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내게 이 영화를 봐야 했던 이유는 한복 입어도 간지 풀풀 날리는 차승원도 아니고 예매 순위 1순위라는 영화 흥행 성적도 아닌 비교적 적은 사람들이 주목했던 사실인 번지점프를 하다의 김대승감독의 작품이라는 데 있었다
장르도 분위기도 완전 다른 영화였지만 꽤 만족스러운 영화였다는
이 영화의 주인공은 사실 차승원도 지성도 박용우도 아닌 바로 사람들이다
한 사람만 죽으면 모두가 많은 것을 얻게 되는 상황이기에 은인의 억울한 죽음에도 입을 다물고 있던 사람들 자신의 죄책감을 끊임없이 느끼기에, 결국에는 자신을 대신해 줄 희생양이 필요했고 급기야는 집단 광끼를 보이게 되는 사람들 말이다
정의로움을 부르짖으며 두호의 죽음을 장렬히 막아줄 것 같던 차승원이 결국에는 그렇게 무기력하게 변해버린 모습, 허무하게 입을 꾹 다문 채 섬을 빠져나가던 모습 (나는 배에서 혹시나 뛰어내리지나 않을까 기대했다는)
결국 최후의 극단적 상황에서는 나약하고 다소 간사하게 변하는, 그리고 자기 합리화의 기제를 꼭 찾아야만 하는 그런 인간의 모습이 너무 극명히 드러나 있어서 이건 굳이 분석이고 뭐고를 할 필요도 없을듯
사실 이런 상황과 설정은 매우 익숙하다 어디서 봤느냐~ 소년탐정 김전일! 두둥~ 고립된 공간, 차례로 죽어나가는 사람들, 당한 방법을 그대로 따라하는 복수들이나 마을 전체가 공유하고 있는 비밀과 결국에 드러나는 해악성 늘 주변에서 보던 범인과, 원한, 죽음에의 초연한 모습 마지막 범행에서 꼭 들킴 (그것도 아슬아슬하게) 그리고 등장인물은 꼭 트라우마를 갖고 있음 튀는 행동을 하면 꼭 죽음 끝까지 가장 의심스러운 사람은 절대 범인 아님 뭐 이런 것들이 완전 어른탐정 차승원이 아닌가 싶었지만 (심지어, 내가 죽이긴 했지만 나무꼬챙이에 꼽진 않았어, 라는 것도 김전일에 그대로 나오긴 한다 내가 죽이긴 했지만 풍차에 매단 것은 내가 아니야~)
차승원이 수수께끼는 모두 풀렸다, 라고 외치지는 않지만
그럼에도 좋았던 건 감독이 단순히 스릴러나 즐기고 범인 궁금해 하면서 흥미진진하게 보라는 의미만으로 만든 영화는 아니라는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