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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게지... 500일의 썸머
ldk209 2010-02-01 오후 4:30:30 927   [1]
그래, 여름이 가면 가을이 오는 게지... ★★★☆

 

다분히 선댄스 영화제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500일의 썸머>는 지극히 주관적 견해를 담고 있다. 사실 사랑이라는 행위, 그것도 좋게 끝나지 않은 사랑에 대한 이해당사자의 감정이 객관적일리는 절대로 없다. 특히 한 여성에 대해 ‘나쁜 년’이라고 일갈하며 시작하는 이 영화의 도입부는 그러한 점을 확실히 하고 넘어간다. 따라서 오히려 그런 점에서 보면, 사랑의 실패를 경험했던 남자, 그것도 도대체 왜 여자가 자기를 떠났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남자(아마도 대부분의 남자)의 입장에서 이 영화는 현실적 구원일 것이다. 물론 답은 없다.

 

건축가를 희망했지만 카드회사에서 문구를 작성하는 일을 하고 있는 톰(조셉 고든 레빗)은 매우 낭만적이고 운명적인 사랑관을 가지고 있다. 반면 사장의 비서로 새로 입사한 썸머(주이 데샤넬)는 운명적인 사랑은커녕 사랑 자체를 믿지 않는 여자다. 썸머에 대해 부정적 여론을 먼저 들었던 톰은 그러나 썸머가 영국 밴드 The Smiths를 좋아한다는 걸 운명의 징조로 여기고 사랑에 빠져든다. 타인들에게 매우 차가운 썸머도 톰에게만은 살갑게 대하며 둘은 서로에 대해 조금씩 다가가기 시작한다.

 

<500일의 썸머>는 결론에서 이미 둘의 연애 관계가 깨졌음을 보여주며 시작한다. 물론 영화의 마지막에 이를 뒤집는 전복을 기대하게 되기도 하지만, 영화는 결코 일반적인 로맨틱 코미디 영화가 걸어간 경로를 반복하지는 않으며, 결국 둘이 잘 되지 않을까라는 관객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않는다. 실패한 연애담임을 밝히며 시작한 영화는 끝날 때까지 톰의 입장에서 썸머와의 사랑에 대한 기억, 추억을 뒤죽박죽 뒤섞으며 보여준다.

 

이 독특하고 사랑스러운 영화의 가장 큰 특징은 바로 시간을 뒤섞은 그 형식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물론 이 뒤섞임이 대단한 미적 성과물을 위해 시도된 건 아닌 것 같다. 원인과 결과를 뒤집고, 그럼으로써 모든 게 좋았던 연애 초반과 시들시들해지는 중반기, 위기에 닥친 종반부의 모습을 쉽게 비교해 볼 수 있는 이런 뒤섞임은 사랑에 실패한 직후의 혼돈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한마디로 사랑이라는 감정은 기승전결로 설명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의미하는 것이다. 사랑이 실패로 돌아간 후 돌이켜 생각해보면, 마치 연애의 초반부는 모두 좋았던 것만, 후반부로 갈수록 나빴던 것만 있었던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실제로 그러하든가? 항상 모든 일은 좋음과 나쁨이 병존함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기억은 현실을 비틀고 왜곡한 채로 마음에 생채기를 남긴다.

 

영화에서 간간이 보이는 산뜻한 시도들은 그것이 비록 이 영화에서 처음 시도된 것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영화의 분위기와 어울려, 감정을 더욱 고양시키는 데 충분한 역할을 한다. 이를테면, 처음 썸머와 밤을 같이 보낸 톰이 Hall & Oates의 <You Make My Dreams>에 맞춰 행인들과 함께 춤을 추는 뮤지컬 장면이라든가, 둘 사이에 벌어지는 동일한 상황이 연애 초반과 중반에 어떻게 달라지는 가를 비교해서 보여주는 장면들, 그리고 톰의 기대와 현실을 동일 화면에서 분리해 보여주는 장면 등은 절로 고개가 끄덕여질 정도로 절묘하다. 거기에 최소한 두 차례 큰 웃음이 터지게 하는 유머 감각도 좋다.

 

이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을 꼽자면 그건 주연을 맡은 조셉 고든 레빗과 주이 데샤넬에 있다고 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으론 이 영화를 보고자 마음먹었던 건 주이 데샤넬 때문이었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에서 처음 알게 된 이 묘한 매력의 여배우를 그 뒤로 <비밀의 숲 테라비시아>, <해프닝>, <예스맨> 등에서 봐왔고 영화에서 만날 때마다 그 독특한 매력에 조금씩 빠져들어 왔던 것이다. 뭐랄까. 한국 여배우로 치자면 최강희 느낌이랄까. 특히 눈을 똥그랗게 뜨고 약간은 들뜬 듯한 목소리로 말을 내뱉을 때는 영락없이 최강희의 4차원적 매력을 떠올리게 한다. 여성 관객이라면 조셉 고든 레빗이 뿜어내는 매력에 충분히 공감할 것이다. 약간은 여성스러운 느낌을 주기도 하는 이 배우가 <스파이더 맨> 시리즈의 새로운 영화에 캐스팅되었다고 하니(감독은 바로 마크 웹) 액션 배우로서의 터프한 면모도 곧 확인될 듯싶다.

 

마지막으로 음악을 빼놓고 이 영화를 얘기하기는 힘들 것이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라든가 <주노>가 음악에 있어서 매우 진한 인상을 남겼다면 <500일의 썸머>도 그 계보를 잇는 영화로 손꼽히게 될 것이다. 동일한 음악적 취향으로 시작한 사랑 얘기를 하기에 음악만큼 적당한 조미료는 없을 것이며, 특히 주로 뮤직 드라마를 연출해 온 감독의 이력을 고려해볼 때 가장 자신 있는 분야가 이것이었으리라.

 

어쨌거나, <500일의 썸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무엇인가? 대부분의 남자(여자)들은 아마 이유도 모른 채 화를 내거나 떠나가 버린 ‘나쁜 년(놈)’에 대한 기억의 자락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이에 분노하고 욕을 하며 저주를 퍼붓는다. 거기에서 머무른다면 그에겐 결코 성장도 없고 또 다른 사랑도 찾아오지 못할 것이다. 봄이 지나면 여름이 오듯이, 여름이 지나면 가을(Autumn)이 찾아온다. 가을의 찾아옴을 인지할 때, 그리고 그 가을을 맞이하기 위해 나설 때 그는 비로소 성장한다. 물론 성장한다고 해서 그 사랑이 꼭 성공하는 건 아니지만 말이다. 그러니깐 결국 사랑은 어렵다.

 


(총 1명 참여)
wxhejin0322
나름 괜찮은..   
2010-04-04 17:46
snc1228y
감사   
2010-02-02 12:05
moviepan
여름과갈을   
2010-02-01 19:08
shelby8318
글 잘 봤어요. 보고는 싶은 영화.   
2010-02-01 18:17
boksh3
별로요   
2010-02-01 17:15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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