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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거리가 많다고 재미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ldk209 2010-03-23 오후 3:19:23 446   [3]
볼거리가 많다고 재미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다...★★☆

 

너무 익숙한 작품이라 그런지 오히려 구체적인 내용은 잘 기억나지 않는 작품 중의 하나가 나에겐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다. 어렸을 땐 아동용 도서로 읽었고, 숱한 TV용 드라마와 영화로 봤는데도 앨리스가 토끼굴에 빠져 이상한 나라로 갔다가 다시 되돌아온다는 큰 줄거리와 기기묘묘한 캐릭터 외엔 잘 기억나는 게 없다. 아무튼 뻔히 알려져 있는 내용을 영화로 만든다는 건 아무리 거장이라 해도 선뜻 도전하고픈 고지는 아닐 것이다. 독특한 상상력하면 타의 추종을 불허할 팀 버튼 감독은 이러한 딜레마를 원작의 어린 앨리스가 19살로 성장한 것으로 고침으로서 해결의 단초를 마련하고 있다.

 

앨리스의 성장이라는 기본 설정은 나름 신선하고 흥미를 유발하는 지점이다. 앨리스는 어린 시절 경험했던 원더랜드(실제는 언더랜드)를 단지 이상한 꿈으로만(원작에선 꿈) 생각하고 있다. 별로 생각에도 없던 남자에게 프로포즈를 받던 날, 앨리스의 눈에 조끼를 입은 토끼가 눈에 띄고, 별 생각 없이 토끼를 따라 갔다가 그 곳에서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기묘한 캐릭터들과 조우하게 된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서 가장 흥미로운 건 이 영화의 감독이 팀 버튼이라는 사실일 것이다. 팀 버튼과 디즈니의 조합이라니? 팀 버튼의 기괴하고 뒤틀린 세계와 디즈니의 가족주의라는 상충된 세계관의 조화는 어떻게 될 것인가? 팀 버튼 표 어린이 영화는 어떤 결과물을 낳을 것인가? 결론적으로 이 두 조합은 그다지 성공적으로 보이진 않는다.

 

거의 성인이 된 소녀가 동물들이 말을 하는 이상한 나라에 갔다. 그런데 그곳은 붉은 색의 나쁜 왕비가 폭군으로 군림하고 있으며, 국민들은 폭군으로부터의 해방을 원한다. 나쁜 왕비를 대체할 마음씨 착한 하얀 왕비는 이미 존재하고 있다. 그리고 이곳에 내려오는 전설에 의하면 앨리스가 폭군을 내쫓는 데 혁혁한 공을 세울 것이다. 이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인가? 아니면 <나니아 연대기>의 복기인가? 단정적으로 얘기하자면 앨리스가 성장했다는 가정에서 출발한 영화는 주인공이 이상한 나라에 들어가는 순간부터 기존에 나왔던 아동용 판타지 영화의 일반적 경로를 고스란히 답습함으로서 왜 굳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여야 하는지에 대한 해답을 전혀 제시해 주지 못하고 있다.

 

아, 물론 원작에 바탕을 두긴 했지만, 3D로 재탄생한 화려한 배경과 하나하나 독특한 캐릭터들, 그리고 그 캐릭터들이 거의 정신병자 수준으로 노니는 이야기들은 나름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음은 분명하다. 그런데 눈을 홀리는 캐릭터들의 개인기를 제외하고 본다면 무척이나 단순하고 평범하고 지극히 예정된 경로를 따라가는 이 영화가 정말 팀 버튼의 영화인지 의심이 들 정도다.

 

당시 시대에서 대단한 모험심과 페미니즘적 사고방식을 가진 것으로 묘사되고 있는 앨리스라는 주인공을 다루고 있음에도 전반적으로 가치관도 보수적이라고 느껴진다. 단적으로 못생긴 왕비는 못되고 예쁜 왕비는 착하다는 설정은 이미 오래 전 <슈렉>을 통해 까발려진 허위의식 아니던가. 게다가 더욱 비참한 건 그러한 진취성과 이상한 나라의 경험을 통해 더욱 성장한 앨리스가 결국 서구제국주의의 첨병 역할을 맡는다는 사실이다. ‘아버지가 꿈꿨던 중국에까지 진출하고 싶다’며 웃는 앨리스의 말에 섬뜩함이 느껴지는 건 왜일까?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와 같은 상상력과 진취성이 서구제국주의의 밑거름이라는 걸 말하고 싶었던 것일까? 그렇다면 이는 팀 버튼 상상력일까? 아니면 현실의 반영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 영화는 토요일 3D 상영관에서 자막 버전으로 보았다. 난 아무리 디즈니 영화라고 해도 팀 버튼 감독의 영화가 전체 관람가라고는 생각지 않았다. 그런데 극장에 도착하니 유치원에 다니거나 그보다 어린 것 같은 아이들의 꽤 있었다. 보기 전부터 불안했다. 이거 아무래도 오늘 영화 관람 환경은 꽝이겠다 싶은 불안감. 아니다 다를까. 그 어린 애들이 자막을 따라 온다는 건 애시당초 불가능한 일이었다. 게다가 팀 버튼 영화는 말의 속도도 빠르고 많은 편 아니던가. 고작 10분이 지났을 무렵부터 일부 애들이 칭얼대기 시작한다. 난 곧 보호자가 나서서 달래주든가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런데 영화 끝날 때까지 보호자는 나서지 않고 아이를 그냥 방치해 두는 것이었다. 아이 키우는 부모들이 얼마나 영화 보는 게 힘든지, 그래서 아이들 데리고 극장에 나선 게 아마도 아주 오랜만의 외출이라는 심정이 이해되지 않는 건 아니다. 그럼에도 아이들이 떠들거나 하면 조용히 시키든가 심하면 잠깐 데리고 나가서 달래고 들어와야 되는 것 아닌가 싶다.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내가 극장에서 본 영화 중 아마도 최악의 관람 환경이었을 것 같다. 다시금 결심해 본다. 전체 관람가 영화를 아이들이 보는 시간에 절대로 안 보겠노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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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imshb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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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03-25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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