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오스카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숀 펜의 이 영화를 드디어 보게 되었습니다.
드라마 장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남편 덕택(?)에 겨우 지금에서야 볼 수 있었던 거지요.
그것도 DVD를 빌려다 집에서 혼자 말입니다.
하지만 저 혼자 조용히 관람한 건 결과적으로 아주 잘 된 일이었는데 그 이유는 이런 드라마
영화는 무엇보다 차분하게 여유를 가지고 집중하여 영화를 제대로 감상하려면 나만의 공간
이 필수이기 때문이지요. 게다가 날씨까지 다소 촉촉한 듯 서정적인 것이 금상첨화였고요.
이 영화에서 “하비 밀크”란 행동주의자 겸 정치가 역할을 맡은 숀 펜은 그간 그가 맡았던 남
성적 카리스마는 두드러지되 방황과 고독, 번민으로 괴로워하는 캐랙터와는 뭔가 다른 시종
희망과 밝음을 견지했던 신념의 인물로 분하여 역시 뛰어난 연기자임을 증명해 보였습니다.
그가 연기한 인물 하비 밀크는 실제 존재했었던 샌 프란시스코의 시의원이었고, 처음으로
미국 내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숨김없이 드러낸 정치가이자 자신의 신념에 따라 행동했던
행동주의자였지요. 그는 우연히 만난 소울 메이트와 함께 자신의 본거지였던 뉴욕을 떠나
자신들의 관계에 좀 더 관대할 것으로 추측되는 샌 프란시스코로 삶의 터전을 옮기면서 그
전까지의 소극적인 삶에서 일시에 행동하는 양심가로 변모합니다.
하지만 1970년 초의 샌 프란시스코 역시 게이나 레즈비언들에게는 두터운 편견의 도시였
고 두 번의 실패 후 그는 드디어 시의원이 되면서 그의 영향력을 넓혀갈 수 있었지요. 그
와중에 같은 시의원인 댄 화이트를 만나게 되고 그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듯 보이기도 하
지만 결국은 그의 손에 암살당하고 말입니다.
영화는 그가 암살 당하기 전 자신의 암살을 마치 예견한 듯 자신의 유언을 녹음하는 장면으
로 시작합니다. 그리고 그가 어떻게 평범한 증권 맨에서 인권운동가로 변신하게 되는 지,
어떻게 한 인물이 다수에 의해 억압받고 부당한 대우를 당하는 소수들, 그 중에서도 자신이
속하는 게이들을 위해 자신의 생을 바치는 그 과정을 세세히 보여주지요.
그는 인권운동을 하면서 성 정체성으로 혼란을 겪는 젊은이의 멘토가 되기도 하고, 게이뿐
만이 아니라 미국의 정신인 “모든 이는 다 동등한 권리를 가진다.”에 위반되는 차별과 편견
에 시달리는 그 밖의 소수들을 위해서도 “희망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행동주의자로서의 면
모를 보여주면서 주류에 의해 억압받는 이들에게 용기를 부여합니다.
그 결과 그는 당시 보수정권 입법자인 “존 브리그”를 딴 “The Briggs Initiative”로 알려진 캘
리포니아의 “Proposition 6”에 대한 발기를 무효화시켰는데, 그것은 바로 아이들을 보호한다
는 명목으로 캘리포니아 공립학교에서 게이나 레즈비언, 또는 게이인권을 지지하는 누구라
도 교사로 일하는 걸 금지하는 법안이었습니다.
하비 밀크와 게이, 레즈비언들은 “No on 6”라는 캠페인을 벌이며 가가호호를 방문하여 이
법안이 야기할 문제와 해악을 호소했고 그 결과 단 시간 내 가장 큰 공공의 의견 개진을 보
여주며 브리그 자신이 소속된 오렌지 카운티에서 조차 이 법안은 패했다고 하네요. 한 인
간의 성 정체성은 아주 어린 시기에 결정되는 것이지 선생님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것은
잘못된 편견이라는 우세한 과학적 견해가 받아들여진 셈이지요.
주류에 맞서는 용기와 신념의 행동가인 하비 밀크의 실제적 삶을 연기한 숀 펜 자신도 젊은
시절 문제아로 인식되어졌던 비주류여서인지 그는 하비 밀크와 많이 닮아 보이면서 그만큼
이 역할을 잘 해낼 연기자도 없을 정도로 하비 밀크란 인물과 딱 들어맞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두려움에 맞서는 용기를 지닌 “영웅”적 인물로서도 그만한 호연을 할 배우가 없지 않
았을까 싶으며 여러 가지로 만족했던 영화, 만족했던 캐스팅이었습니다. 비주류에게도 “열
정과 노력으로 최선을 다하면 꿈은 이루어진다!”는 희망을 선사한 또 하나의 멋진 영화가 분
명해 보였고 말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