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교사도, 나쁜 학생도 없는 (클래스)
"가르쳐봐야 알죠, 울화통 터지는 거" - "배워보면 알죠, 말 뿐이라는 거"
2008년 칸 영화제에서 황금종려상을 받은 작품.
프랑스의 한 중학교 교실을 심도있게 다루어, 프랑스 사회의 한 단면을 볼 수 있었던 작품.
이 영화를 보면 그나마 우리나라의 교실 안 풍경이 양반이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
프랑스는 특히나 다인종이 많은 나라 중의 하나다.
하지만, 다른 나라들처럼 그것들이 쉽게 융화되지 못하고 있는 그대로의 인격과 개성이
존재하면서 살아가는 나라인지라, 특히 외국인들은 그 사이에 쉽게 들어가기 힘들고
인종차별이 유난히 문제가 되는 나라이기도 하다.
영화 '클래스'에서 이런 문화, 인종얘기가 나오게 되는 건,
비록 한 중학교의 교실 안의 모습만을 129분동안 보여주지만
그 안의 프랑스 현재사회의 많은 부분을 고스란히 담고 있기 때문이다.
프랑스인, 아프리카인, 동양인 등 인종이 다양한 만큼
각자의 개성과 색깔이 뚜렷하고 그로 인한 충돌되는 문제들이 매우 많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축구나 자기표현 등에서부터 문제가 불거지지만,
그것들에서 보이는 건 단순히 어린애들 문제가 아닌 프랑스에서 거주하는 사람들의 문제로 보인다.
아직 중학생밖에 안되는 아이들이지만 그러한 개성과 성격 때문인지,
우리나라에서처럼 조용하고 어른을 공경하는 모습은 쉽게 찾기 힘들다.
선생이 하는 말 한마디 한마디에 말대꾸를 하고 옳고 그름을 따진다.
그들이 하는 말들이 맞는 말들이 많긴 하지만, 그래도 모든 수업내용에서
어른인 선생과 왈가왈부하는 모습을 보니 이건 '교실'이 아니라 '작은 전쟁터' 같다.
우리나라와 같이 무조건 주입식교육이나 무조건 어른을 공경하라는 건 아니지만,
기본적으로 모든 입장을 인간 대 인간으로 대하려는 선생이나 아이들이나 매한 마찬가지다.
주인공 선생은 아이 하나하나를 인격적으로 다른 개성체로 존중하고 들어주려 하지만,
그것이 어디 쉬운 일인가? 1대 다수의 입장은 항상 개인이 힘든 법이다.
실제 실화를 바탕으로, 원제 ‘벽 사이에서’(Entre Les Murs)라는 책을 쓰고
영화에서 주인공으로까지 등장한 마랭 선생은 이 모든 일을 직접 겪은 인물.
그가 이 아이들 사이에서 겪었을 스트레스를 생각하면, 무지하게나 힘들었을 것 같다는 생각이
관객에게까지 전해진다. 그도 무조건 좋은 선생도 아니고, 학생들도 무조건 나쁜 학생들은 아니다.
선생은 선생으로서 학생들을 이끌고, 학생들은 학생대로 배움의 자세로 배워야 한다.
한 인간 대 인간으로써 결국 말싸움을 하고, 실언을 하는 선생의 모습을 봤을 때도 그다지
제대로 된 행동이라는 생각이 안 들었다. 누가 그랬다. 스승과 제자는 없고, 선생과 학생만 있다.
토론과 민주주의는 좋지만, 그것도 어느정도의 룰과 규칙이 있고 그것을 알고 이루어질 때
가능한 법이라는 생각이 든다. 무조건 눈높이를 같이하고, 어른 아이가 대화를 나눈다고 해서
서로 다른 배경과 생각을 가진 그들이 통할 수 있다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혼돈과 카오스'를 보여준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생각이 들었다.
"아무 것도 배운 것이 없어요."라며 학기를 끝내는 학생의 말을 들으면 머리 빠지며 노력한
선생은 어떤 생각이 들까? "잘 생각해봐, 그래도 뭐라도 배운 것이 있을꺼야."
다른 곳을 바라보며, 간다한들 그게 올바른 교육법일까?
그래도 이 선생의 노력하는 자세는 인정한다. 하지만, 아이들은 교실 안에서 배우는 것보다
몸을 부딪히며 선생들과 어울리며 놀면서 먼저 서로를 알아가길 바랄지도 모른다.
'클래스'라는 한 공간을 통해, 흥미로운 인간 군상을 볼 수 있었던 작품.
시나리오가 있었겠지만, 픽션과 다큐멘터리의 경계를 아슬아슬하게 오간 선생과 학생들의
리얼한 연기도 놀랄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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