. 그러나 지금까지 편안한 분위기에 익숙해져버린 관객들은 갑자기 철학적이고 어려운 분석이 필요한 영상들로부터 그 해답을 쉽게 찾지 못합니다. 그들은 어떤 사이가 된 것인지, 상상의 장면인지 현실인지를 혼동하게 되며 그 결말에 모호함이 당황스럽습니다. 이것이 <페어러브>의 단점이자 추천을 망설이게 되는 요소도 됩니다.

하지만 도덕적 잣대가 무엇이고 이들의 사랑이 과연 페어한지를 판단내리고 결정짓기 위한 관람보다는 안성기가 연기하는 형만의 모습에 즐겁고 맘껏 웃고 색다른 사랑에  재미를 느껴보고 싶다면 충분히 만끽 할 수 있는 영화입니다. 그러나 관람시 절대 남자들이 명심해야 할 점은 남은처럼 나이가 많은 남자에게 매력을 느끼는 여자가 많을 것이라는 착각에 자신의 나이를 망각하고 어린 여자에게 껄떡대다 세상 무서운 꼴을 당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입니다. 남자들... 정신차립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