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그래스 감독은 지난 영화들에서 현대 세계 사회에 있었던 굵직한 사건들에 대해 굳이 에둘러 말하려 하지 않았다. 늘 정면돌파였다. <블러디 선데이>는 당시 시위에 참여했던 사람들의 시선을 그대로 쫓아가며 사건의 한복판을 생중계하다시피했고, <플라이트 93>은 심지어 테러의 대상이 된 비행기의 승객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우기까지 했다. 어떤 큰 사건을 두고 그것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아니라, 한 가운데에서 그것을 직접 경험하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간 것이다. 그리고 이런 태도는 <그린 존>에서도 여전히 엿보인다. 이라크전에 관해 전세계 사람들이 품었던 가장 일반적인 의문, '과연 대량살상무기란 진짜 존재하는 것인가'라는 질문을 시작부터 파고 들어간다. 그것도 대량살상무기를 색출하는 임무를 띠었던 이를 주인공으로 해서 말이다. 할리우드 배우들이 등장하고 1억 달러의 할리우드 자본이 투입된 영화이긴 하지만, 이렇게 실제 사건을 기반으로 사정없이 정면돌파하는 이야기의 시각은 이 영화를 '다큐영화'라고 해도 될 정도로 과언이 아니게끔 만든다.
이러한 시선을 통해 드러나는 이라크전 와중의 이라크 내부의 모습은 참혹한 아이러니로 가득하다. 정부가 완전히 엎어진 상황 속에서 대다수의 이라크 국민들은 당장 마실 물마저 없어서 거리를 지나치는 군용 차량만 보이면 너나할 것 없이 달려든다. 마치 불꽃놀이라도 즐기듯 수시로 거리 곳곳에 폭탄과 미사일 세례가 퍼부어지는 건 말할 것도 없고, 굳이 그런 불의 세례가 없는 곳이라도 기아와 가난이 뒤덮고 있는 이라크는 그 자체가 무법천지다. 반면, 공화궁이 있는 '그린 존'의 모습은 완전히 상반된다. 관광객들이 놀러와서 기념사진을 찍기도 하며, 호화 수영장까지 펼쳐져 있어 그곳에서 피서를 즐기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바깥에서 온갖 혈전을 다 거치고 난 군인들이 정부에 고할 것이 있어서 들어올라치면 '여긴 어디... 나는 누구...' 식으로 극심한 위화감이 생길 정도다. 상황은 어디까지나 미국인들 중심으로 개선될 뿐, 이라크 국민들의 상황은 썩어문드러져간다.
이런 상황을 두고, 미국 정부는 당당히 '전쟁에서 승리했다'고 선언한다. 실은 상대방이 방어할 틈도 없이 일방적으로 공습해놓고는, '승리했다'는 표현을 쓰는 게 이상하다. '세계평화'라는 기치를 내걸고 시작한 전쟁이라는데, 갈수록 전쟁을 주도한 그들만 이로워지는 듯 하고 그들이 지켜주겠다는 사람들은 갈수록 불행해지고 있다. 독재자의 축출 여부를 떠나서, 강대국의 손에 의해 자신들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자기 나라의 정부가 갑자기 무너지고 다시 세워지는 과정을 지켜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극심한 혼란에 빠질 수 밖에 없다. 더구나 생활의 기반이 완전히 이뤄지지도 않은 상황에서, 국민들은 더욱 동요될 수 밖에 없다. 명백히 자신들에게만 이로울 공격을 거듭하고 있는 미국의 모습을 볼 때, '대량살상무기'라는 명분은 이들의 무자비한 공격에 합당해 보이는 이유를 달아줄 수 있는 지상 최악의 떡밥이 될 뿐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