빵빵한 집안에서 태어난 프리랜서 사진작가 현우(장혁), 증권사의 외국계 금융
전문가 진혁(이상우) 그리고 성형외과 전문의 민석(조동혁) 이 세사람을 중심인물
로 두고 시작되는 이야기는 그들을 자본주의의 가장 정점에 있는 증권가,의사,
그리고 부가 축척된 집안의 사진작가라는 인물설정에 있다. 자본적으로 풍족한
그들의 이야기를 바라보게 만드는 시각은 결코 곱지 않다. 현우는 지난 사랑에
대한 집착과 진혁과 민석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고, 나중에 언급된
자신의 친동생인 민석의 아내인 수연(이민정)과의 관계또한 타인처럼 보이는듯한
낯선 모습을 보여준다. 진혁은 오랜만에 나타나 자신이 잡지못했던 사랑 수연과
의 불륜적인 사랑에 깊이 빠져있고, 민석은 항상 자극적인 관계의 아슬아슬하면서
문란한 성생활을 즐기고 있다. 이른바 세 인물은 모두 무언가 하나씩 결핍되어
있고, 그것을 충족시켜 나가기 위해 자신의 욕망을 현재진행형으로 진행시켜
나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창경원의 코끼리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다. 길을
잃어버려서 코끼리를 찾을줄만 알면 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그게 아니었던 것...
펜트하우스가 상류층 최고의 주거공간임을 암시한다면 코끼리는 그런 자본주의
의 정점에서 본 결핍된 찾아야 될 이상향, 혹은 순수하게 기억되는 추억같은
것이라고 해야 맞을 것 같다. 민석이 자신의 관계 중독에 대한 치료를 위해
들린 병원에서 장민정(황보슬혜)과 마주치게 된 현우는 그녀에게 이끌리는 끌림
과 상담속에서 자신의 집착에 대한 이야기를 털어놓고 있는 자신을 발견한다.
나중에 밝혀지게 되는 영화의 장르를 주도적으로 바꾸게 되는 장민정이라는
캐릭터의 대사는 흥미롭다. '과거는 기억 할순 있지만 되돌릴순 없고,
미래는 바꿀 순 있지만 기억할 수는 없다. 그래서 사람들은 현실의 굴레
속에서 살아간다.' 라는 대사를 비롯해 현우의 마음을 쓰다듬어 주며 그의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쳐 주는 인물이다. 그런 장민정에게 조울증이라고
말하며 그녀와의 다음만남을 약속하고, 몇차례의 만남을 통해서도 그녀가
환자일거라는 생각은 못하고 그녀가 의사라는 것만을 믿은채 그녀의 건강을
챙기는 멘트를 날리기도 한다. 민석은 자신을 위협하며 뱀을 보내거나
자신의 아내와 친구인 진혁의 불륜영상을 입수하게 되고, 그런 와중에
자신은 불륜적인 내연관계로 혜미(장자연)과의 관계도 계속된다.
그런 모습속에서 오로지 관계중독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민석은 순간의
충동후에 갖는 죄책감을 버리지 못하지만 관계의 유혹을 이기지 못하고
마침내 그런 관계는 진혁과 현우, 민석의 관계속으로 치명적인 위험을
몰고오는 원인을 제공하게 된다. 장르를 넘나들면서도 자극적인 영상을
몇번씩 보여 주지만 영화는 옴니버스 영화형식의 느낌을 주면서도
난잡하다는 느낌을 지울수 없다. 무엇을 이야기하고 싶은지, 인물들과
의 관계속에서 확실한것은 단 하나 찾을수 없다. 각 인물들의 과거나
상실의 아픔, 사랑의 깊이등을 이해할만한 에피소드하나 영상으로 보여
주지 않은채 여기 저기 다른 장르속을 넘나들며...현재진행형의 에피소드
만 전개해 나가는 불편한 영화이다. 마치 다양한 요소는 드러내는데 정작
중요한 내용만을 빼놓은 허물을 보는 듯한 영화의 내용은 긴 러닝타임내내
불편함을 느끼게 한다. 결국 명확한 무엇하나 제대로 제시하지 못한채
마무리된 영화속에서 그래도 한가지 확실히 보여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어떤 식으로든 집착,중독,상실,사랑의 모든 요소들이 시간속에서 바뀐다는
것...정도일 것이다. 모든 면에서 불편하고 충족시켜주지 못한 새로운 시도
를 보여주면서도 결국 아무것도 보여주지 못하는 그런 씁쓸한 영화가 된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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