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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이 바라는 아이돌이란... 키사라기 미키짱
ldk209 2010-02-19 오후 3:26:00 813   [0]
팬이 바라는 아이돌이란... ★★★

 

다섯 명의 오타쿠가 한 건물 옥상의 조그만 방에 모인다. 이들은 1년 전 자살로 사망한 아이돌 스타 키사라기 미키를 추도하기 위해 이에모토(오구리 슌)의 주도로 모인 것이다. 멤버는 이에모토를 포함해 오다 유지(유스케 산타마리아), 스네이크(코이데 케이스케), 야스오(츠카지 무가), 이치고무스메(카가와 테루유키). 이에모토가 가지고 온 기념품을 보며 시간을 보내던 이들은 ‘미키가 자살이 아니라 살해된 것일 수도 있다’는 오다 유지의 선언을 계기로, 미키의 죽음을 두고 추리를 벌이기 시작한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들 다섯 명은 이러저러하게 미키와 개인적 친분으로 얽혀 있는 사이였으며, 또한 어떤 식으로든 미키의 죽음에 책임이 있다는 것이 차례차례 밝혀지게 된다.

 

소수의 인원이 한정된 공간에서 벌이는 스토리가 담긴 영화를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편이다. 대게 이런 영화들은(물론 잘 만들어졌다는 전제 하에) 짜임새와 밀도가 높으며, 따라서 화면 몰입도가 높은 편이다. <키사라기 미키짱>을 선택한 건 전적으로 개인적 영화 취향 때문이었다. 결론적으로 내가 생각한 영화와는 조금 색깔이 다르긴 하지만, 일본 코미디 영화에 딱히 거부감이 없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재밌게 감상할 수 있을 것이다.

 

영화는 전형적으로 미스테리 구조를 가지고는 있다. 살인이라고 주장했던 사람을 포함해 모든 출연자(한 명을 제외하고)가 돌아가며 살해 용의 선상에 오르며, 충분히 그럴 듯한 근거들도 제시된다. 결코 짧지 않은 시간(108분) 동안 일 년 전 미키짱의 자살을 재구성하는 가운데 다섯 명 중에 가장 유력한 살해 용의자가 적시되고, 의혹이 해소되고, 다른 참가자가 살해 용의자가로 부각되는 과정은 미스테리로서 충분한 재미를 담보한다.

 

그런데 영화는 두뇌게임을 요구하는 미스테리 영화보다는 코미디 영화로서 더 재밌다. 별로 심각하지 않은 상황을 매우 심각하게 받아들이거나 또는 그 반대이거나, 내지는 묘한 엇박자가 ‘킥킥’거리는 웃음부터 몇 번의 폭소까지 자연스럽게 유발한다. 일본식 코미디의 전형인 과도한 호들갑도 왠지 다루는 소재가 아이돌이어서인지 그다지 유난스럽다고 여겨지지는 않는다. 그리고 다섯 명의 남자들이 주고받는 대사의 호흡도 장단을 맞추듯 적절하다.

 

가끔 일본 아이돌 가수들의 공연 모습을 동영상으로 볼 때가 있다. 어린 여자 아이돌의 손짓에 따라 수천의 방청객이 일사분란하게 춤을 추는 모습을 보면 모골이 송연해지기도 한다. <키사라기 미키짱>의 후반부에 다섯 명이서 미키의 영상을 틀어놓고는 춤을 추는 장면이 나온다. 그러니깐 이 춤을 수천 명이 똑같이 춘다고 생각해보면 일본의 덕후 문화는 확실히 좀 독특한 데가 있어 보이긴 한다.

 

그런데 <키사라기 미키짱>의 다섯 덕후 중 네 명은 미키와 개인적인 친분이 있는 관계다. 한 명은 매니저, 한 명은 어린 시절부터 서로 사랑해 온 사이, 한 명은 아버지, 한 명은 미키가 단골로 찾는 팬시점 점원. 어떻게 보면 순수하게 일반적 의미의 팬은 이에모토 한 명 밖에는 없다. 이에모토는 이 사실을 놓고 자기만 미키를 알지 못한다며 슬퍼하고 괴로워한다. 그러나 영화는 미키가 어렵고 힘들 때마다 주위의 아는 사람보다는 이에모토와 같은 팬들로부터 더 큰 위로와 격려를 받았음을 잔잔한 감동과 함께 전한다. 즉 아이돌을 만드는 것은 팬의 힘이며, <키사라기 미키짱>은 어쩌면 팬이 희망하는 아이돌이 모습을 그리고 있다고도 생각된다.

 

※ 최근 한국의 유명 남자 아이돌 그룹의 매니저가 따라다니는 어린 여성 팬을 구타한 사건 때문에 떠들썩하다. 일각에선 과도한 팬심이 원인이라는 지적도 있고 어느 정도는 내가 생각해도 너무 집요하고 과도한 것 아닌가 싶기도 하지만,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팬의 지지로 유지되는 아이돌이 팬, 그것도 어린 여성 팬을 구타하는 것은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최근 이런 사건의 와중에 <키사라기 미키짱>을 보니 세삼 아이돌 스타와 팬의 관계가 어떻게 설정되어야 할지 논의될 시점이라는 생각이 든다.

 

 


(총 0명 참여)
snc1228y
감사   
2010-02-20 16:20
hsgj
잘 읽었습니다   
2010-02-19 18:35
smc1220
잼나요   
2010-02-19 18:07
boksh2
감사요   
2010-02-19 16:59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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