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의 배신 그리고 살인 누명을 쓴 채 에이즈 환자 상병(정윤민)의 피로 에이즈에 걸려서라도 교도서에서 나가야 할 이유가 있는 수인(김남길). 치료를 위해 교도서에서 나가 드디어 탈옥에 성공하고 자신이 그토록 꿈꾸던 복수가 어이없는 상황으로 인해 복수의 의미를 잃자 상병의 부탁인 미아(황우 슬혜)를 찾아 갑니다. 살아갈 이유를 잃은 수인... 외딴 지역에서 'Le Luth'라는 레스토랑을 운영하며 또 다른 절망의 삶을 이어가는 미아는 서로의 비밀을 간직한 채 시간을 이어가며 조금씩 그들만의 방식으로 사랑을 키워갑니다.
단편 영화 <리틀 인디언 보이>로 감독 데뷔 후 <피터팬의 공식>을 통해 다소 난해하지만 섬세한 실험정신으로 선댄스 영화제, 프랑스 도빌 아시아 영화제에서 가능성을 인정받은 조창호 감독이 자신의 영화 스타일과 상업 영화의 경계에 선 작품 <폭풍전야>를 선보입니다. 아름다운 영상 속 절망 끝에 버려진 인물의 섬세한 감정 표현과 애졀한 사랑 이야기가 관객들에게 온전히 전달될 수 있도록 배려하고 있습니다. 다소 투박하고 거친 편집은 매끄럽게 다듬어진 상업적 영화에 차별화를 두려는 감독의 의도된 설정 또한 엿보게 됩니다.
당신이 시시해질 날이... 그런 날이 올까?
<폭풍 전야>는 남자와 여자가 사랑의 감정이 폭풍처럼 밀려 오기 전 애절한 사랑의 감정을 애써 표현하지 못하는 애절함을 담고 있습니다. 그러나 그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 수인의 슬픈 과거와 상병과 미아의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며 앞으로 그들에게 닥칠 절망적인 상황의 무게감을 더합니다. 여자보다 남자를 더 사랑한 상병, 그런 상병을 사랑 할 수 밖에 없었던 미아, 아내의 외도와 살인 누명을 쓰고 교도서에서 만난 상병을 통해 복수를 꿈꾸는 수인... 이 세 사람의 이야기에 감춰진 비밀은 미아와 수인이 만나게 되면서 파국을 향해 치닫게 됩니다.
평생 바다를 안보고 사는 것과 인생의 반을 줄여 바다를 보는 것... 어떤 것을 선택할 것인가?
<폭풍전야>는 불쌍하고 안타까운 사랑을 그리고 있습니다. 그 이유는 목적을 위해 자신의 나머지 삶을 포기한 남자의 슬픈 운명과 한 남자를 사랑했다는 이유로 비극적인 삶으로 변해버린 비운의 미아가 선뜻 사랑을 표현하지 못하고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조금씩 서로에게 바다와 같은 존재가 되어가는 과정이 안타까움을 더하고 있습니다.
좀 더 일찍 알았더라면 달라졌을까요? 수인과 미아는 서로에게 자신의 비밀을 숨긴채 간격을 두고 지내다 결국 서로가 감춘 진실을 알게 되며 사랑을 선택합니다. 수인의 비밀이 관객들에게 일찍 알려진 것과 달리 미아의 비밀은 조금 늦게 알려 집니다. 때문에 이 영화 속 대사는 관람하는 관객들에게도 더 비극적으로 들리게 되죠. 서로를 선뜻 받아 들일 수 없었던 숨겨진 이유... 과연 그 사실을 알았더라면 그들의 사랑은 달라졌을까요...
그런 마술은 나도 할 수 있어....
<폭풍전야>는 김남길이라는 배우의 힘을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우수에 젖은 외모와 저음의 목소리 (게다가 요리까지 잘한다) 등 그의 행동, 눈빛, 몸짓 하나하나가 절제된 내면연기를 통해 예술로 승화된 느낌입니다. 조금 과장하면 김남길 밖에 안보인다고나 할까요...그런 그의 모든 것은 거센 파도, 떠가는 구름, 노을, 거센 바람 그리고 파도 와 같은 아름다운 자연의 영상과 어울어져 한편의 영상 에세이를 보는 듯 합니다. 정말 잘 만들어진 슬픈 사랑의 이야기로 눈물 흠뻑 흘린 뒤의 카타르시스라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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