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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그들처럼 나라를 사랑했었지.... 8인: 최후의 결사단
novio21 2010-01-20 오후 8:27:09 1022   [2]
  무척 오랜만에 본 애국의 영화였다.
  한국영화에서, 아니면 소위 선진국이란 국가에서 만든 영화들 속엔 사회나 집단을 우선시하는 분위기나 주제는 점차 사라지고 있다. 집단수준이라 봐야 가족단위를 넘지 못하는 것이 지금의 현실이다. 지금, 영화의 주제나 소재는 개인적 고민을 넘지 못하고 있고, 혹여 나온 사회라도 강압적인 사회의 부정적인 측면이 부각되기 일쑤다. 어떤 의미에서 사회는 거부해야만 될 폭력의 기제로 제시되고 있다. 그래서인지 서구의 영화나 일본, 혹은 한국영화조차도 자신이 속한 공동체와 조국에 대한 애정이 점차 사라지고 있으며, 그것이 또한 대세다. 그나마 남은 가족조차도 종종 그 가치가 의문시되곤 한다. 현대는 집단의 부정적 측면이 부각되는 시대다.
  전부라고 할 수는 없지만 현실은 확실히 개인주의가 대세인 세상이다. 경쟁을 우위에 둔 신자유주의가 대세이다 보니, 상대와 더불어 아름다운 공동체를 구현하려는 목표보단 자신의 이익 극대화를 지향하는 사회적 분위기가 지금은 일반적이다. 이런 분위기가 영화에 반영될 수밖에 없으며, 그래서인지 최근 영화들은 개인적인 문제의식이나, 집단과 개인과의 거리감을 주로 이야기한다. 즉, 집단과 개인은 서로 필요하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현대 영화의 목적이 되어가고 있다. 이런 분위기가 영화에만 국한되진 않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 쉽게 볼 수 있는 개인과 사회의 거리감은 시간이 갈수록 더해져만 간다. 이럴 때 이 중국영화는 이런 분위기에 역행하는 주제의식을 담고 있다.
  이 영화는 무척 낯설다. 무엇보다 개인의 희생을 이야기하는 것이 그렇다. 서구사회는 물론, 어쩌면 일본을 포함해 한국까지도 개인이 왜 사회를 희생해야 하는지를 묻고 있는 개인주의적 분위기에 대해 이 중국영화는 반대의 이야기를 한다. 이 영화를 보는 관객을 포함해 현대 사회의 거의 모든 구성원들은 자신들의 삶의 터전을 여건만 된다면 언제든지 바꿀 용의가 되어 있다. 현대인에게 태어난 고향은 있을지언정 평생 살고 싶은 마음의 고향은 없어졌다. 태어난 곳과 국적이 불일치하는 그런 시대다. 그러기에 사회를 위한 개인의 희생은 인생을 살면서 어느덧 사라진 어휘가 되고 말았다. 그런데 이 영화엔 그런 어휘들이 보인다. 
  영화의 기본 줄거리는 격동의 시기인 20세기 초의 중국이 배경이다. 당시의 중국은 반식민지에 처한 힘든 시기이고, 외세에 시달리면서도 국내적으론 망해가는 청나라가 통치하고 있는 지역이었다. 중국민들의 고민을 아우르고 그들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착한 정부로서의 기능을 상실한 청나라 정부는 그러나 특권은 결코 포기하려 하지 않는 모순의 상태, 그것이 곧 영화의 배경이다.
  영화는 이런 모순되고 불운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나선 인물인 ‘쑨원’보다 그를 보호하는 자들에 초점을 맞춘다. 쑨원, 대만이나 중국본토나 모두가 존경하는 중국 최고의 인물이다. 좌우익 모두에게 존경을 받는 그를 지키는 자들의 이야기가 이 영화의 뼈대다. 그리고 그런 일은 희생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다. 중국의 미래를 위해 목숨을 걸고 홍콩에 입항한 쑨원을 보호하기 위해 역시나 목숨을 걸고 그를 지키기 위한 보디가드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어떤 의미에선 이름없는 희생이 될 수 있지만 그들은 그렇게 자신들의 조국인 중국을 위해 헌신한다. 영화 속에서 전부라고 할 수 없지만 그들 대다수는 자신이 아닌 중국을 사랑하고 기꺼이 희생할 인물들로 채워진다. 그리고 그들은 그런 목적을 위해 희생한다.
  그들의 희생에 대한 심심한 위로는 그들의 마지막 순간에 보이는 그들의 짧은 약력이다. 그러나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다. 그들은 각양각색의 계층과 계급을 담고 있는 인물들이며, 그들은 모든 중국인들의 전형을 의미한다. 쑨원을 보호하기 위해 희생된 인물들 중, 어는 누군가는 과거의 장군이었으며, 누군가는 상인의 아들이었으며, 누군가는 하루하루를 벌어 살고 있는 시장의 어느 조그만 가게 주인이다. 그 중 허드렛일로 하루하루를 살아간 자도 있었고, 심지어 그런 인물들 중 부패하고 도박에 빠진 관료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다소 비약은 있겠지만, 중국의 미래를 짊어질 위기에서 자신들의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그들의 마지막 소망이 비록 중국 전체를 위한 희생이라 단정할 수 없지만 어느 순간에도 그들은 자신만을 위해 산 자들이 아니라, 남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린 그들이었다. 그리고 그런 면들은 한국인들에게 사라진 그 무엇이었다.
  국가도 이젠 국제시장에서 선택되는 시기가 되고 있다. 마치 직장처럼 말이다. 서로가 능력만 있다면 자국의 국가대표자리라도 타국의 선수들에게 서슴없이 내주고, 그들이 큰 성과를 거두기만을 고대한다. 거꾸로 능력이 있는 개인은 자신의 재능에 대해 아낌없이 보상해주는 국가만 있다면 기꺼이 국적을 바꿀 생각에 오늘도 피땀을 흘리고 있으며, 다른 국가들의 Offer를 기다리고 있다. 그래서 희생에 대한 이야기는 100년 전 이야기가 되고 있다. 그래서 국가에 대한 충성은 사라졌고, 국민의 보호는 그 국민의 능력 여하에 따라 결정되는 시기가 되고 말았다. 능력만 있다면 보호되지만 반대로 능력이 없다면 폐기될 수 있는 슬픈 현실이 우리들의 시간인 것이다.
  이런 정글의 시대에 이 영화는 마치 마음을 따뜻하게 하는 고향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것만 같다. 한국에도 한때, 자신을 희생하면 사회와 조국을 위해 달린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그런 존재들이 한국 내에 잘 보이지 않는다. 그래서 이 영화는 그런 아쉬움에 대한 보충이라도 하듯 맘껏 희생하고 있다.
  영화의 화려한 무술과 액션을 보면서 과연 중국의 무술영화를 따라올 수 있는 나라가 있을까 의심하게 된다. 견자단의 무술은 정말 환상적이기 그지 없다. 또한 중국에서의 당대 최고의 배우들이 마음껏 이미지 변신을 하며 영화에 혼신을 다하는 것을 보고 무척 놀랐다. 여자의 마음을 끄는 수려한 외모의 배우인 사정봉이 인력거를 끌며 사회의 하층민을 연기한다는 것은 그에겐 큰 부담으로 작용했겠지만 용기를 냈고, 역시나 멋진 외모로 알려진 여명 역시 초라해진 모습의 걸인과 무사역을 하는데 주저하지 않았다. 중국 최고의 미모를 자랑하는 판빙빙이 중년 부인의 역할을 하는 것 역시 눈 여겨 볼 내용이다. 그렇다고 다른 배우들이 이런 모험을 기피한 것도 아니다. 그들은 내가 알고 있는 고정된 이미지를 탈피, 영화에서 달라진 모습으로 도전했다. 배우라면 당연한 것이겠지만 기존의 이미지가 갖고 있는 기득권을 포기한 그들은 분명 영화인으로서 앞선 사고를 지닌 것이다.
  이 영화를 보는 많은 관객들은 분명 영화 뒤에 중국정부의 요구가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가질 수 있다. 설사 아니더라도 사회와 국가를 위해 희생한다는 내용은 확실히 진부한 서사인 것도 사실이다. 너무 교과서적이고 교훈적인 내용이어서 그렇겠지만 관객들은 그러나 놓쳐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즉 공동체의 가치를 우린 얼마나 생각하고 있는지, 그리고 그것을 지키려는 노력을 지금 얼마나 하고 있는지에 대한 자문이다. 그리고 그런 것들이 더 이상 관심을 끄는 주제가 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안타까워야 하지 않을까 질문을 해야 한다. 우린 너무 개인적이고 타산적이면서, 혼자만의 사회에 살고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 말이다. 그 속에 우리들의 소외와 고독이 또한 숨쉬고 있지 않을까 하는 질문도 함께 했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 중국영화는 우리들에게 과거의 우리들의 공동체에 대한 애정과 감정을 다시 일깨우는 조용하지만 의미 있는 작업을 하고 있는 것이다.

(총 0명 참여)
hssyksys
잘봤습니다^^*   
2010-04-16 01:27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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