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참 예쁜 감독, 폴 그린그래스는 그러나 자신의 이름처럼 예쁜 영화를 만들진 않는다. 그가 영화를 통해 말하고자 하는 것들은 언제나 멀리서는 볼 수 없는 것들이고 , 그래서 그의 카메라는 인물에 밀착한다. 불가피하게도, 영화속에서 인물들은 움직이게 되어 있고 움직이는 인물들을 쫓아가다 보니 카메라는 시종일관 불규칙하게 흔들린다. 이른바, 폴 그린그래스의 영화들이 영화 속의 현실로 현실의 관객을 입회시키는 방식이다.
포스트 9.11의 한 양상으로 이라크전에 관련된 영화들은 기본적으로 부시 행정부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주로 견지해왔다. 전쟁의 양상을 아주 미시적으로 파고든 샘멘데스의 <자헤드>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이라크전 영화들이 말하고자 한 바는, 마이클 무어가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외친 한마디와 그 맥을 같이 한다. "부시, 부끄러운 줄 아시오!" (Shame on you, Bush!) 그러한 시각은, <그린존>도 다르지 않다. 다름 아닌, 미국의 이라크 '침략' 전쟁의 진실 말이다.
<그린존>의 이라크전 묘사는 이전의 동일한 소재로 만들어진 영화들과는 차별화된다. 소위 '폴 그린그래스 스타일'의 힘도 있겠지만, 더 중요한건 <그린존>이 첩보물의 양식을 띠고 있다는 점이다.(美행정부와 정보기관인 CIA의 상호견제는 언제나 첩보물의 주요 주제였고, <그린존>도 사실 그 연장선상에 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이야기의 중심축이 단순히 오락적인 측면에서의 전쟁을 '전시하는' 양상으로 옮아가지는 않는다. 다리를 잃은 이라크인의 마지막 발언은, 지나치게 도식적이기는 해도 제법 울림이 있다. 그러나 감독이 중점적으로 다룬 것은 이라크전에 대한 진실이라기보단 전쟁 그 자체라는 것이 내 생각이다. 옆에서 폭탄이 터지고, 총알이 난무하는 아비규환.
<그린존>은 잘만들어진 대중 영화다. 영화가 이라크전을 통해 파헤치고자 하는 '진실' 이라는 것은 사실 피상적으로 다루어질 뿐이다. 미국은 이라크에 개입할 권리가 애초에 있었는가, 하는 물음. 대량살상무기 같은건 애초에 없었다는 사실을 우리는 이제 모두 알고 있지 않은가. 그런 의미에서 <그린존>의 문제의식은 얕은 수준이다. 이를테면 <그린존>은 봐도 되고, 안봐도 되는 영화다. 애초에 그런 영화가 존재하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보다 폴 그린그래스적인 영화를 보고 싶다면 <UNITED 93>을 권한다. 굳이 말하자면, 그 영화야말로 꼭 봐야할 영화 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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