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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인 맹인안내견의 견생..
ldk209 2010-01-23 오후 7:15:44 815   [3]
존재 자체만으로도 감동적인 맹인안내견의 견생.. ★★★

 

주로는 강하고 잔인한 영화들이 먼저 떠오르는 최양일 감독의 영화를 생각해볼 때, <퀼>은 최양일 감독 작품이 맞나 싶을 정도로 부드럽고 따스하다. 그러나 결론적으로 말해 <퀼>은 맹인안내견이라는 존재 자체가 주는 감동을 제외한다면 전반적으로 따분하고 질질 늘어지며, 뚜렷하게 중심을 잡지 못하고 흐느적댄다.

 

도쿄의 한 집에 다섯 마리의 리트리버가 태어나는데, 심할 정도로 극성인 주인의 뜻에 따라 몸에 검은 날개를 무늬로 달고 태어난 ‘퀼’이 맹인안내견 교육을 받게 된다. 유달리 인내심이 강하고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높은 퀼은 지역에서 장애인 활동을 펼치는 와타나베 미츠루(고바야시 카오루)의 안내견으로 생활하게 된다. 처음에 개를 두려워하던 와타나베는 점점 퀼과 소통하게 되고 진한 우정을 나누게 된다.

 

인간의 ‘반려동물’로서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개는 인간이 사회를 유지하고,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여러 분야에서 인간을 돕는 역할을 맡고 있다. 이 영화에서 퀼의 직업(?)인 맹인안내견부터 공항에서 마약을 찾아내기도 하고, 환자들의 벗이 되기도 하며, 사람을 구해내기도 한다. 실제 119 본부에 근무하는 구조견들의 소속 부서는 첨단장비과일 정도로 뛰어난 역량을 발휘하고 있다. 이렇게 최고로 훈련 받는 개들이 아니더라도 이들의 존재 자체는 사람에게 많은 위안과 따뜻함을 안겨준다.

 

이 중에서 맹인안내견은 주로 리트리버 종이 맡고 있는데, 리트리버 종의 영특함과 인내심 등이 맹인안내견에 가장 적합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런데 정말 안타까운 건 맹인안내견들은 대체로 다른 개들에 비해 일찍 무지개다리를 건넌다는 것이다. 이는 맹인안내견으로서 개의 본능을 억제하는 데 따르는 스트레스 때문이라고 하는데, 아무리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해도 사람들이 참 냉정하다 싶은 생각이 든다.

 

상황이 이러하다 보니 맹인안내견을 다룬 책이나 드라마 등은 특히 개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눈물 없이는 볼 수 없는 감동을 안겨준다. 지금은 기억이 가물가물한데 몇 년 전에 하희라 주연의 특별드라마가 상영된 적이 있었다. 하희라가 맹인으로 나와 안내견의 도움을 받아 대학을 무사히 마친다는 내용의 드라마였는데, 마지막 안내견이 죽는 장면에서 정말 눈물을 펑펑 쏟으며 본 기억이 난다.(뒤늦게 찾아보니 그 드라마 제목은 <토람이>였다)

 

<퀼>은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어린 퀼이 맹인안내견 교육을 정식으로 받기 전에 한 살이 될 때까지 일반 가정에 분양되어(‘퍼피 워킹’) 생활하는 부분, 정식으로 맹인안내견 훈련을 받으며 주인을 만나 맹인안내견으로 생활하는 부분, 주인이 사망하고 난 후 훈련소에서 생활하다가 처음 분양된 집으로 돌아가 마지막을 맞는 부분으로 나뉜다. 그런데 <퀼>은 이 세 부분 중에서 어떤 부분이 중심을 잡고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전반적으로 그냥 나열되듯이 흘러간다. 물론 주인을 만나 맹인안내견으로 생활하는 부분이 가장 부각되기는 하지만 그 뿌리는 느슨하고 약하다.

 

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다르긴 하겠지만, 와타나베가 퀼에게 마음을 열게 되는 계기인 자판기 사건(?)도 딱히 진한 인상을 주지 못하고 그 뒤로 와타나베와 퀼의 관계가 발전하게 되는 에피소드도 부실한 편이다. 거기에 와타나베 가족과의 관계가 거의 그려지지 않아 왜 와타나베의 딸이 내레이션을 맡았는지 의문이며, 와타나베가 사망한 후로는 더 이상 하고 싶은 얘기가 없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럼에도 퀼이 눈을 감는 마지막 장면은 정말이지 눈물 없이는 보기 힘든 가슴 아픈 감동을 안겨준다. 귀엽게 뛰어 놀던 강아지가 인간을 위해, 인간의 의지대로, 자신의 본능을 억제한 채 평생을 맹인들의 길동무를 하다 떠나는 모습에서 슬픔을 느끼고 다른 생명에 대해 고마움을 느끼는 것이 진정 인간다운 것 아닐까. 다시 한 번 말하지만, <퀼>은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흐르는 감동적인 영화다. 그건 무엇보다 맹인안내견의 견생 자체가 감동적이기 때문일 것이다.

 

※ 이 영화를 본 날이 1월 17일 일요일이다. 그런데 하필 영화를 보기 전에 SBS의 <동물농장>을 보고는 집을 나섰다. 그날 <동물농장>에선 서울 송파구의 한 동네에서 벌어진 참혹한 반려견 학대 사건이 방송되었다. 몸을 불로 그슬리고, 펜치로 발톱을 뽑고, 커터 칼날을 먹이는 등 이전에 방송된 학대 사건과는 그 차원이 달랐다. 나중에 확인해 보니 대상 개는 총 8마리이며, 음식 쓰레기통에 버려 죽게 만든 경우도 있었다. 이 방송을 보고 영화를 보려니 마음이 너무 좋지 않았다. 자신의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자신보다 약한, 그리고 저항하기 힘든 작은 동물을 대상으로 학대 행위를 한다는 것은 결국 그 대상이 인간이 될 수도 있음을 의미한다는 어느 기사를 읽은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에서 지금까지 동물 학대와 관련해 가장 최고로 높았던 벌금이 고작 50만원이라고 하며, 주인이 포기하지 않을 경우 그 반려동물은 소유 재산으로 간주되어 보호소 등으로 데리고 올 수도 없다고 한다. 미국이나 영국의 경우, 형벌이 우리보다 강한 것은 물론이거니와 동물 학대 사건의 가해자는 향후 평생 동물을 기르지 못하게 하는 등의 정책을 실시한다고 하는데, 우리도 동물학대 범죄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강력한 처벌, 동물학대 행위 근절을 위한 동물보호법 강화 등의 대책이 필요함은 굳이 강조하지 않아도 너무도 분명한 사실이다.

 


(총 0명 참여)
hssyksys
잘봤습니다^^*   
2010-04-16 02:01
jhee65
감동적인거 같네요....   
2010-01-30 12:58
snc1228y
감사   
2010-01-25 21:04
hooper
감동^   
2010-01-24 10:19
kooshu
감동적ㅠ   
2010-01-24 09:2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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