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장백지가 나온 [십이야]를 봤습니다. 세익스피어의 『십이야』와는 하등의 관계가 없는 이 영화는 한 쌍의 커플을 통 해 사랑을 12가지 정의를 통해 사랑의 기-승-전-결을 보여 주었습 니다. 아름다운 사랑이야기가 아니라 지극히 현실적인 이야기를 풀 어가고 있었죠. 연애를 단 한번이라도 해본 사람, 특히나 여자들은 영화 속의 장백지에 대해 너무나 공감이 가더라고 하더군요.
동양에 [십이야]가 있다면 서양엔 [러브 앤드 섹스]가 있습니다. 여자 주인공인 케이트의 연애경력은 정말 모 이동통신 광고처럼 “걘 선수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네요. ^^a;; 우선, 케이트가 했 던 질문 저도 똑같이 해보고 싶습군요. “과연 일생동안 한 사람만으 로 열정적으로 사랑한다는 게 가능한 일일까?” 그녀는 많은 애인을 사귀었지만, 항상 안 좋게 헤어지고 말았습니다. 그나마 가장 마음 이 맞았고 최고로 오래 사귀었던 아담과도 아작이 났죠. 여성잡지 기자로써의 캐리어는 흔들리고… 도대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돌이켜 봅니다. 그녀가 잘못한 걸까요? 아니면 남자들에게 문제가 있는 걸까요? 서로 헤어진 다음에 아담과 케이트가 한 행동은 정말 로 그 사람을 사랑했기 때문에 남은 미련 때문인가요?
케이트는 외로운 마음에 이 남자 저 남자 사귀긴 했지만, 그녀는 그들을 모두 진심으로 사귀었다고 자부합니다. 하지만, 자신이 진정 으로 무엇을 원하고 필요로 하는지 진지하게 생각해 봤는지 모르겠 군요. 자신이 타인에게 줄 수 있는 것과 그 타인이 받아들일 수 있 는 것 그리고 내가 타인에게 원하는 것과 타인에게 받을 수 있는 부분을 먼저 고민해 봐야 하지 않았을까 싶네요. 그건 아담도 마찬 가지구요. 서로 익숙해지고 나면 그런 부분에 대해 대화 나누는 시 간이 부족해집니다. 서로가 말 안해도 알아주리라 기대하지만, 나조 차 상대를 이해 못 하는데 어떻게 상대가 날 이해해주길 바랄 수 있을까요? 화가인 아담이나 기자인 케이트나 타인을 이해하기보다 모두 자신의 입장을 먼저 생각했던 것이 문제였지 싶군요.
같은 선수끼리의 사랑 이야기라면 사랑과 성을 연관시켜 재미있 게 풀어나간 [러브 앤드 섹스]도 재미있었지만, 왠지 같은 동양권의 [십이야]가 훨씬 공감이 가네요. [러브 앤드 섹스]의 상황 설정이 너무 작위적인 냄새가 났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네요. 케이트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무엇을 보셨나요. 완벽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게 아니 라 완벽하지 않더라도 사랑하는 게 진짜 사랑이란 걸 발견한 케이 트는 이제 정착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