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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볼 때보단, 그 이후가 더 공포스럽다... 파라노말 액티비티
ldk209 2010-01-21 오전 11:18:29 1474   [2]
영화를 볼 때보단, 그 이후가 더 공포스럽다... ★★★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미국 영화로 과연 가능할까 싶은 제작비 1만 달러가 조금 넘는 초저예산 영화답게 공간은 케이티와 미카가 살고 있는 저택 내부로 거의 한정되어 있고, 등장인물도 극소수에 불과하다. 이야기는 이렇다. 케이티는 10년 전부터 자신의 주위를 맴도는 정체불명의 존재가 있음을 남자친구 미카에게 이야기하고 미카는 이를 확인하기 위해 비디오 카메라를 구입해, 자신들과 자신들이 살고 있는 집을 24시간 동안 촬영하기 시작한다. 촬영이 시작되고 난 후 이들이 잠든 사이에 기이한 현상들이 카메라에 담겨지기 시작한다. 저절로 문이 닫히고, 이상한 소리가 들리며, 발자국이 찍힌다. 시간이 갈수록 정체불명의 힘은 점점 더 강해지고, 이에 비례해 케이티는 점점 미쳐가기 시작한다.

 

영화가 시작하자마자 화면엔 (대충)‘이 테이프를 제공해주신 케이티, 미카 식구와 경찰서에 감사드린다’는 내용의 자막이 뜬다. 이 자막을 보면 자연스럽게 <클로버필드>가 연상된다. <클로버필드>도 ‘이 테이프는 ○○○에서 발견되어 미 육군이 보관하고 있다’는 식의 자막으로 시작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자막은 이 영화가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촬영된 것이 아닌 실제로 존재했던 현실을 담은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위한 것이다.

 

<블레어 윗치 프로젝트>로 시작된 시점숏의 페이크 다큐 형식의 영화가 <클로버필드>와 <REC>를 거치며, 더 이상 새로운 것이 나올 수 있을까 하는 의문이 제기된 시점에 등장한 <파라노말 액티비티>는 여전히 이러한 형식의 영화가 뻗어나갈 방향이 있음을, 그리고 좋은 아이디어만 있다면 초저예산으로도 충분히 흥미롭고 재밌는 영화가 나올 수 있음을 입증하는 사례라고 할만하다.

 

사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공포 기제, 즉 기이한 현상이 담긴 화면이나 소리는 매우 짧은 시간 동안만 제공된다. 대부분의 시간은 케이티와 미카의 일상적 모습을 담고 있거나 이들이 이상한 현상과 소리를 쫓아 집안을 돌아다니는 장면으로 구성되어 있다. 2008년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이 개봉할 즈음에 한 극장에선 김지운 감독에게 영감을 준 세르지오 레오네 감독 특별전이 열렸고, 어릴 때 TV에서 보던 영화를 극장에서 보고 싶다는 생각에 세르지오 레오네의 대표작이자 <놈놈놈>의 원전이랄 수 있는 <석양의 무법자>를 보러 간 적이 있다. 그런데 극장에서 <석양의 무법자>를 보면서 상당히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왜냐면 내 머릿속에 남아 있는 <석양의 무법자>에 비해 실제 영화는 생각보다 액션 장면, 총격 장면이 별로 없었기 때문이었다. 영화를 보고 나서 생각해 본 결과, 어쩌면 거대한 액션 장면의 많고 적음보다는 액션으로 가는 과정의 치밀함과 액션이 펼쳐지는 그 순간의 강렬함이 액션 영화의 이미지를 구축하는 것이라는 내 나름의 결론을 내린 적이 있다.

 

왜 이 얘기를 하냐면, 공포 영화 역시 마찬가지라는 생각 때문이다. 공포를 유발하는 장면이 많고 강하다고 좋은 공포 영화가 될 수 없음은 분명하다. 무수히 많은 사람들이 죽이는 화끈한 슬래셔 무비도 뒤로 갈수록 무덤덤해 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파라노말 액티비티>의 경우, 평범한 듯 보이는 일상 속에서 별 것 아닌 작은 소리에서 시작해 점점 강도를 높여 긴장감을 유지시키는 점에서 매우 영리한 영화라고 할 수 있다. 다른 요소를 개입시키지 않고 오직 아이디어 하나 만으로 끝까지 밀어붙이는 뚝심도 예산문제 때문일지도 모르겠지만, 높이 평가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솔직히 영화를 보면서 별다른 공포를 느끼진 못했다. 물론 일종의 깜짝 효과에 의한 놀람은 경험했지만, 그걸 공포로 단순 치환시키기엔 뭔가 미지근했다. 그 이유에 대해 우선 공포에 대한 미국과 한국의 다른 정서 차이가 아닐까란 생각이 들었다. 이 영화가 미국에서 엄청난 인기를 끈 데에는 영화사의 교묘한 흥행전략이 도움이 됐겠지만, 분명 영화를 본 사람들의 열광적 반응이 있었음은 확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보다 더 중요한 건 어쩌면 내가 영화를 관람한 환경 때문일지도 모른다. 만약 사람들로 객석이 꽉 찬 극장, 거기에 내 주위에 여성들, 그것도 주로는 어린 여학생들이 많았다고 한다면 좀 더 공포를 실감했을 것이다. 그런데 아쉽게도 텅텅 빈 극장, 그리고 대부분 성인 남성들로 이루어진 관객들은 어떤 장면에서도 ‘꺅’ 소리 한 번 내지 않고 무거운 침묵으로 화답했다. 영화가 끝나자마자 무덤덤하게 일어나 밖으로 나가는 관객들. 이런 분위기라면 그 어떤 공포영화도 공포스럽지 않으리라.

 

그런데, 영화를 보면서 전혀 무섭지 않았던 <파라노말 액티비티>가 진정 공포스러웠던 건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와 잠을 자기 위해 누웠던 순간이었다. 사실 집은 조그마한 소리들을 끊임없이 낸다. 바람에 창문이 들썩이는 소리처럼 외부의 영향에 의해 소리를 내기도 하지만, 거실바닥과 문의 나무가 조금 뒤틀리면서 소리가 나기도 하고, 여러 가전제품에서 (특히 냉장고) 돌발적인 소음을 내기도 한다. 평소엔 이런 소음을 거의 인지하지 못하고 무시한 채 살아왔다. 그러나 영화를 보고 난 그날 밤만큼은 이런 소리가 영화 속 장면과 어우러지면서 등에 식은 땀이 주르르 흘렀다. 역시 현실에서 추출된 공포가 사람을 오싹하게 만드는 힘이 있다.

 


(총 1명 참여)
hssyksys
잘봤습니다^^*   
2010-04-16 01:33
jhee65
별론가요...   
2010-01-27 20:52
snc1228y
감사   
2010-01-22 01:55
cipul3049
글 잘읽었습니다.
그래도 확실히, 이영화는 흥행면에서 놀랍더군요.
1만2 천달러에 불과한 제작비에 1억달러이상을 벌어들이다니...
왓치맨은 1억5천만달러 투자하고 북미에서 1억달러 겨우넘겼는데.   
2010-01-21 20:56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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