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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비걸>[폰] 전화가 주는 공포라...
mvgirl 2002-07-29 오전 10:42:11 1095   [8]
공포영화라는 장르는 비교적 대중화 되어있는 장르이지만 이 장르를 좋아하는 층은 일반적이라기 보다는 일부 매니아 정도라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내용상 사람들이 자주 그것도 아주 처참하게 죽어가고, 섬뜩하고 끔찍하게 죽은 이들이 많이 등장하는 이런 류의 영화를 모든 일반인들이 좋아한다는 좀 무리가 있는 얘기니까.
이렇게 제한된 대중을 상대하는 장르이다 보니 이 장르는 주로 B 급 영화에 머무는 수가 많다. 그러니까 영화에 많은 자본이 투자되어 제작이 활성화 되기가 좀 힘들다는 얘기다.
미국에선 공포영화라는 장르가 주로 시리즈 류 정착하며 나름의 캐릭터(메이슨, 프레디 ,갈고리맨 등의 캐릭터)도 창출되고 이 분야의 영화를 잘 만들던 감독들 중 블록 버스터급의 메이저 영화를 만드는 감독으로 유명해 지는 경우도 몇몇 있었다.
(반지의 제왕을 만든 피터 잭슨이나 스파이더 맨의 샘 레이미는 공포영화를 꽤 잘 만드는 감독들로 매니아 층들의 지지를 받고 있었다. )
우리나라의 영화가 헐리웃 영화들에 꽤 경쟁력을 갖게 되었다는 지금에도 유독 공포영화만은 범하기 힘든 장르로 오랜 시간 주변에 머물러 있어야 했다. 적어도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이 흥행에서 대 성공을 이루기 전까지….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의 공포물에서 연상되던 하얀 소복에 머리를 산발한 귀신이나 저승사자의 공식을 완전히 뒤집어 한 학교에서 자살한 어떤 학생의 한과 복수를 담은 이 영화의 성공은 우리나라에서 주변에만 머물던 호러 영화 장르를 하나의 장르로 정립하게 하는 구실을 하게 되었다. 그리고 2000년 여름 안병기 감독의 <가위>로 우리나라에도 우리나라의 풍토에 맞는 공포영화가 정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었다.
내 개인적인 생각이긴 하지만 박기형 감독의 <여고괴담>이 우리나라 호러 영화의 초석을 다졌다면 <가위>는 본격적인 선혈이 낭자하는 슬래셔 무비(잔혹영화) 장르로 관객의 관심을 끈 첫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한을 품고 죽은 여성 그리고 그 여성의 열린 눈을 닫아주기 위해 눈을 바늘로 꿰매는 사람 그리고 자신의 한을 끝까지 복수를 하겠다는 듯 벌려지는 눈….
2000년 여름 공포영화 <가위>를 보고 난 충격을 받았다.
개인적으로 공포영화를 좋아하지도 즐기지도 않는 나였지만 <가위>에서 보여지는 화면들은 나름대로의 독특함이 배어있었다.
미국식 영화에서 보여지는 연쇄살인마에 의해 처참하게 죽어가는 사람들의 모습이 보여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도끼에 찍힌다거나 머리가 날아간다거나 하는 아주 잔인하게 살해되는 장면도 아닌 그저 귀신이 사람들 주변에 머물다 갑자가 그들 앞에 나타나거나 공포를 주곤 서서히 살해하는 장면은 미국의 그것들과는 분명히 다른 연출방법이지만 미국의 그것보다 훨씬 효과적으로 관객에게 공포를 준다는 느낌이다.
영화 <가위>가 주는 공포는 은근함이 극대화된 공포였다.
단지 검정색 원피스를 입고 긴머리를 늘어뜨린 상태에서 눈만 치켜 뜬 하지원의 귀신연기는 단연 압권. 그녀는 캠코더 속에서, 꿈속에서, 공원에서, 방에서, 수영장에서 시도 때도 없이 직, 간접적으로 그녀의 모습을 드러내며 극중의 또는 관객들의 심리를 자극하며 그녀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또한 그녀가 언제 어떻게 어떠한 방식으로 갑자기 나타나 복수를 하게 될지를 궁금하게 하며 영화를 보는 내내 관객을 긴장시킨다.
영화는 절대적으로 시각적으로 잔인함을 배제하고 심리적 자극만으로 공포를 준다.
그러한 공포는 어쩜 시각적 공포보다 맘속 깊은 곳의 공포를 불러일으켜 관객들이 진짜로 귀신과 함께하는 것 같은 섬뜩한 느낌을 주는 굉장히 효과적인 것으로 나에게 굉장한 인상을 주었었다.
아마도 최근의 미국의 호러물들이 연쇄살인마들의 연쇄살인으로 관객의 시선을 집중한다기 보다 <식스 센스>나 <디 아더스>류의 심리공포스릴러로 회귀하는 이유가 시각적 공포보단 심리적 공포가 더 은근하고 오래간다는 것을 그들도 이제서야 인식한 것같다는 생각이다.

그 <가위>의 안병기 감독이 다시 한번 공포영화를 들고 왔다. 영화의 제목은 <폰>.
적어도 우리나라에서 우리 내 정서에 맞는 정통 호러물을 꽤 괜찮게 만드는 그것도 공포라는 특정 장르를 고집하여 전문으로 만들고자 하는 감독이라는 인상 때문에 난 그의 신작을 기대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많은 기대를 가지고 영화에 임했다.
 
영화 <폰(Phone)>은 안병기 감독의 두번째 작품이자 그만의 장기를 십분 발휘할 수 있는 귀신이 등장하는 정통 호러 영화이다.
예의 그만의 장기인 공포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꽤 괜찮은 호러영화가 또 한편 탄생된 것 같다. 그런데 어쩐지 안감독의 전작인 가위와 자꾸만 비교가 된다.
극의 타이틀 롤을 맡은 하지원이라는 여배우 탓일까 ?
하지만 어째 전작인 <가위>보다 차기 작인 <폰>이 내용의 구성 면에선 좀 산만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전작에서 하지 못했던 걸 차기 작에서 꼭 표현하고자 했던 감독의 욕심 때문일까 ?

1. 산만한 영화의 내용.
표면적인 영화의 주인공은 지원이다.
귀신의 기운을 느끼는 것도 그녀이고 귀신으로 인해 이상한 일이 발생되는 것도 그녀의 주변이며 귀신의 한을 추적하며 그녀의 한을 풀어주려고 노력하는 이도 그녀이다.
하지만 영화가 진행되고 줄거리가 진행될수록 지원, 귀신, 친구의 딸이자 귀신의 원혼이 쓰인 영주 그리고 귀신을 죽음으로 이끈 미지의 인물 등, 극을 이끄는 중심인물들이 꽤 산만하게 포진하며 극은 점점 산만해 지기 시작한다. 지원이 중심이 되어 죽은 자의 한과 범인을 밝혀가는 집중력이 있는 것이 아니라 극의 주변인물들이 성격이 주인공 지원보다 극의 후반으로 갈수록 더 두드러지는 것이 영화의 중심을 잃게 한다.
탄탄한 줄거리로 발생되는 기이한 일들에 신비성을 주면서 긴장을 팽팽하게 유지시킨다기 보다 전체적으로 계속적으로 부지불식간에 관객을 깜짝깜짝 놀라게 하려는 공포적인 현상이나 화면들에 집중하고 있다는 느낌이다. 그 내용의 흐름에 관계가 있건 없던 말이다.
잡지사 기자인 그녀가 원조교제 기사를 쓰고 계속적으로 받는 협박편지는 영화에서 출몰하는 귀신하고는 전혀 상관이 없다. 누군가에 의해 계속적으로 미행을 당하고 위협을 느끼는 그녀와 귀신에 쫓기는 그녀는 직접적으로 아무 상관이 없다. 또한 뜬굼없이 지원의 선배를 살해하는 협박범의 살인과 또 협박범의 죽음은 영화의 진행상 전혀 상관이 없다.
단지 그녀가 핸드폰 전화번호를 바꿔야 하고 거처를 옮겨야 하는 당위를 주는 것뿐인데 영화의 전반부는 귀신의 출몰이 이 협박범과 연관이 있는 것 같은 연막을 피운다.
마치 협박범이 연쇄살인자라도 되는 것처럼….
그리고 공포는 갑자기 전화로 옮겨지고 6644라는 번호의 비밀에 집중한다. 그리곤 그 번호에 귀신이 붙은 것처럼 사람들이 죽었다는 설정이긴 하지만 그 등장인물들의 죽음은 어째 일관성을 잃은 느낌이다. 단지 그녀에게 그 번호에 대한 비밀을 추적하게 하기 위한 빌미를 주긴 하지만 그들의 죽음은 아무리 생각해도 귀신의 한과는 상관이 없다.
감독이 관객에게 공포를 주기 위해 이것저것 공포를 줄 수 있는 장치들을 마련하려고 노력한 것은 분명한 것 같은데 욕심이 과한 것 같다는 느낌이다.

2. 왠지 다른 영화를 상상하게 하는 설정들
우선 영화가 핸드폰에 걸려오는 괴전화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는 점에서 헐리웃 공포영화 영화 <스크림>을 떠올리게 한다. 또한 어린아이에게 악령이 쓰이고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은 영화 <엑소시스트>를 떠올리고 한을 품고 죽은 귀신이 여고생이었고 그 여고생의 이야기를 하는 부분에선 영화 <여고괴담>을 떠올리게 한다.
영화의 마지막 진희의 시신이 드러나는 부분에선 소설 <검은 고양이>가 생각나는 등 영화는 기존에 보아왔던 여러 공포영화나 공포소설들의 많은 장치들을 도용한 것 같은 느낌이다.
따라서 영화는 신선함을 잃고 어딘지 식상한 공포를 주는 것 같은 느낌을 준다.

3. 영상적 측면
공포적 느낌의 화면 구성이나 연출은 전작인 <가위>보단 <폰>이 횟수 면이나 강도 면에서 훨씬 빈번하고 강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무엇보다도 영화의 맨 마지막에 진희의 혼령이 자신을 죽인 이에게 복수를 하는 장면은 이 영화의 백미라고 해도 좋을 만큼 가장 공포스럽고 경악을 금치 못하게 하는 부분이었던 것은 인정한다.
줄거리의 엉성함은 아무리 공포스런 분위기도 그때로 그치고 만다. 그저 그때 무섭고 만다는 뜻이다. 전작이었던 <가위>가 주인공의 주변에 늘 귀신이 머무르며 보여주었던 서늘함에 비해 <폰>이 보여준 공포적 느낌은 일관적이지 못해 집중할 수 없다.
따라서 <가위>에서 보여준 화면구성이 <폰>에 비해 훨씬 더 신선하고, 더 효과적이었다는 생각을 하게한다.
지원이 계속해서 느끼는 혼령은 전체적인 영화의 분위기를 서늘하게 하고, 협박범에 쫓기는 부분에선 긴장을 늦출 수 없게 하고, 이상행동과 돌출행동을 반복하는 영주의 모습에서 혼령이 주는 공포를 느끼지만 신선하다기 보단 진부하단 느낌이다.
<가위>에서 캠코더에서 귀신이 나온다거나, 공중전화에서 최후를 맞는 장면이나 하지원의 혼령에 쫓기던 최정윤이나 기타 다른 이들의 눈에는 보이지만 그녀의 한을 입지않은 김규리만은 그녀의 혼령을 느끼지도 보지도 않는다는 설정, 수영장 밑바닥에서 조혜영을 뚜러지게 쳐다보며 있던 그녀의 모습이나, 유준상과 조혜영의 차에 뒤에 동승해 가는 등의 섬뜩하고, 신선하고, 효과적이고, 인상적인 화면 표현은 <폰>이 <가위>에 비해 상대적으로 빈약하고 또한 진부하다.
하지만 의문투성이의 지루하고 진부한 전반부가 끝나고 후반부에 접어들면서 사건의 전모가 밝혀지기 시작할 무렵에서 영화 <폰>의 공포는 어떤 공포영화보다 극적이다.
첨부터 그렇게 확실한 공포를 주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들정도로….

여지껏 내가 영화 <폰>에 대해 이러 저러한 부분에 나빴다거나 아쉬웠다는 느낌을 말하기는 하였지만 영화 <폰>은 꽤 잘 만들어진 한국형 공포영화임은 분명하다.
안병기 감독은 영화 속 어떤 장면에서, 어떤 시점에서 관객을 놀래키는 장면을 연출해야 할지 어떤 화면이 관객을 경악으로 몰고 갈지를 분명히 아는 감독인 것 같다.
전작과 마찬가지로 이번에도 각본을 맡은 감독이 영화 <폰>에선 무언가 욕심을 부린 것은 같은데 그 줄거리에 많은 것을 담으려다 보니 점점 산만해 지게 된 것을 본인이 인식하였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긴 하지만 영화 <폰>은 그 화면만 보고 있노라면 일상에서도 공포가 느껴질 만큼 적재 적소에 공포적인 장치를 잘 배치한 영화임엔 분명하다.
자꾸만 전작 <가위>보단 두드러지게 그 신선함이나 인상적인 면이 감해지긴 했지만…
어쩌면 내 스스로 전작에 대한 강한 인상을 <폰>에서 느끼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폰>에서 볼 수 있었던 꽤 괜찮은 장면도 그다지 인상적으로 느끼지 못했었을 수도 있으리라…

여하튼 영화 <폰>이 주는 공포적 느낌은 영화 여타 다른 어떤 공포영화가 주었던 공포적 느낌에 못지 않다는 것이다. 더구나 이 작품으로 공포영화라는 주변 장르에 전문감독으로 확실한 자리매김을 한 것 같은 안병기 감독은 우리나라에서 당분간 이 장르의 독보적 감독이 될 것 같다는 예상을 하게한다. 이젠 우리나라에도 미국의 웨스 크레이븐(나이트 메어, 스크림 시리즈의 감독)감독처럼 공포영화라는 하나의 장르에서 그 명성을 떨칠 수 있는, 감독의 이름만으로도 그 장르의 영화를 기대할 수 있고, 관객에게 공감을 얻을 수 있는 스타 감독이 등장 할 것 같다는 기분좋은 예상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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