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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은 스스로 노력한 자를 돕는다.... 공주와 개구리
ldk209 2010-02-03 오후 1:09:25 666   [0]
하늘은 스스로 노력한 자를 돕는다.... ★★★☆

 

<공주와 개구리>의 시대적 배경은 1930년대 미국 뉴올리언스이다. 재즈의 선율이 흐르는 이 도시에서 흑인 소녀 티아나(애니카 노니 로즈)는 밤낮으로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은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꿈이었던 식당을 여는 게 바로 티아나의 희망이다. 한편 사악한 부두 마법사 파실리에(키스 데이빗)는 놀기 좋아하는 나빈 왕자(브루노 캄포스)를 꼬셔 개구리로 변하게 한다. 나빈 왕자는 공주와 키스하면 다시 사람으로 변한다는 오랜 동화를 믿고 티아나에게 키스를 청하지만, 개구리와 키스한 티아나 역시 개구리로 변하고 만다. 둘은 인간이 되기 위해 주술사 마마 오디를 찾아 기나긴 여정을 떠나게 된다.

 

픽사가 주도한 애니메이션의 놀라운 기술 진보는 한 때, 애니메이션 영화가 내용이 아닌 ‘동물의 털을 몇 개로 표현’했다거나 또는 ‘빛에 반짝이는 먼지 입자’를 표현했다는 식의 기술을 자랑하는 광고로 경쟁하게 하더니, <베오울프>에 와선 아예 디지털 배우가 실제 배우를 대체하는 수준에 이를 정도가 되었다. 물론 이마저도 <아바타> 앞에선 꼬리를 감춘 개 신세가 되어버렸지만 말이다.

 

아무튼 이러한 기술 발전과 관련해 최근 한 TV 토론 프로그램에서 패널로 참가한 진중권 교수는 ‘<아바타>의 기술만 추격하려는 노력은 한국 문화의 천박성을 보여주는 것’이라는 강력한 일침을 놓기도 했었다. 디즈니가 사실상 포기한 것으로 보였던 2D 애니메이션 <공주와 개구리>는 바로 영화가 단지 기술적 진보를 자랑하는 장이 될 수는 없다는 뚜렷한 증거 중 하나일 것이다. 2년 전 개봉한 투박한 흑백 셀애니메이션 영화인 <페르세폴리스>는 투박하고 순박하고 단순한 그림 속에 너무나 풍성한 이야기와 사람의 마음을 감동시키는 힘이 있음을 충분히 입증한 바 있다. 그러니깐 어떻게 보면 기술은 단지 내용을 담는 그릇에 불과한 것일 수도 있다.

 

이 점에서 가장 정반대의 지점에 서 있는 사람이 바로 심형래 감독일 것이다. 심형래 감독은 <디워> 개봉 당시 여러 인터뷰를 통해 기술 지상주의적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심 감독에 의하면 영화란 기술적 진보를 과시하는 장으로서 최대 역할을 하는 것이며, 그래서인지 그의 작품은 마치 그가 이룩한 CG 기술의 집합소 내지는 향연처럼 보이고는 한다. 그러므로 이런 입장이라면 3D 시대로 접어든 지도 많은 시간이 지난 이 시점에서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등의 오랜 애니메이션을 연상시키는 <공주와 개구리>를 디즈니가 새로운 영화라고(?) 내놓은 것을 과연 이해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암튼, 오랜만에 보는 월트 디즈니의 전통적인 2D 애니메이션 화면은 오랜 추억을 떠올리게 하고, 마음을 편안하게 만드는 마력을 발휘한다. 오래된 것에서 신선함을 느낄 수 있다고 한다면 바로 이런 기분일까? 화면만 그런 것이 아니고, 내용도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는 전통적인 디즈니표 스토리로 구성되어 있으며, 흥겨운 재즈 선율을 타고 흐르는 노래와 춤은 나도 모르게 발장단을 맞추며 어깨를 들썩이게 한다.

 

<공주와 개구리>는 디즈니 애니메이션을 대표할 정도의 명작은 아니다. 그럼에도 <공주와 개구리>를 보며 놀라게 되는 건, 이 영화가 단지 디즈니의 전통과 역사에만 기대 있는 작품이 아니라, 심지어 디즈니의 전형성을 꼬집었던 <슈렉>적 요소까지 품에 안는 등 요소요소에서 뒤틀기를 시도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그러한 뒤틀기는 디즈니의 전통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어 있어, 디즈니표 애니메이션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도 부담감을 느낄 정도는 아니다. 무엇보다 기존 대부분의 디즈니 공주들이 단지 누워 있다 왕자의 키스를 받아 행복하게 잘 살았다거나 그저 착한 존재로만 비춰졌다면 <공주와 개구리>의 티아나 공주(원래부터 공주도 아니었지만)는 노동의 가치를 아는 현대적 가치관의 소유자로서 스스로 노력함으로서 꿈을 성취하는 존재로 그려지고 있어 아이들과 함께 보기에 더 없이 좋은 가족 영화로 자리매김한다.

 

※ 오바마 시대에 흑인 공주의 이야기라. 이거 혹시 일종의 용비어천가? 이 영화를 기획한 존 라세터(바로 픽사의 부사장이자 <토이 스토리>의 감독)에 의하면 오바마가 대통령 당선이 유력하기 훨씬 이전부터 만들어진 설정이라고 하니, 오히려 이들의 선견지명에 놀래야 할 듯.

 


(총 0명 참여)
snc1228y
감사   
2010-02-04 12:15
hooper
기대되요   
2010-02-03 17:54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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