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 3. 19일 이라크 바그다드. 대량 살상 무기를 제거하라는 임무를 수행하기 위해 로이 밀러(멧 데이먼)가 이끄는 대량살상무기팀이 현장에 투입됩니다. 그러나 번번히 허탕을 치자 밀러는 정보의 신뢰에 이의를 품기 시작하고 그러던 중 후세인의 오른팔인 모하메드 알 라위 장관과 미국 고위 인사가 비밀리에 거래가 있었다는 정황을 포착하고 감춰진 추악한 진실을 밝히기 위해 목숨을 건 조사를 시작합니다.
후세인의 정권이 몰락하자 그의 궁전을 개조한 미군의 특별경계구역을 의미하는 <그린존>은 워싱턴 포스트의 기자인 라지브 찬드라세카란이 바그다드에서 체험하고 목격한 내용을 책으로 옮긴 '에메랄드 도시에서의 제국생활:이라크 그린존의 내막'에서 얻은 영감을 바탕으로 폴 그린그래스가 영화로 옮긴 작품입니다. 감독은 상업적인 요소가 다분한 액션 위주의 전작들과 달리 이번 작품에서는 정치적인 색깔을 강하게 드러내며 미국과 이라크의 전쟁을 영국인(엄밀히 말하면 제3국가)의 입장에서 미국의 치부와 이라크의 실정에 대해 실랄하게 비판하고 있습니다.
<그린존>의 핵심인물인 로이 밀러 부대의 임무는 이라크가 보유하고 있다는 대량살상무기를 찾아내는 것으로 실제로 세계평화를 위하고 억압받는 이라크 국민을 위한다며 이라크를 침공한 미국의 명분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영화 속 대사처럼 대량살상무기는 91년도 이후로 애초에 없었기에 무기 존재에 자체에 초점을 맞추지 않고, 마이클 무어의 <화씨 9/11>처럼 부시 행정부에 비밀스런 속내를 고발하지도 않습니다. 누구나 알고 있는 내용을 대신해 감독은 자국의 이익과 미래를 위한 거래라며 진실을 고의적으로 왜곡하고 민주주의라는 허울로 포장한 내정 간섭이 어떤 피해를 야기하는지 그로 인해 누가 진정으로 피해를 입는가에 대해 강한 메세지를 전하고 있습니다.
미국은 이라크의 정신적 지도자인 후세인 정권을 몰락 시킨 뒤 그곳에 휴양지를 연상케하는 '그린존'을 만들어 미국의 정치와 군사적 우월성을 과시합니다. 그린존 밖에선 군인들이 조국의 명예와 세계 평화라는 목적을 위해 죽어가지만 그 안에선 자신들의 속내를 감추려고 언론을 이용해 또 다른 거짓을 만들고 진실을 찾지 못하게 수단을 가리지 않은 잔인한 행동도 서슴치 않습니다. <그린존>은 진실을 찾아내려는 쪽과 그걸 막으려는 쪽의 행동을 치밀하고 긴박감 넘치게 그려내며 그들의 위선과 거짓을 밝히는 주체를 정치가나 막강한 힘을 가진 특수 요원이 아닌 명령에 무조건 복종해야 하는 군인과 전쟁이 발발하면 가장 큰 피해를 입는 일반 시민으로 설정하여 감독이 전하려는 메세지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본 아이덴티티>의 후속작품을 통해 차별화된 액션의 영상 미학을 선보인 폴 그린그래스 감독은 이번 작품에서 지금껏 보여준 액션을 뛰어 넘는 영상을 선보입니다. 초반 시가전과 후반부 대규모 총격전은 실제 전장에서 촬영한 듯한 착각을 일으킬 정도로 사실적이고 특화된 그만의 생동감 넘치는 추격전은 이번 작품에선 같은 아군끼리 알라위를 서로 다른 목적으로 추격하며 치닫는 장면으로 대표됩니다. 관객들의 시선을 한순간도 놓치지 않는 영상과 빠른 전개로 상영시간을 긴박감으로 가득 채운 <그린존>은 마지막 결말의 통쾌함까지 모든 면에서 만족스러운 영화입니다.
부시가 전투작전 종료를 선언하는 실제 장면과 이라크 재건을 위해 미국이 세운 꼭두각시 대통령의 모습은 비열한 국방부 특수정보팀 부장인 파운드 스톤의 말처럼 미국이 승리한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손으로 해를 가려도 그 뒤에는 찬란한 태양이 빛나듯 진실은 언젠가 밝혀지고 드러날 것입니다. 진실을 감추고 거짓 위에 쌓은 성은 마치 모래성처럼 쉽게 무너지 듯, 이 땅에 아직 정의는 살아있기에 미국이 승리했다고 한 그 전쟁은 ... 이제 막 시작된 것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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