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숀 펜'이라는 배우만으로도 영화를 신뢰하고 또 보고 싶었던 터라 기대했다. 사실 128분이라는 엄청난 러닝타임과 정치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던 터라 걱정도 했다.(바비에 데어서_)
초반 30분 정도는 살짝 졸음이 쏟아졌다. 그리고 사실 나는 동성애라는 것에 대해서 그렇게 많은 거부감이 있던 사람도 아니었고 좋아하는 사람도 아니었다. 그냥, 그 사람들의 잘못도 아니고, 물론 일반적인 상식과 보편적인 시각에선 다른 사람이지만 그 사람들이 틀린 사람은 아니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건 그냥 상상속에서나 가능했나보다. 초반에 나오는 남-남의 관계는 나를 불편하게 했다. 나도 모르게 보면서 인상을 쓰게 되었던 것이다. 그들의 입맞춤, 관계, 그것들이 정상적으로 보이지 않고, 혐오의 수준까지 가기에 이르렀었다.
영화가 중반을 넘어서고, 후반을 넘어설때쯤 초반과는 달리 나는 영화에 빠져있었다. 턱도 없을거라고 얘기하며 외면했던 이들에게 보란듯이 성공을 보인 하피 밀크. 그리고 그의 행보. 게이들을 대표해서 정치에 나선 그는, 게이 뿐 아니라 사회의 약자들을 위한 Supervisor가 되어있었다.
그리고 나의 인식에도 점점 변화가 생기고 있었다. 후반부에 나오는 그들의 사랑에 진실함을 느끼고 남녀간의 사랑처럼 보고 있었다. 똑같은 사람이다. 사랑을 느끼고 아픔을 느끼고 질투를 느끼고 그리움을 느끼고. 단지 그 대상이 같은 성을 가졌을 뿐이었다.
벽장속에 갇혀있던 세상에서 소외된 사람들이 본다면. 하비 밀크를 통해 희망을 배우고, 세상을 변화시킬 준비를 시작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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