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타>를 눌렀다며 영화에 대한 기대치를 한껏 높였던 <디어 존>. '대체 어느 정도이길래'라는 생각으로 관람한 시작은 '역시나'라기 보다는 '뭐야 이게'라는 생각을 갖게 한 영화였습니다. 청춘남녀의 불꽃처럼 타오르는 로맨스와 예상을 뒤엎는 전개도 있는 반면 정작 기대한 애절한 무언가가 빠진것 같아 영화가 끝난 뒤 '진짜 끝난거야?'라는 생각마저 들게 한 <디어존>... 과연 무엇이 이런 느낌을 갖게 한 것일까요...
<G.I. Joe>와 <스텝업> 등에서 잘생긴 외모뿐 아니라 춤과 액션 실력을 뽐내며 차세대 스타로 자리메김하고 있는 체이닝 테이텀, <맘마이마>에서 노래와 춤 실력을 <클로이>에서 치명적인 매력을 선보인 아만다 사이프리드의 출연이라는 화려한 배역진과 수많은 독자들의 심금을 울린 <노트북>의 원작자 니콜라스 스파크스의 베스트 셀러기 원작이라는 점은 속된말로 왠만큼만 연출해도 그림이 나오고 감동이 밀려올 것 같은 기대가 생기기에 충분한 요소들입니다. '2주간의 찬란한 사랑, 7년간의 가슴 벅찬 기다림'이라는 카피가 예술인 것처럼 이들이 나오는 화면 또한 한마디로 예술이더군요... 한때 상대방을 생각하며 한글 한글 써내려간 연애편지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며 그들의 이야기에 빠져 들....고 싶었지만 그걸 막는 뭔가(?)가 있었습니다.
과연 그게 뭘까... 이런 고민을 하다 문득 <첨밀밀>을 떠 오르더군요. 서로 우연히 만나 짧지만 불같은 사랑을 나누고 이별할 수 밖에 없는 상황 때문에 헤어지고 하나될 수 없는 과정 속 아련한 사랑의 추억만을 간직한 채 살다가 마지막에 우연히 재회하는 과정은 <디어존>과 매우 흡사한 구성을 보입니다. 특히 작은 공간에서 비를 피하다 격정적인 첫 키스를 나누는 장면이나 마지막 재회 장면은 정말 비슷하지요. 그런데도 <첨밀밀>에서의 애절함을 느낄 수 없는 점은 이번 커플의 모호한 인물 설정과 아픔을 찾아 볼 수 없는 세월의 흔적이 우선 눈에 띄입니다. 한통의 편지로 이별하고 그걸로 모든 걸 정리해 버리는 것을 보자니 정말 사랑하긴 한건가를 의심하게 될 정도로 이들의 사랑은 너무 이해할 수 없습니다.
이렇게 비현실적으로 그려지는 그들의 사랑 이야기는 공감대를 얻지 못한 채로 전개되고 급기야 존이 사바나에게 자신의 남은 모든 것을 건네며 떠나가는 눈시울을 적시기위한 감동 모드로 변신을 꾀하는 무리수를 던집니다. 그런 뒤 세월이 흘렀다며 외모 조금 바꾼 뒤 마지막 결말에서 보여주는 그들의 포옹에서는 <첨밀밀>에서의 엔딩에 감동은 고사하고 저도 모르게 실소가 번지고 말았죠. 이 배우들과 이런 원작을 가지고 이렇게 밖에 만들 수 없는가를 감독 라세 할스트롬에게 묻고 싶습니다. 어쩌면 제 감정이 메말라서인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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