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감의 자극은 영화라면 언제나 꿈꾸어 온 것이다. 최근 3D나 4D 등으로 이야기되는 영화들 모두 시각과 청각이란 한계를 넘어 3차원적 개념을 통해 촉감을 자극하려는 것이다. 어쩌면 영화라는 Genre의 한계는 기술의 발전 앞에서 무릎을 꿇을 날도 얼마 남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이런 복잡한 기술이 아니더라도 시각을 통한 후각의 자극이라는 염원을 풀기 위한 것은 영화에서도 마련되어 있다. 바로 요리와 음식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그것이다. [식객 2]는 1편에 뒤이은 작품이라 많은 부담을 갖고 시작했을 것이다. 과거와는 다른 그 무엇을 갖고 있어야 차별성에 성공하기에 많은 고심을 했을 것이고, 이 영화를 찍는 배우들 역시 전작의 성공으로 인해 어지간히 신경이 쓰였을 것이다. 전작을 갖고 있는 후속작들은 언제나 그런 부담을 갖고 마련이다. 다만 식객의 후속편은 그런 부담을 덜기 위해 다른 방법을 채택했다. 즉 후속작이라도 영화 [식객 2]는 전편과 관계 업는 것으로 시작하려 했고, 전편을 보지 않았어도 무리 없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1편의 연장선에서 봐선 안 될 작품이다. 이것은 마치 영화의 주인공인 ‘김정은’을 보면서 [파리의 연인]의 그녀를 연상할 필요는 없는 것과 같은 이치다. 어느 정도는 연관성을 갖고 있었지만 그 연관성은 10% 미만이다. 그래서 차라리 [김치 전쟁]이라고 이름 붙이는 것이 더 좋을 뻔 했다. 요리와 음식을 소재로 했지만 영화는 그것들 뒤편에 있는 인간적인 문제에 초점을 맞췄다. 갈등의 씨앗은 한국의 전통음식인 김치였지만, 한국적 소재인 어머니와의 정과 인간적 분노, 그리고 잊혀져 가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것들이 채워져 있었다. 또한 현대인들이 잊고 사는 어머니의 정을 확인하면서 인간적인 믿음과 가족애에 대한 복원을 다루고 있다. 어쩌면 뻔한 주제라고 할 수 있지만 영화를 포함해서 모든 예술에서 당시 시대에 즐겨 사용하는 주제를 갖고 있기 마련이다. 그것이 당시의 사회적 분위기이자 넓게 보면 문화라고도 할 수 있다. 아니면 현대인들이 갖고 싶어하면서도 결코 얻을 수 없는 이상적인 그 무엇이다. 진부하다는 표현은 어쩌면 그만큼 갈망한다는 것이며 지금 우리에게 없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그런 우리들의 열망을 표현하는 형상화 방식이고, 이 영화는 김치라는 음식을 소재로 해서 감각의 전이를 토해 그것을 표현하고 있다. 김치는 자칫 뻔한 소재이기에 역시나 진부할 수 있다. 한국인이라면 너무나 흔한 것이라 생각할 수 있는 그런 음식으로 말이다. 전작이었던 [식객]에서 다룬 것 역시 진부한 것이지만 이번엔 더욱 진부하다. 그러나 그것에 영화의 생명력이 존재한다. 김치는 흔한 것이지만 김치의 맛은 분명 우리들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맛의 수준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이고, 이점이 바로 과거 문화에 대한 향수와 과거 인간미에 대한 향수를 불어 일으킬 수 있는 좋은 소재로서 기능한다. 특히 어머니의 손으로 만든 김치가 점차 희박해진 현시점에서 김치의 흔함 뒤에 있는, 점차 인스턴트 재료와 음식으로 인간미가 훨씬 떨어진 김치를 먹게 되는 불운이 영화의 진정한 Focus다. 이 점에서 소재의 참신성보다 소재에 대한 해석과 그를 통한 한국인들의 갈망을 파악하고 그것을 충족시키려 한 것이다. 진부하지만 절실한 그 무엇이 있는 것이다. 음식이란 정적인 대상을 역동적으로 보이기 위해 동적인 미를 위해 쉼 없이 돌아가는 카메라 앵글은 공감각적 매력을 잘 보여줬다. 완벽이라고 할 수 없겠지만 김치의 다양한 장면들이 객관적인 구성을 통해 다양하게 제시된 점에서도 좋아 보였다. 김치 대회에서의 역동성이 조금 아쉽지만 그래도 김치 대회를 통해 나오고 있는 어머니의 정에 대한 해석은 나름 공감이 가는 것 같았다. 마지막 장면에서 자신이 언제나 잊고 있었던 것을 ‘계피 가루’를 통해 확인하는 장면은 확실히 인상 깊었다. 웃음보다 눈물이 더욱 많은 신들이었지만 그래도 현대인들의 열망을 되새겨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이 영화, 분명히 진부한 것들로 꾸려졌다. 막장적인 요소만 빼놓고 본다면 다 있는 것 같다. 그러나 그런 것들을 어떻게 배치하고 형상화하느냐에 따라 영화의 극적 재미와 인상은 달라지는 것이다. 또한 진부하지만 색다른 시선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과거의 소재를 통해 현대의 슬픔을 바라보는 방식은 언제 봐도 즐거운 것이다. 그런 점에서 분명 볼 만한 영화라고 생각한다. 또한 이 영화에서 연기자로서의 매력을 보여준 이도 있다. 오랜만에 코믹을 집어 던지고 강하면서도 여린 이중성을 가진 ‘장은’역의 김정은은 확실히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존재감을 분명히 보여줬다. 인기절정일 뿐만 아니라 연기에서도 최고의 절정일 지금의 이 시점에 영화 [식객 2]는 그녀의 완성된 모습을 보여줬다. 세련되면서도 내면의 분노로 뒤엉킨 채 방황하는 ‘장은’이란 배역을 김정은은 세련된 감각을 가지면서도 내면의 분노를 잘 갈무리하는 현대여성의 그것을 잘 보여줬다. 노력이 결실을 맺는다는 것을 제대로 보여준 것이다. 이런 점까지 더한다면 영화 [식객2]는 확실히 볼만한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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