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하이자오 7번지>는 2008년 대만 개봉 당시 5개월 만에 5억3천만 대만달러(한화 약 200억
원)의 폭발적인 흥행수입을 올리며 <색,계>(2억6천만 대만달러)의 흥행기록을 가볍게 갈아치웠
을 뿐 아니라, 이전까지 <폴리스스토리 3>(3억1천2백만 대만달러)가 갖고 있던 기록을 깨고 대
만 영화사상 가장 높은 흥행성적을 남긴 중국어권 영화가 됐다. 또한 그 해 대만 최대의 영화제
인 금마장 시상식에서 6개 부문을 휩쓸었다. 이후 홍콩,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중국, 일본 등 아
시아 지역의 잇따른 개봉으로 화제를 이어갔으며, 국내에도 이미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공개되
어 좋은 반응을 얻은 바 있다는 기사를 읽고 영화에 대해 궁금하던 차에 옆에 다가와 다가가본
다.
60년의 세월을 그리움으로 가득 채운 7통의 편지가 도착했다!
록음악의 꿈을 접고 고향 헝춘으로 돌아와 임시 우체부로 일하고 있는 아가. 하지만 그는 우편물
을 배달하지 않고 방안에 쌓아두기만 할 뿐이다. 무기력한 시간을 보내던 아가는 일본 유명가수
와의 공연을 위해 마을 사람들로 급조된 아마추어 밴드에 참여하게 되고, 행사를 돕는 일본 여성
토모코와 티격태격하다 어느덧 호감을 느끼게 된다.
한편 아가의 방안 우편물 더미 속에는 일본에서 온, 이젠 존재하지 않는 옛 주소로 보내는 오래
된 편지가 있다. 그리고 그것은 놀랍게도 60년 전에 쓰여진 7통의 러브레터이다. 60년의 세월을
뛰어넘어 도착한 편지 속에는 이루지 못한 사랑과 그리움으로 가득찬 한 남자의 사연이 담겨져
있는데...
과연 60년간 잠들어 있던 편지는 무사히 주인에게 전해질 수 있을까?
그리고 아가와 토모코의 사랑은?
편지란? 자신을 드러내는 동시에 '당신'을 읽어내는 작업은 아닐까한다. 자신을 너무 많이 드러
내는 것이 아닌가 하는 두려움과, 내가 상대의 행간을 잘 읽어내고 있는가 하는 의구심은 편지를
쓰는 모든 사람이 감당해야만 하는 기본적인 강박일지도 모르겠다. 자신에게 정직하면서 타인의
내면을 겸손하게 해독하는 일 편지란 결국 타인의 눈으로 자신의 내부를,그 내부의 희미한 움직
임을 읽어내는 일일테니까 말이다. 그 가운데에서도 편지는 사람의 정을 말로서 하지 못하는 표
현을 글로서 표현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이자 정의 전도사이다. 편지라는 외관적인 모양만 하고
있을뿐이지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손으로 만질 수 있는 마음의 보물이다. 하물며 멀리
서 얼굴도 모르는 남녀가 펜팔로 사귀어서 나중에 결혼까지 하게 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편지가
마음을 이어주는 정의 표시가 아니라면 어찌 이런 일이 이루어질 수 있을까? 게다가 시간과 공간
을 뛰어 넘어서 편지 쓴 사람을 데려올 수 있는 물건이다. 영화는 이처럼 본인이 생각하는 편지
에 대한 생각을 어느곳에나 어울리는 음악이란 매체와 어울려 부치지 못한 7통의 편지 속에 담긴
60여 년의 세월을 오가는 스토리를 영상을 통해서 관객의 눈과 귀와 마음에 다가온다. 그러나 한
편으론 스토리 구성이나 구성상 이렇다할 임팩트가 없이 너무 잔잔해 관객에 따라선 느끼는 감
흥의 차이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음악이 전해주는 해맑은 정서와 편지에 대한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영화 '하이자오 7번지'이다.
여러분 좋은 영화 많이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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