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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수준의 긴장감, 유머, 그리고 적당한 수준의 재미... 의형제
ldk209 2010-02-05 오후 2:52:54 1627   [4]
적당한 수준의 긴장감, 유머, 그리고 적당한 수준의 재미... ★★★☆

 

※ 약간의 스포일러가 있습니다.

 

6년 전 북에서 내려온 전문 암살요원 그림자(전국환)는 남파공작원 송지원(강동원), 손태순(윤희석)과 함께 탈북자인 김성학(정인기) 일가족을 무참히 살해하고 검거에 나선 국정원 요원들에게 피해를 입히고 사라진다. 작전 실패에 책임을 지고 이한규(송강호)는 국정원에서 파면되고, 송지원은 배신자로 낙인찍혀 북에서 버림 받는 신세가 된다. 6년 뒤 흥신소를 차려 주로 도망친 외국 신부들을 잡아 보상금을 타내던 이한규는 우연히 송지원을 만나 자신과 함께 일할 것을 권유한다. 둘은 보자마자 상대를 알아보지만, 서로의 목적을 위해 정체를 숨긴 채 동행을 시작한다.

 

첫 작품인 <영화는 영화다>로 2008년 가장 주목받는 신인감독으로 떠오른 장훈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인 <의형제>는 여러 면에서 <영화는 영화다>를 연상시키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우선 두 남자가 주인공인 소위 ‘투 톱 영화’라는 점, 그리고 영화에서 여성의 존재는 거의 무의미하다는 점에서도 동일하다. 그리고 거의 정반대 지점에 소속해 있는 두 남자가 소통해 간다는 기본 맥락도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반면 <영화는 영화다>의 강지환, 소지섭이 상대방의 위치를 선망해 왔다면 <의형제>의 두 남자는 경멸하고 있다는 점에서 두 영화는 확연히 구분된다. 아마도 <의형제>가 가지고 있는 기본적인 긴장감은 상대의 영역을 경멸하고 원치 않는 두 남자가 어쩔 수 없이 같은 길을 걸어가야 하는 기본 설정에서 나온다고 할 수 있다.

 

전작에 비해 좀 더 대중적으로 영역을 확장한 <의형제>는 분명 남과 북이라는 긴장 체제를 배경으로 가지고 왔으면서도 알고 보니 그림자의 잔인한 처벌이 당의 공식적인 명령이 아니라 개인적인 돌출행동이었다는 식으로 민감한 이념적 색채를 탈색시켜 보는 이의 부담감을 줄이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물론 이는 <쉬리>의 설정을 떠올리게 하는 등 어느 정도 전형적 설정이긴 하지만 가장 적당한 회피 지점이기도 하다.

 

그러나 아무래도 영화 제작에 있어 국가정보원의 도움을 받아서인지(엔딩 크레딧) 은근슬쩍 국정원의 논리가 숨어 있기도 하다. 예를 들면, 이한규가 명예 퇴직되는 상황에서 혼잣말로 ‘국민들 편히 자라고 열심히 간첩 잡았더니....’ 운운하며 불평하는 내용이 대표적이다. 1998년 국민의 정부가 출범하면서 기존 국가안전기획부는 국가정보원으로 이름을 바꾸는 등 대대적인 개혁을 단행한다. 이는 무엇보다 기존 안기부에 대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었다. 국가정보기관으로서의 역할보다는 정권안보, 정권보위를 우선시하던 과거의 그릇된 악행으로 안기부의 이미지는 땅에 떨어졌고, 이를 바로 잡기 위해선 대대적인 수술이 필요했던 것이다. 개혁이 제대로 추진됐고, 마무리되었는지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국내 정치 사찰 근절, 경제 정보 역량 강화, 대국민 이미지 개선 등의 개혁 방향은 옳았던 것 아닌가 싶다. 당시 개혁 대상이 된 국정원의 반발이 바로 이한규의 불평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물론 이한규는 이념적 인물이 아니라, 그저 먹고 살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는 존재라고 할 수 있다. 이 영화에서 중요한 얘기는 아니지만, 이와 관련해 한마디만 더 하고 넘어가자면 자신의 확고한 이념이 아니라 먹고 살기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이 자신도 모르게 더 위험하고 더 부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영화는 영화다>와 마찬가지로 <의형제>에서 가장 기막힌 지점은 캐스팅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무엇보다 두 주인공인 송강호와 강동원은 기존의 이미지를 배반하지 않으면서도 조금은 변주된 채 적당히 긴장되고 적당히 즐기는 듯한 연기를 보여준다. 특히 송강호의 연기는 혼자서 벌이는 코믹 연기부터 액션까지 전방위에 걸쳐 자유분방하게 나래를 펼친다. 이에 반해 강동원은 진지한 듯 거의 한 가지 톤으로 분위기를 유지하는 가운데 정서적으로 관객의 공감을 이끌어 내는 역할을 적절히 수행한다. 둘의 호흡에서 빚어지는 유머도 적당한 수준에서 긴장감을 덜어주고 영화적 재미를 안겨준다. 자잘한 웃음이 터지는 유머가 배우의 연기 그 자체에서 유발되기도 하지만, 연출, 편집에 의해서도 성공적으로 수행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 장훈 감독의 역량일 것이다. 그리고 <영화는 영화다>에서 눈길을 끌었던 고창석은 아주 짧은 분량에도 불구하고 강렬한 인상과 웃음을 제공한다.

 

관객들이 강동원에게 정서가 이입되는 건 강동원 캐릭터 자체의 힘도 있지만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 즉 우리 사회의 가장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를 강동원이 대리해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송지원은 숨어살던 6년 동안 경험했던 불안, 차별, 소외, 외로움을 대한민국의 이주노동자들에게서 발견하게 되고, 그들에게 감정을 이입하게 된다. 누군가의 지적처럼 어쩌면 그 모습은 통일 이후 북한 주민들이 받게 될(!) 대우가 될지도 모른다. 그래서 그는 이해하고 포용하려 한다.

 

이주노동자들의 이야기에서 전해지는 감정의 진폭이 큰 반면 영화의 주제인 두 남성이 서로와 소통하면서 결국 이해하게 되는 과정이 주는 감동은 상대적으로 빈약한 편이다. 둘이 소통하게 되는 계기 자체가 좀 억지스런 설정으로 느껴지기도 하고, 빈약하다고 느껴지기도 하며, 어느 정도는 뻔하게 다가온다. 가장 결정적으로는 영화의 클라이맥스가 허술하고 맥이 빠지게 늘어지며, 급작스럽게 고양되는 과도한 감정이 오히려 낯설게 다가온다는 점이다. <영화는 영화다>의 강렬했던 결말을 떠올려보면 이 부분은 분명 <의형제>의 가장 아쉬운 지점일 것이다.

 


(총 1명 참여)
hksksh
마지막 사진에서의 대사가 생각나는군요...^^   
2010-02-22 13:33
hoho1979
동감하는바입니당   
2010-02-10 09:53
kwakjunim
동감하는 부분입니다.   
2010-02-07 12:21
naredfoxx
캐스팅 정말 대박인듯함.   
2010-02-07 01:32
hooper
기대되요   
2010-02-06 12:23
sdwsds
재미있겠는데요   
2010-02-06 10:05
kaya13
강동원의 연기가 궁금했는데... 흐음. 아무튼 알찬 리뷰 잘 보고 갑니다^^   
2010-02-06 06:55
verite1004
그렇군요.   
2010-02-05 18:18
snc1228y
감사   
2010-02-05 16:5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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