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유명배우가 없어도 시나리오만 탄탄하다면 그만한 재미와 감동을 전해주기 마련이다. 유주얼 서스펙트가 그랬고,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 등이 그랬다.
[주유소 습격 사건], [신라의 달밤]의 박정우씨가 각본을 맡고 [박봉곤 가출사건]의 각본을 맡았던 장항준씨가 감독을 맡았다.
그 결과 캐릭터들은 주유소 습격 사건에서처럼 각자 개성이 넘치며.. (물론 미스 캐스팅적인 요소도 눈에 많이 띤다.) 주연을 앞지르는 조연들의 연기 또한 영화의 재미이다.
2) 이 영화의 장르를 굳이 얘기하자면, 기차 액션 코미디... 정도 될 것이다. 최근 한국 영화가 헐리우드적인 요소를 많이 따르면서 뭔가 보여줄려고 하는 면이 많이 보인다. 어드벤쳐물인 [아유레디]가 그렇고 기차 액션물을 표방한 [라이터를 켜라]가 그렇다.
[라이터를 켜라]에서는 기차안이라는 좁은 공간임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카메라 앵글을 보여주며 세트지만 훌륭한 새마을호를 재현한 것을 볼 수 있었다.
다만 영화 초반에 철곤과 박의원의 대면 장면에선 조명의 부조화를 보여주며 자칫 이 영화를 3류 영화로 만들뻔한 위험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또한 [미션 임파서블]의 떼제베에서의 액션 장면들을 사람들은 기억할 것이다. (말도 안 되는 어설픈 액션이라는 것을) 그러한 점을 알면서도 무리하게 [라이터를 켜라]에서 차용한 점이 의문이다. (물론 미션 임파서블은 코메디가 아니었지만..)
3) 차승원씨는 [신라의 달밤]에서의 연장인 듯한 연기를 무난히 보여주고 있고 김승우씨는 그동안 영화에서의 참패를 코믹연기로 만회를 한 듯 하다. 박영규씨와 이문식씨, 강성진씨의 연기 또한 기존 연기의 연장선상을 달리면서 안정돼 보인다. 하지만 김채연씨의 경우, 미스캐스팅이 아닐까 한다. 첨에 하루키 책을 기차 안에서 들고 있는 그녀는, 은퇴(?)한 술집 작부역이지만 차라리 그녀에게 ㅅ+사가지 없는(극중 불리는 이름이 ㅅ+사가지이다.) 대학생 역을 맡겼더라면 훨씬 나았으리라 본다. 유해진씨의 경우 기존 깡패연기만 하다 침착남을 연기하는 데서 오는 어색함에서 감독은 그 점을 관객들의 웃음 유발로 노린 듯하다. 하지만 때론 주연보다 오바하는 조연들에게서 낯설음을 느끼곤 하는 문제점이 여러군데서 드러났다.아쉽다.
4) 영화음악엔 윤종신씨가 담당했는데 가장 빛을 본 장면은 기존 윤종신씨의 이미지와 보컬이 살아나는 장면이 바로 끝장면에서의 윤종신씨가 직접 부른 곡이 아닐까 싶다. 바보스런 캐릭터인 허봉구가 마치 NO.3에서의 라스트씬인 한석규의 흐뭇해하는 장면과 오버랩되면서 흐르는 윤종신씨의 곡은 이 영화에서 가장 매치가 잘 되는 음악이었다.
5) '라이터'의 의미는 다름 아닌 봉구의 마지막 남은 자존심인 것이다. 집에 갈 차비도 없는 봉구에게 300원짜리 라이터는 그의 마지막 남은 물건이며 자존심 인 것이다. 비록 일회용 라이터는 값어치가 나가거나 빛나는 물건이 아닌 하찮은 존재지만, (봉구 역시 영화 초반에 반창회에서조차 구석에서 하찮은 존재로 인식이 된다.) 하지만 정작 필요할때 없으면 안 되는 그런 의미의 라이터 이기도 하다. 자신의 마지막 자존심과 재산을 지킴으로서 자신감을 찾게 되고 새사람으로 거듭난다. 영화 끝부분 반창회에서의 모습에서 그는 자신감에 찬 봉구의 모습을 보여준다.
6) 유럽엔 유럽식 코메디가 있고 미국엔 미국식 코메디가 있듯 한국엔 한국식 코메디가 있다. 어느 나라에서 가스총을 쏘는 데서 웃음을 찾을 수 있을 것이며, 어느 나라에서... 박의원에 캐릭터에서 정치를 비꼬는 ... 철곤의 캐릭터에서는 언론을 비꼬는 한국식 코메디를 만날 수 있겠는가..
다소 오바하는 조연이 있을지라도 ... 미흡한 CG작업일지라도... 보고 나면 아무 생각 없을지라도 한국식 코메디엔 기분 좋게 웃을 수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